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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혜진 코치 Nov 30. 2020

이러다 나의 실체가 드러나는 게 아닐까?

펜트하우스 하은별의 가면 증후군




자신을 믿지 못하고 스스로 깎아내리는 행동이 소심하고 무능한 사람들만의 습관은 아니다. 전문가 집단에서 한 번쯤은 경험한다는 ‘가면 증후군 imposter syndrome’은 세계적인 피겨스케이팅 스타 김연아 선수의 인터뷰에서 인용되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최근 봉준호 감독의 통역을 맡아 세간의 주목을 받은 영화감독이자 통역가 샤론 최Sharon Choi는 공식 인터뷰에서 ‘가면 증후군’에 시달렸던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기도했다. 이 증후군은 자신은 명성에 걸맞은 능력을 갖추지 못했지만 운이 좋았다고 착각하면서 자신의 진짜 모습이 탄로 날까 봐 불안을 느끼는 심리적 현상을 말한다 Pauline Clance,Suzanne Imes,1978. 

 


언젠가 나의 실체가 드러나는 게 아닐까?



P는 모 제약회사의 영업사원이다. 전문지식이 풍부한 데다가 실적도 월등해서 동료들에게는 늘 선망의 대상이다. 원래 유통 영업 MD로 오래 일했던 P는 성과를 낼 때마다 ‘이쪽 분야는 문외한인데, 이번엔 정말 운이 좋아서요.’라며 늘 겸손하기까지 하다. 그녀가 처음 활동하기 시작할 때만 해도 제약영업은 여성에게 불리하다는 편견이 있었지만 그녀는 늘 목표실적을 가뿐히 넘어서는 데다가 항상 여유 있게 미소 짓는 강철멘탈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그녀는 어느 날 친한 동료를 붙들고 '매일 회사 주차장에서 내릴 때마다 심장이 쪼그라드는 느낌이야’ 라며 불안한 속마음을 털어놓았는데 어쩐지 진지한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멋쩍은 웃음이 터졌다. 예상대로 P의 동료는 가진 놈이 더 하다더니 엄살 피우지 말라며 목표 실적에 훨씬 못 미치는 자신의 리포트를 들고 성을내며 차에서 내렸다. 그녀는 괜한 말을 했다고 잠시 후회했지만 바로 다음 순간 안도감이 느껴졌다. 동료에게 위로받지는 못했지만 무능함을 들키지는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가면 증후군’ 역시 주변의 기대감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사회부과적 완벽주의'가 주요원인이다. 그녀는 항상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자신의 본 모습이 아니라 완벽해 보이는 가면이라고 생각하면서 마치 자신이 사람들을 속인 것 같은 죄책감을 느꼈다. 가면증후군에 시달리는 이들은 언젠가 실체를 들켜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쳐내기 위해 항상 치열하게 노력한다.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계속해서 점검하는 ‘자기검열’을 반복하다가 마침내는 번아웃을 겪게되는 것이다. 여기서 여성을 사례로 든 것은 이 증후군이 여성에게서 훨씬 빈번하게 보고되었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70% 이상이 이 증후군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psychological today,2013, 성공한 여성의 대부분이 이것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들이 느끼는 '가면 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은 다음과 같다. 


- 일이 잘못되면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를 비난한다.
- 실수했을 때 자신을 용서하기가 어렵다.
- 대화가 끝난 후에도 자신이 한 말이나 하지 못한 말에 대해 계속 생각한다.
- 자신이 저지른 사소한 실수를 모두 기억하고 있다.
- 타인의 비판은 자신의 부족함에 대한 증거라고 생각한다.
- 지나치게 성공하면 직장에서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지나치게 성공하면 관계를 유지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너무 똑똑하거나 지나치게 나서면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 사소한 비판이나 조언을 인신공격이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인다.
- 자신의 실수를 감추려 하고 겉으로 드러난 경우에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을 공격하고 그 사람의 약점을 찾아 보복하려고 한다.  


출처: 발레리영 Valerie Young의 연구를 참고하여 수정함.


이 증후군이 갖는 가장 큰 특징은 끊임없는 ‘자기 불신’이다. 간혹 이들은 자신감 없는 모습을 감추려고 독단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말하지 않으면 자신을 몰라줄까 봐 일부러 자신의 업적을 부풀려 말하기도 하고, 정반대로 알아서 모시라고 유세를 부리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자기 확신에서 나오는 '당당함'과 자기 불신을 숨기기 위한 '부풀리기'는 겉으로 보기에도 확연히 다르며, 이러한 행동의 이면에는 불완전한 자신의 모습이 드러나면 사람들에게 거부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깔려있다. 


이런 불안감이 심해지면 자신만 부족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려고 상대방의 결점을 들춰내기도 하는데, 우리가 흔히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리더와 전문가들조차 이런 증상에 시달리는 것을 보면 이것은 부족한 사람의 약점이라기보다는 누구나 가진 인간적인 모습에 가깝다. 이러한 ‘자기 불신’을 근본적으로 없애려면 오랜 시간의 ‘자기 돌봄’이 있어야 하지만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가면 증후군’을 겪고 있음을 인정하기


악몽에서 깨어나기 위해서 ‘이건 꿈’이라고 소리쳐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대개는 식은땀을 흘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게 된다. 마찬가지로 비이성적인 사고패턴을 알아챈 순간 자신의 생각에 오류가 있음을 의식적으로 상기 시키는 것이 이러한 증상에서 빠져나오는 첫단계이다.   


둘째, 자신을 설득시킬만한 증거 남기기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깐깐한 편이라면 성취 리스트를 따로 적어 관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여기에 성취한 과정을 함께 정리하고, 그 과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면 결과를 모두 운으로 돌리기에는 너무나 치열하게 노력해 온 흔적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최선을 다한 사람은 ‘운도 실력’이라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셋째, 칭찬은 칭찬으로 듣고, 감사인사로 대답하기

 

‘자기불신’의 늪에 빠지면 칭찬을 수용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러한 생각이 마침내는 감정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멀쩡히 잘 있다가도 칭찬만 받으면 내면에 있던 ‘자기 불신’이 자극을 받아 다시 불안해지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칭찬을 거부하는 대신 겸손하게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면 생각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어리석은 자들은 확신에 차 있고, 현명한 사람들은 자신을 지나치게 의심한다는 데 있다.

-버틀런드 러셀-



마지막으로 ‘가면 증후군’을 극복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의 인간적인 모습을 인정하고 드러낼 수 있는 용기다. 위의 사례에서 P가 조금 더 용기내어 동료에게 진지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면 어땠을까? 설령 그녀가 이런 증상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더라도 동료는 기꺼이 그녀의 불안한 마음을 토닥여 주었을 것이다. 혹시 모두가 자신을 판단하고 시기하는 것처럼 느껴져 두렵다면 큰 맘먹고 주변을 한 번 돌아보라. 세상에는 나도 몰랐던 내 편이 아주 많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사람의 뇌는 본능적으로 외부의 위험한 정보에 먼저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본능대로 살면 모두가 나를 위협하는 경쟁자로 보인다. 내 편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은 내가 마음을 여는 순간부터다.



출처: 윤혜진,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 플랜비디자인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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