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할하 부인 인형의 머리장식
인류의 옷에 대한 탐색만큼이나 흥미로운 것은 머리장식에 대한 탐색이다.
과거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세계 다양한 나라의 머리장식을 살펴보다 보면 어지간히 파격적인 이미지에 길들여진 우리라 해도 놀랄만한 디자인과 장식성을 자랑하는 디자인들을 만날 수 있다. 외몽골 할하(Khalkha:칼카로도 많이 쓰임) 여성들의 머리장식 떼르구르 우스(teregur ushi)는 이런 예의 첫손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떼르구르 우스는 마치 머리에 황소의 뿔을 얹은 듯 보여진다. 머리카락을 활용한 과감하고 대담한 모양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건 머리 장식. 여인의 머리 중간중간에 은빛 장식이 있고 산호 장식도 사이사이 박혀있다.
그리고 이 머리장식 위로는 몽골 남자들 옷에서도 가끔 보이는 작은 모자 말가이(malgai)가 커다란 머리장식과 대비되는 앙증맞은 모양으로 얹혀져 있다.
여왕을 연상케하는 이 화려한 장식은, 할하에서는 결혼을 한 여성들에게 쓰인다. 머리모양부터 자세히 들여다 보면 머리를 중심으로 양쪽 아래로 둥근 모양으로 늘어뜨려진 머리카락은 납작한 형태다. 머리 뒤로 위쪽에서부터 머리카락, 혹은 가체를 양갈래로 나눠 크고 완만한 반원을 그리며 어깨쯤에서 옷 위로 자연스럽게 늘어뜨린다.
머리카락 모양을 잡아주는 것이 어려울 것 같은데 모양이 잡혀있는 틀에 머리카락을 아교로 붙여 핀을 꽂아 고정시킨다. 머리카락 고정에는 아교 이외에도 응고시킨 양의 지방이나 버터가 이용된다고 하다. 응고된 양의 지방이나 버터는 머리 형태를 잡아주는 기능 이에외 머리카락에 광택을 주는 역할까지 더한다.
머리카락 사이로 납작하고 긴 은빛 장식을 더해 주는데 이 장식에는 산호가 주로 쓰이며 터키석도 애용된다.은과 산호, 터키석이 어우러져 우아하고도 화려한 멋을 뽐낸다. 이렇게 형태가 잡힌 머리카락은 앞부분으로 모아서 땋은 후 늘어뜨린다. 이 머리 장식의 뒷부분으로는 수가 놓여진 화려한 리본을 길게 늘어뜨린다. 이 할하 여인 인형은 이렇게 모아진 땋은 머리가 드러나지 않도록 장식하고 있는데 이는 보다 격식을 차린 형식이다. 앞머리 쪽으로는 은장식된 도구를 이용해 앞머리가 보이지 않도록 했다. 할하 여인들의 머리 장식 위에 놓인 말가이 끝부분 역시 뾰족하게 은 장식을 했다.
몽골에서는 특히 보석이나 장신구가 단순한 재물이나 장식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사회적 지위와 부의 정도를 나타내 주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부족 사이에서 정체성을 알려준다. 특히 산호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특정 의식에 사용되기도 한다. 보석이 영혼을 지켜준다는 믿음도 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남미 문화권에서는 모자가 구애에 사용되는 데 몽골에서는 어린아이들이 은 귀걸이로 여자 아이에게 호감을 표시한다는 것이다. 결혼한 여성들은 훨씬 많은 보석 장신구를 착용한다.
할하 여성들의 이 떼르구르 우스 모양에 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다. 먼저 황소의 뿔 모양이라는 설이 있는데 황소가 첫번째 할하 몽골에게 젖을 물렸다는 기원에서 유래한 것이다. 머리 장식이 위로 솟아 올라간 것이 아니라 아래로 내려왔다는 점에서 산양의 뿔 모양이라고 보는 게 맞다는 학자들도 있다.
보다 흥미롭고 자주 언급되는 근거로는 중국 청나라와 연관시켜 몽골 신화 속 독수리 모양의 성스러운 새 조왕(鳥王,항가르데)에서 나왔다는 설이 있다. 청의 만주 왕조가 17세기 몽골이 만주의 지배에 있을 때 몽골에 까마귀 형상이 있는 난로를 보냈는데 까마귀는 대표적인 흉조로 만주 왕조가 까마귀를 보낸 것이 몽골을 지배한다는 의미였다는 것이다. 이에 크게 반발한 몽골인들은 이 까마귀로 상징되는 만주 왕조의 억압에 대항하기 위해 여성들의 머리 장식을 까마귀를 물리치는 독수리 날개 모양으로 만들어 착용했다는 것이다.
머리 장식 그 자체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떼르구르 우스의 독특하고 위엄있는 모양은 스타워즈 에피소드1에서도 차용된 바 있다. 나탈리 포트만이 연기한 아미달라 여왕의 머리 장식이 바로 여기서 모티브를 얻었다.
떼르구르 우스는 보석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집안에서 귀하게 취급된다. 집안 대대로 이 떼르구르 가스를 가보로 여기며 소중히 보관한다.
몽골에서는 남녀 모두 델(del) 이라는 이름의 옷을 입는다. 특히 결혼한 여성들의 델을 일컬어 에흐네르 델(에흐네르는 '부인'을 뜻한다)이라고 한다. 결혼한 할하 여성의 경우 머리장식만큼이나 델도 특이하다. 어깨 부분 위족으로 마치 돌기가 솟아오르듯 불룩 튀어나온 부분이 있다.이 꽤 길게 솟아올라 있다. 황소의 날개뼈를 흉내내어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지는 이 독특한 델은 황소로 상징되는 몽골 유목 정신을 반영한 것이라고 하며 '높은 어깨'라는 뜻의 몽골어 '툰두그르 무르테(Tuntger mortei)'라고 한다.
몽골의 경우 구전문화가 강했던 탓인지 자료를 찾기가 어려웠다. <세계복식문화사,예담출판사>,<몽골민속기행,자우출판> 등을 참고하긴 했지만 <유목민의 꽃-몽골 여자 복식의 흐름>저자이신 최해율 작가께서 오래전부터 꾸준히 연구하고 발표해 온 자료에서 거의 많은 내용들을 알 수 있었다.
<세계인형박물관 유튜브>에서도 관련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aEkGDUPhOx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