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 신부 인형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이 여인은 결혼을 하는 신부의 인형이다.
분홍색과 파랑, 보라색이 조화롭게 어울린 천은 결혼이라는 일생의 중요한 순간을 축복하기에 충분할 만큼 화사하다. 드레스의 앞섶, 소매 단을 따라서는 정교한 자수가 놓여져 있다. 머리카락은 몇 가닥으로 나뉘어 가닥마다 예쁘게 장식했다.
인형의 옷을 몇 번이나 다시 봤다. 기본으로 입은 옷의 무늬와 장식도 화려하지만 마치 우리의 장옷처럼 머리 위에 뒤집어 쓴 옷은 그 색이며 패턴이 예뻤고 촘촘한 비즈 장식과 자수는 마치 이보다 더 화려한 옷이 있을까 싶게 멋을 냈다.
우즈베키스탄 옷이 이렇게나 화려할 일인가?
자료를 찾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 그렇다, 우즈베키스탄은 세계적으로도 이름난 우수한 직물을 자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오래전 부터!
우즈베키스탄은 고대로부터 이어져 있던 동, 서양의 교역로 실크로드의 중심지였다. 비단을 실어나르던 길의 한가운데 있었던 나라, 아주 오랜 옛날부터 동양과 서양 문화의 교류가 있었던 나라에서 이렇게 화려한 천이 나왔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겠다.
우즈베키스탄을 대표하는 직물은 이카트(Ikat)라는 염색법을 쓴다. 이카트는 직조를 하기 전에 실을 묶어서 먼저 염색을 하는 기법으로 무늬의 경계선이 흐릿하게 나오는 특색을 가진다. 우즈베키스탄의 이카트 염색은 크게 명성이 나있는데 예전에는 비단에 적용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비단과 면을 섞어 직조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이렇게 비단과 면을 섞어 만든 실용성 있으면서도 매끄러운 천을 칸 아드라스(khan adras), 혹은 칸 아틀라스(khan atlas)라고 하며 이 방식으로 만든 여성의 옷도 이 이름으로 부른다.
전설에 따르면 이 직조법은 가난한 직공에 의해 만들어졌다. 먼 옛날 우즈베키스탄 페르가나(Fergana) 계곡의 소도시 마르길란에서 그곳의 지배자 칸이 이 직공의 아름답고 어린 딸을 다섯 번째 부인으로 맞이하고 싶다고 했다. 어린 딸을 강제로 시집보내고 싶지 않았던 직공은 칸에게 달려가 무릎을 꿇고 마음을 바꿔달라고 사정했다.
칸은 "네 딸의 아름다움을 잊을 만큼 특별히 아름다운 것을 가져오면 마음을 바꾸겠다"고 했다.
절망에 빠진 직공은 궁을 나와 아리크(aryk)라는 작은 수로 옆에 앉았다. 어찌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때 수로를 따라 흘러가는 물결에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 수로 옆 꽃이 활짝 핀 나무가 아름답게 반사되는 것을 보면서 영감을 얻었다. 직공은 당장 집으로 가서 아름다운 직물을 만들었고 그게 이카트 기법의 유래가 되었다. 이카트 기법은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아브르반드(발음은 정확치 않음 abrband)'라고 해서 '구름을 묶는다'는 뜻이다. 천의 아름다움에 감탄한 칸은 직공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마르길란에서 짠 직물은 섬세하고 손이 많이 가는 만큼 독보적인 아름다움으로 유명해서 옛날에는 금과 교환해야 할 정도로 가치가 있었다고 한다. 우즈베키스탄의 오래된 도시 마르길란(Margilan)은 특히 이 아드라스 생산지로 유명해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됐다.
이 여인은 이렇게 화려한 직물의 옷을 입고 머리에도 옷 비슷한 걸 둘렀다. 이 옷의 뒷부분을 보면 놀랍게도 소매가 있다. 조선시대 우리가 입었던 '장옷'과 너무나도 닮은 형태다.
이 옷의 이름은 '파란자(paranja)'. 파란자는 모양이며 기능이 장옷과 많이 흡사하다. 소매 2개가 달려있지만 실제 팔을 끼우는 목적은 아니다. 두 개의 소매 끝부분은 아예 고정되어 있다. 지금은 우즈베키스탄에서도 결혼식이 아니면 파란자를 입지 않지만 파란자는 어찌보면 조선시대 장옷보다 더 폐쇄적으로 여성의 얼굴을 가리는 목적으로 쓰였다. 옛날에는 파란자를 머리에 둘러쓰고 얼굴부분에는 말총을 길게 늘어뜨려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게 썼다. 부유한 여성들이 외출할 때 얼굴을 가릴 용도로 썼다. 가난한 집안에서는 남자 친척의 옷을 빌려 뒤집어 썼다고도 한다. 이슬람 문화의 영향인데 소련이 우즈베키스탄을 통치하던 시절에는 착용을 금지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 신부 인형의 파란자는 원래 목적이 뭐였을지 잊을 만큼 아름답게 꾸며졌다. 조화롭게 어울린 색감이 만들어낸 세련된 분위기에 비즈와 꽃장식 , 자수 장식으로 치장되어 있다. 신부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장옷이 먼저인지 파란자가 먼저인지 어떻게 이렇게 똑닮은 형태의 예사롭지 않은 의복이 있는지 궁금했지만 명확한 자료를 찾지는 못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귀금속 장식을 중요하게 여긴다.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면 무거울 만큼의 귀금속을 장식한다. 신부 인형의 양쪽 귀에는 꽤 큰 귀걸이가 있고 목걸이도 여러 겹으로 둘러져 있다.
우즈베키스탄에서의 결혼은 하루는 신부집에서, 그리고 다음날은 신랑집에 가는 것으로 치루어진다. 특히 신부는 '신부의 인사'라고 해서 신랑집에서 친척들에게 인사를 치르는 행사가 있다. 예전에는 주로 중매를 통해 결혼을 했지만 현대 들어서는 연애 결혼이 많다고 한다.
이번에 자료를 찾으면서 우즈베키스탄의 국기과 문장이 예쁘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남미 대륙 국가들의 국기가 꽤 섬세한 그림들이 들어가 있는데 우즈베키스탄은 간결하면서도 세련되어 보이는 색감으로 국기를 표현했다.
국기의 파란색은 하늘과 물을 상징하고 흰색은 평화를 상징하며 녹색은 자연의 생명력을 상징하며, 젊음과 희망의 의미를 내포한다고 한다. 붉은색은 붉은 피의 상징으로 생명력을 표현하고 초승달은 이슬람의 전통을 나타내며, 12개의 별은 우즈베키스탄을 구성하고 있는 12개의 주(州)를 의미한다.
문장의 그림에서 오른쪽의 밀 이삭과 왼쪽의 면화 화관이 태양을 감싸고 있는 형태고 꼭대기의 8각별은 국가 통합, 별 안의 초승달과 별은 이슬람교의 신성함을 상징한다. 문장 중심부의 후모새는 신화에 나오는 행복의 새로 국가의 재탄생을 나타내고 삼색 리본은 우즈베키스탄 국기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관련 영상 유튜브 = https://youtu.be/YvYDU2Ij0j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