<김원익의 그리스 신화 1-신과 인간> 을 읽고
읽어도 읽어도 새로운 그리스 신화를 다시 제대로 읽고 싶어서 집어 들었다. 오랜 기간 신화를 연구해 온 저자의 책답게 이 책은 그리스 신화 속 주인공들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내는 것은 물론 세상의 시작에서부터 이어져 온 신들의 전쟁 과정부터 차근차근 알려준다.
특히 카드모스 가문, 이오 가문, 탄탈로스 가문 등의 계보를 정리하고 그리스 신화가 이후 문학과 현대 문화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세세히 알려주고 있어서 그리스 신화를 보다 체계적으로 알게 된다.
책을 읽고 돌아서면 금세 까먹게 되는 함정이 있지만 몇 번이라도 읽어서 외우고 싶을 정도로 흥미롭고 유익하다. 다른 소설과 비교할 때 이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외우는 게 불가능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많은 인물과 많은 지명, 많은 사연이 등장한다.
신들의 이야기를 먼저 알아보자.
제우스를 필두로 한 올림포스 신족이 자리 잡기 이전에 신들은 몇 차례의 전쟁을 치른다.
그리스 신화에서 세상은 카오스에서 만들어졌다.
카오스에서 사랑의 신 에로스, 대지의 여신 가이아, 그리고 이 가이아의 몸속 깊은 곳에 타르타로스가 생겨났다. 가이아는 혼자서 하늘 우라노스, 산맥 우레아, 태초의 바다 폰토스를 낳았다. 우리노스와 부부가 된 가이아는 몸집이 거대한 티탄 12 신을 낳았다. 제우스의 아버지 크로노스는 티탄 12 신 중 막내였으며 프로메테우스의 아버지 아이페토스도 티탄 12 신에 속했다. 가이아와 우라노스는 이후 손이 100개, 머리가 50개 달린 3형제 헤카톤케이레스와 이마에 둥근 눈이 하나 박혀 있는 번개, 벼락, 천둥 3형제 키클로페스를 낳았다.
제 자식들이 너무 크고 끔찍한 모습을 하고 있는 데다 장성하면 자신의 권력을 찬탈하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 우라노스는 자식들을 아내 가이아의 몸속 가장 깊은 타르타로스에 가뒀다. 자식들이 불쌍했던 가이아는 자신의 몸속에 있는 쇠로 커다란 낫을 만든 다음 자식들에게 도와달라고 했다.
다른 자식들은 나서지 않았지만 크로노스는 어머니가 준 낫으로 우라노스를 거세하고 권좌에서 밀어냈다.
신들의 최초의 전쟁은 크로노스의 승리로 끝났다. 크로노스가 우라노스의 남근을 자를 때 흘린 피가 땅에 스며들어 물푸레나무 요정 멜리아이, 24명의 거인족 기간테스, 복수의 여신 에리니에스를 낳았다.
크로노스가 뒤로 던진 우라노스의 살점이 바다에 떨어져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낳았다. 우라노스의 살점이 바다에 가라앉으면서 거품이 일었고 그 뒤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아프로디테가 조개를 타고 솟아올랐다. 아프로데테의 이름은 '거품에서 태어난 자'라는 뜻이다.
크로노스는 당초 가이아와 타르타로스에 갇혀 있던 11명의 형제자매를 모두 꺼내 주면서 헤카톤케이레스와 키클로페스 3형제는 꺼내주지 않았다. 가이아는 이에 분노해 크로노스에게 "너도 네 아비와 똑같은 일을 당할 것"이라며 저주했다. 이를 두려워한 크로노스는 아내 레아와의 사이에서 자식들이 태어나자 곧바로 집어삼켰다. 헤스티아, 데메테르, 헤라, 하데스, 포세이돈 등 5명의 자식들을 차례로 삼켰다. 레아는 여섯 번째로 제우스를 임신했는데 제우스를 지키고 싶었던 레아는 가이아에게 조언을 구했고 가이아는 제우스가 태어나자마자 크레타섬으로 빼돌리라고 말했다. 레아는 제우스가 태어나자 크레타섬으로 빼돌리고 대신 크로노스에게는 커다란 돌을 강보에 싸서 주었다. 크로노스는 제우스 대신 돌을 삼킨 것이다.
크레타섬에서 장성한 제우스는 아버지 크로노스 배속에 있는 형제자매들을 구할 계획을 세웠다. 자신의 사촌이자 지혜의 여신 메티스를 찾아가 특수 제조한 약물을 얻어 엄마 레아에게 넘겼다. 레아가 음식에 그 약물을 타 먹이자 크로노스는 자신이 집어삼킨 제우스 형제자매들을 게워 냈다.
제우스는 이렇게 구출한 형제자매와 함께 그리스에서 가장 높은 해발 2,981m의 올림포스산 정상에 진지를 구축했다. 크로노스와 싸우기에는 세력이 모자랐던 제우스는 티탄 신족도 끌어들였다. 이때 제일 먼저 제우스의 편을 든 이가 프로메테우스(먼저 생각하는 자)와 동생 에피메테우스(나중에 생각하는 자)였다.
제우스는 올림포스에, 크로노스는 오트리스 산 정상에 진지를 구축하고 서로 진지를 향해 바위와 돌을 주워던지는 전투를 벌였다. 10년 동안 이 전투는 진전이 없었다.
제우스가 할머니 가이아에게 조언을 구했고 가이아는 타르타로스에 갇혀 있던 헤카톤케이레스와 키클로페스 3형제를 꺼내라고 충고했다. 제우스는 그들을 꺼내 신들의 음식 암브로시아와 신들의 음료 넥타르를 주었다. 이때 키클로페스 3형제가 제우스에게 번개와 천둥과 벼락을 벼려 주었다.
손이 많은 헤카톤케이레스와 키클로페스 덕분에 티탄 신족은 바위에 깔린 채 사로잡혔다. 제우스는 티탄 신족을 포박해 타르타로스에 가뒀고 이때부터 제우스 편에 선 신들은 올림포스 신족으로 불렸다.
이렇게 올림포스의 태평성대가 시작되나 싶었지만 가이아는 자신들의 귀한 자식 티탄 신족이 타르타로스에 갇힌 게 못마땅했다. 그래서 제우스에게 그들을 풀어 주라고 했다. 하지만 제우스가 말을 듣지 않자 가이아는 기간테스를 부추겨 제우스와 싸우도록 했다. 이것이 3차 신들의 전쟁이다. 기간테스(Gigantes-'거인'이라는 뜻의 '자이언트'가 여기서 유래함)는 우라노스의 남근에서 흘러나온 피가 트라케의 플레그라 평원에 스며들어 솟아난 괴물 거인들로 모두 24명이었다. 긴 머리카락과 수염, 그리고 뱀의 꼬리를 지니고 있었는데 신의 자식이었지만 불사의 몸은 아니었다. 이들은 하늘의 올림포스 궁전을 향해 커다란 바윗덩어리와 불붙은 참나무를 던지기 시작했다. 가이아는 기간테스를 영생불사로 만들 수 있는 파르마콘이라는 약초를 찾아 헤맸는데 제우스가 이를 알아채고 선수를 쳤다.
새벽의 여신 에오스, 태양신 헬리오스, 달의 여신 셀레네에게 빛을 비추지 못하게 한 다음 파르마콘을 찾아내 숨긴 것이다.
제우스는 기간테스와의 싸움에서 승리하려면 인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신탁에 따라 헤라클레스를 올림포스 궁전으로 소환했고 헤라클레스는 기간테스 중에서 가장 강한 알키오네우스를 활로 공격해 죽였다. 평화를 사랑한느 헤스티아와 데메테르를 제외하고 모든 올림포스 신들이 나서서 기간테스와 싸웠다.
기간테스가 모두 죽자 가이아는 타르타로스와 어울려 괴물 티포에우스를 낳았다. 티포에우스는 무시무시한 괴물로 어깨 위에 100개의 뱀 머리가 솟아 있었고 눈에서 불꽃이 튀었으며 입에서 끔찍한 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제우스는 이 티포에우스와 4차 신들의 전쟁을 벌였다. 제우스는 티폰과의 싸움에서 팔과 다리의 힘줄이 잘리는 부상을 입고 동굴에 갇히기도 했지만 헤르메스와 판의 도움으로 무사히 탈출했다. 자신의 천둥과 번개, 벼락을 이용해 괴물 티포에우스의 머리들을 불태우고 지하감옥 타르타로스로 내던졌다.
티포에우스는 간단하게 티폰이라고 부르며 '태풍'이라는 뜻을 지닌 영어 단어 '타이푼'의 어원이기도 하다.
티폰은 이후에 괴물 뱀 에키드나와 결합해 많은 괴물을 낳았는데 키마이라, 네메아의 사자, 머리가 둘 달린 괴물 개 오르트로스, 왕뱀 라돈, 스핑크스,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쪼아 먹는 독수리, 크롬미온의 암퇘지 파이아 등이 그의 자식들이라고도 한다.
제우스는 4번째 신들의 전쟁 이후 신들의 왕이 되고 헤라를 왕비로 맞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제우스의 바람기에 화난 헤라가 쿠데타를 계획하고 기회를 노렸다. 헤라는 포세이돈과 아폴론과 공모해 제우스가 잠들어 있을 때 가죽끈으로 100 매듭을 맺어 꽁꽁 묶었고 제우스의 번개 무기도 감추었다. 쿠데타에 성공한 신들은 후계자 자리를 놓고 언쟁을 벌였는데 마침 바다의 여신 테티스가 이를 우연히 듣게 됐다.
테티스는 타르타로스에 가스 100개의 팔을 지닌 헤카톤케이레스 3형제를 찾아가 제우스를 구하게 해달라고 했고 이들은 100개의 팔로 100 매듭을 금방 풀었다.
풀려난 제우스는 헤라의 팔목에 황금 사슬을 감고 양 발목에는 모루를 달아 하늘에 매달았다. 신들은 다시는 쿠데타를 일으키지 않겠다고 맹세하고 헤라를 구해냈다.
제우스는 5차 전쟁까지 끝내고 올림포스 신들의 지도자로 굳건하게 자리를 지켰다.
그리스의 아테네시의 수호신이기도 한 아테나는 그 탄생부터 특별하다. 제우스는 티탄 신족과의 전쟁에서 자신에게 약물을 만들어 도와준 지혜의 여신 메티스를 첫 번째 왕비로 맞았다. 그런데 메티스가 첫째는 아들을 낳고 둘째는 아들을 낳는데 이 아들이 자신의 권력을 찬탈할 것이라는 소문을 들었다.
제우스는 임신한 메티스를 조그맣게 만들어 집어삼켰다. 열 달 뒤 제우스는 머리가 깨질 듯 아파서 참을 수가 없었다.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에게 도끼를 가져와 자신의 머리를 치도록 했다. 이때 쪼개진 제우스의 머리에서 아테나가 완전무장을 하고 태어났다 제우스는 아테나에게 지혜와 전쟁을 맡기고 아끼던 방패 아이기스를 넘겨주었다. 아테나 상징 새도 올빼미(책에서는 부엉이라고 나오는데 최근 많은 글에서는 올빼미로 보는 경향이 있어서 올빼미로 바꿈)다.
아테나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아테네시의 수호신 자리를 놓고 경합이 붙었는데 이때 아티카의 왕 케크롭스가 두 신 중 아티카 시민을 위해 더 좋은 선물을 주는 신을 수호신으로 삼겠다고 했다. 포세이돈은 삼지창으로 바위를 쳐서 짠물이 솟는 샘물을 만들어 주었고 아테나는 창으로 땅을 쳐서 올리브 나무가 솟아나게 했다.
케크롭스는 아테나를 수호신으로 정했다.
달과 사냥의 여신. 로마에서는 디아나로 부르고 영어로는 다이애나라고 한다. 곰과 사슴, 사냥개가 상징 동물이다. 아르테미스는 제우스와 티탄 신족 레토 사이에서 태어났다. 레토가 아르테미스를 낳으려 할 때 질투에 차 세상의 모든 땅에게 레토에게 해산할 장소를 제공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때 바다 위를 떠다니던 오르티기아 섬이 레토를 받아주었고 레토는 쌍둥이 남매 아르테미스와 아폴론을 순산했다. 제우스는 고마움의 표시로 오르티기아 섬을 고정해 주었고 섬 이름도 '빛나는 섬'이라는 뜻의 '델로스'로 바꾸어 주었다.
아르테미스는 초승달 머리띠 장식을 하고 숲 속의 요정들과 여인왕국을 세우고 자유롭게 사냥을 즐기면서 살았다. 어머니 레토가 아폴론을 낳는 것을 도운 해산의 신이기도 하며 강의 신 알페이오스로부터 강간당할 위기에 있던 물의 요정 그저께투사를 구해주기도 했다.
테베의 왕자 악타이온이 우연히 아르테미스의 목욕하는 장면을 보았다가 저주를 받아 사슴으로 변했고 자신이 데리고 다니던 사냥개들에게 죽임을 당했다.
대지와 곡물의 여신. '데'는 고대 그리스어로 '땅' 혹은 '대지', '메테르'는 '어머니'라는 뜻으로 '데메테르'는 '대지의 어머니'라는 뜻이다. 로마에서는 케레스 Ceres(기르다는 뜻), 영어로는 '시어리즈(Ceres)'라고 부르는 데 '시리얼 cereal'이 이 '시어리즈'에서 나온 말로 '곡물'이라는 뜻이다.
밀과 코르누코피아라는 풍요의 뿔이 상징이다.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 페르세포네가 있다.
페르세포네가 지하세계의 신 하데스에게 납치당했고 데메테르는 식음을 전폐하고 딸을 찾아다녔다.
제우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제우스도 지하세계의 일이라 손 슬 수 없다고 했다. 분노한 데메테르는 대지의 곡물들을 돌보는 일을 그만두었다. 이 때문에 대지가 황폐해지고 흉년이 되자 신들은 인간들이 제물을 바칠 수 없을까 봐 두려웠다. 제우스가 하데스에게 헤르메스를 보내 페르세포네를 돌려보내라고 했다.
하지만 지하세계에서 석류 몇 알을 먹은 페르세포네가 완전히 돌아올 수는 엇었다. 제우스는 타협안으로 페르세포네가 1년 중 3분의 1은 지하세계 하데스 곁에서, 나머지 3분의 2는 데메테르 곁에서 지내도록 했다.
로마에서는 베누스라 부르고 영어로는 비너스라고 한다. '베누스'는 라틴어로 '사랑과 욕망'이라는 뜻이다.
헤시오도스의 <신통기>에서는 우라노스의 남근 살점이 가라앉으면서 생긴 거품 속에서 솟아났다고 하지만 호메로스의 이야기에서는 제우스가 신들의 왕이 된 후 물의 요정 디오네 와의 사이에서 낳았다고 한다.
아프로디테에게는 '케스토스 히마스 Kestos Himas'라는 마법의 가슴띠가 있었다. 아프로디테가 이 가슴띠를 두르고 다가가면 누구도 그녀의 매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트로이 전쟁 때 그리스 연합군을 도와주고 싶었던 헤라가 포세이돈에게 이 가슴띠를 빌려와 달라고 해서 제우스를 유혹했다. 제우스가 신들에게 전투에 개입하지 말라는 엄명을 내렸기 때문이다. 헤라가 이렇게 아프로디테의 가슴띠로 제우스를 유혹한 사이 포세이돈이 그리스 연합군을 돕게 했다.
'파리스의 심판'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으로 꼽힌 이도 아프로디테다.
로마에서는 ‘베스타 Vesta’로 불렸고, 영어로는 ‘베스터 Vesta’라고 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헤스티아는 가정과 공공 기관의 화로를 담당하는 여신이다. ‘헤스티아’는 그리스어로도 ‘화로’를 의미한다.
헤스티아는 다른 여신들과는 달리 그녀의 모습을 새긴 상도 거의 없고, 그녀의 신상을 모신 신전도 없다. 그녀는 얼굴 없이 화로의 불길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서 후대의 화가들이 모두 약속이나 한 듯 헤스티아 신전의 여사제들을 마치 샤일라 히잡을 두른 것처럼 머리에 스카프를 깊이 둘러쓴 모습으로 그린 것은 헤스티아 여신의 속성을 아주 잘 표현한 것이다. 학자들은 헤스티아가 12 주신에서 빠진 이유를 그녀의 수동적이고 갈등을 싫어하는 성격을 보여주는 실례로 든다. 그녀는 디오니소스가 가장 늦게 신이 되어 올림포스로 올라오자 올림포스의 평화를 위해 그에게 12 주신 자리를 양보했다는 것이다.
로마에서는 ‘유노 Juno’라고 불렀고, 영어로는 ’ 주노(Juno)‘라고 한다. 헤라의 로마식 이름인 유노는 ’ 젊은 ‘이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 형용사 ‘유베니스luvenis’에서 유래했다. 6월을 뜻하는 영어 '준 June'은 헤라의 영어식 이름인 '주노'에서 유래했다.‘헤라’라는 말은 원래 ‘영웅 Hero’을 뜻하는 그리스어 ’ 헤로스 Heros’의 여성형으로 ‘여주인’, 혹은 ‘여걸’이라는 뜻이다.
그리스반도 원주민들이 최고신으로 모셨던 위대한 대지모신이었다. 제우스는 어느 날 헤라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다가 그녀가 홀로 산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제우스는 비를 내리게 한 후 그 비에 흠뻑 젖은 뻐꾸기로 변신해 그녀 무릎 위에 내려앉았다. 헤라가 가여운 마음에 뻐꾸기를 가슴에 품자 제우스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 강제로 사랑을 나누려 했다. 헤라는 자신을 정실부인으로 삼겠다는 약속을 받고 그를 허락했다.
헤라는 자신의 결혼생활을 방해하는 자는 누구도 용서하지 않았다. 숲의 요정 에코가 메아리로 변신한 것도, 이오가 암소로 변신한 것도, 숲의 요정 칼리스토가 곰으로 변신한 것도 모두 그녀의 질투 때문이었다. 영웅 헤라클레스가 12가지 과업이라는 시련을 겪은 것도 헤라의 질투 탓이었다.
제우스와 곡물의 여신 데메테르의 딸. 로마에서는 '프로세르피나'로 불렀고, 영어로는 '프로세르피너'라고 한다. 페르세포네는 '소녀'라는 뜻을 지닌 코레 Kore, 혹은 코라 Kora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풀밭에서 꽃을 꺾으며 놀고 있던 페르세포네를 하데스가 감쪽같이 납치해 갔다. 그러자 여신은 노파로 변신한 채 하늘의 별자리까지 딸을 찾아 헤매다가 티탄 신족의 태양신 헬리오스에게서 딸의 행방을 알게 되고 결국 제우스를 찾아가 딸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페르세포네는 지하세계에서 석류 3알을 먹는 바람에 1년의 반은 어머니 곁을 떠나 하데스의 왕비로 살아야 했다. ‘페르세포네’는 곡물의 여신의 딸답게 ‘탈곡하는 여자’라는 뜻이고 라틴어 ‘프로세르페레 proserpere’에서 유래했다. 또한 페르세포네가 지하세계에서 먹은 석류는 그녀에게 봉헌된 과일이 되었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씨알이 많은 석류처럼 페르세포네가 머무는 지하세계 또한 풍요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가이아 Gaia는 태초에 카오스에서 태어난 대지의 여신으로 ’ 게 Ge’ 혹은 ‘가 Ga’라고도 했고, 로마에서는 ’ 테라 Tera’로 불렸으며, 영어로는 ‘지어 Gaea’라고도 한다. ’ 가이아, 테라, 지어 ‘는 대지의 여신이기 때문에 모두 ’ 지구‘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가이아는 또한 대단한 지혜의 소유자였다. 크로노스에게 아버지 우라노스를 거세할 방법을 알려 주고 커다란 낫을 만들어 건네준 것도 가이아였다. 제우스가 크로노스를 비롯한 티탄 신족과 싸울 때 타르타로스에 갇혀 있는 숙부들인 키클로페스와 헤카톤케이레스 3형제를 활용하라고 귀띔해 준 것도 가이아였다. 제우스는 결국 그녀의 충고에 따라 타르타로스에서 숙부들을 구해 자기편으로 끌어들인 다음, 교착상태에 빠진 전세를 단박에 역전시켰다. 또한 며느리 레아에게 자식들을 집어삼키는 남편 크로노스의 만행으로부터 막내아들 제우스를 구할 방도를 알려준 것도 바로 가이아였다.
가이아는 평화라는 대의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자신을 희생했다. 폭력적인 우라노스에게 반기를 드는 것은 아마 인간이라면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위험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또한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평화를 이루고야 말겠다는 강한 신념의 소유자였다.
태양신으로 로마에서는 아폴로라고 불렀고 영어로도 아폴로라고 한다. 제우스와 레토 여신 사이에서 달의 신 아르테미스와 함께 쌍둥이 남매로 태어났다.
아폴론에 한 발 앞서 하루를 여는 게 새벽의 여신 에오스다. 그래서 화가들은 아폴론의 태양 마차 앞에 꼭 에오스를 함께 그려 넣었다. 아폴론의 신목은 월계수다. 그는 트레이드마크처럼 늘 월계수 가지로 만든 관을 머리에 쓰고 있다. 또한 그의 신조는 까마귀다.
아폴론은 태양신이면서도 이성의 신이다. 예언의 신이자 의술의 신이기도 하다.
아폴론은 음악의 신이다. 디오니소스가 황홀, 도취, 열정에 어울리는 북과 같은 타악기의 신이라면 아폴론은 절제, 고요함, 평온을 불러일으키는 리라 같은 현악기의 신이다. 아폴론의 아들로서 리라의 달인인 오르페우스가 연주를 시작하면 들짐승들조차도 난폭한 성정을 녹이고 유순해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디오니소스 Dionysos는 포도주의 신으로 로마에서는 ’ 바쿠스 Bacchus’라고 불렀고, 영어로는 ‘배커스 Bacchus’라고 한다. 디오니소스의 의미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 디오스 Dios’가 ‘제우스’의 소유격임을 감안하면 ‘제우스의 아들’이란 뜻이 가장 유력하며, 로마식 이름 ‘바쿠스’는 ‘외치는 자’라는 뜻인 디오니소스의 별명 ‘박코스 Bakchos’에서 유래했다. 디오니소스는 포도주의 신답게 머리에는 포도 넝쿨로 만든 관을 쓰고, 한 손에는 ’ 칸타로스 Kantharos’라는 커다란 포도주잔을 든 채 늘 포도주에 취해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디오니소스는 다른 남신들과는 달리 인간을 남녀 구분 없이 평등하게 대했다. 그래서 그의 신도 중에는 여자들이 많았다. 그들은 당시의 철저한 가부장적 사회에 심하게 억눌려 살다가 그에게 귀의하면서 탈출구를 찾았다. 그들은 디오니소스를 기리는 ‘디오니시아 Dionysia(로마에서는 바카날리아 Bacchanalia)라는 축제에서 포도주를 마시며 광란에 빠져 산짐승을 찢어 죽이는 의식을 벌였다. 또한 축제를 방해하는 자들을 디오니소스의 상징물인 회향풀 줄기 끝에 솔방울을 매달고 담쟁이덩굴을 감은 티르소스 Thyrsos라는 지팡이로 가차 없이 후려쳤다. 그래서 그들은 ’ 미친 여자들‘이라는 뜻의 ’ 마이나데스 Mainades’로 불렸다.
디오니소스는 포도주의 신이자 현대 연극의 시조인 그리스 비극을 탄생시킨 신이기도 하다. 그리스 비극은 바로 디오니소스의 신도들이 디오니시아 축제 때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경사면에 있는 소위 ‘디오니소스 극장’에서 염소 가면을 쓰고 가죽을 둘러쓴 채 춤을 추며 부른 주신찬가인 ‘디티람보스 Dithyrambos’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그렇게 염소 가면과 가죽을 둘러쓴 것은 그리스 신화에서 디오니소스의 열광적인 신도로 알려진 반은 인간, 반은 염소인 괴물 사티로스 Satyros를 연출하기 위해서였다. ’ 비극‘은 영어로 ’ 트래지디 tragedy’라고 한다. 그것은 바로 ‘염소 tragos’와 ’ 노래 ode’라는 두 단어가 결합하여 생긴 말이다. 그래서 ‘트래지디’의 글자 그대로의 뜻은 ‘염소의 노래’이다.
디오니소스는 각각 ‘자유’와 ’떠들썩한 자‘라는 뜻을 지닌 ’ 리베르 Liber’와 ‘브로미오스 Bromios’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디오니소스는 소아시아 니사산의 요정들 손에 헤라의 추적을 피하려고 여자아이처럼 차려입고 자란 터라 여성적 기질이 아주 많이 발달했다. 그가 아테네의 왕자 테세우스로부터 버림받은 아리아드네를 위로하며 아내로 맞이한 게 가장 좋은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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