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넘치던 인천의 다섯 소녀, 그 유쾌한 방문
"오늘 박물관 안하나요?"
길이 막혀서 박물관 출근이 조금 늦어진 참이었던 며칠 전, 오전 10시 정각에 전화가 왔다.
조금 늦어졌다고 양해를 구하고 부랴부랴 왔더니
인천에서 초등학교 소녀 5명과 엄마 두 분이 기다리고 있었다.
인천에서 아침 일찍 나섰다고 했다.
"아, 이거 마트료시카다!"
"맞아, 맞아. 이건 옥수수껍질 인형!"
아이들은 박물관에 있는 인형들을 잘 알고 있는 듯 하나하나 짚어가며 이름을 나열했다.
신기했다, 그리고 반가웠다.
인형에 담긴 다른 세계들을 알려주며 함께 알아가는 게 내 일인 셈인데
이 소녀들은, 어린 나이임에도 그럴 준비가 훌륭히 돼 있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세계의 인형'을 주제로 한 프로젝트를 하고 있거든요.
최근에야 박물관 홈페이지 발견하고 온 거에요."
아이들은 인형들에 관해 쓴 책 <갖고 싶은 세계의 인형>도 다 읽었다고 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형도 다양했다. 바비 인형, 베이비 돌, 그리고 미니어처.
그렇게 인형에 친근감을 가지고 있다 보니
우리 박물관의 인형들에도 관심이 많았다. 인형들 하나하나 꼼꼼히 보며 관찰했다.
재미있는 것은 설명문을 유심히 보기보다 인형 그 자체를 하나하나 보며
빠져든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의 경우 설명문을 꼼꼼히 보는 경우가 드물기는 하다.
대신 아이들은 인형을 보고 특별한 느낌을 갖는다고 할까?
예쁘다거나 무섭다는 표현을 하기도 하지만
더 구체적으로 눈이 슬퍼 보여, 웃고 있는 것 같아.
이 옷은 무슨 옷을 닮았어...이런 식이다.
그럴 때 함께 온 부모님들이 설명을 열심히 읽으라고 권하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인형의 배경을 지식으로 습득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어른보다 '보고 오감으로 느낄' 준비가 되어 있는게 아닌가 싶어
나까지 나서서 설명을 읽으라고 하진 않는다^^.
함께 온 어머니 두 분도 아이들을 따라 인형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하셨다.
"인형이 참 예쁜 것 같아요. 디테일하게 사람 모습을 재현하기도 하고..."
초등학생들이 프로젝트를 하는 것도 대견했지만 꽤 제대로 조사를 하는 듯 보였다.
"여기서 계속 살았으면 좋겠어." "이것도 이것도 갖고 싶다."
인형 하나를 두고 서로 느낌을 나누고 유쾌하게 재잘거리는 사이
시간은 꽤 지나갔다. 아쉬움에 박물관을 떠나지 못하던 아이들에게
나는 시간이 그리 걸리지 않는 아메리카 원주민 팔찌를 만들어보라고 제안했고
아이들은 너무나 신나게 자신들의 팔찌를 만들어 갔다.
서로 서로 색을 비교하고 평가하곤 또 까르르,,,까르르
하지만 색을 칠할 때는 곧 진지한 모드로 들어섰다.
몇 달 전부터 조사해 온 세계의 인형.
세계의 인형이 있다고 해서 먼 거리를 마다않고 달려온 소녀들.
인형 이야기를 들려주는 나도
잠시 그 나이로 돌아간 듯 유쾌하게 어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