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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혜진 코치 Mar 11. 2021

입장바꿔 생각하기 어렵다면?

공감능력을 키우는 방법



입장바꿔 생각해 보라는 호소가 통하지 않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일도 있고, 상대의 입장을 미루어 짐작할 수는 있지만 그 마음이 느껴지지 않아 공감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 나를 위로할 때 모르면 가만 있으라고 소리치는대신 고마운 생각이 드는 이유는 그가 나에게 위로의 한 마디를 건네려고 머리로 가슴으로, 얼마나 애를 썼을지 짐작하기 때문이다.  


연극배우가 인물을 구상한 극작가의 마음을 속속들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마침내는 역할에 빠져들어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스스로 극중 인물이 되어 고민을 거듭하면서 자신이 맡은 배역을 온 몸으로 이해한 것이다. 연극에서 연출자와 배우의 해석이 서로 달라 인물을 표현하는데 마찰을 빚는 경우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합의점을 찾게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연극에서 인물을 해석하는 과정이 삶에서 상대방을 깊이 공감하는 것과 비슷하다. 배우가 극중 인물의 삶을 실제로 경험하지 않고도 온전히 그 사람이 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간혹 스님 역할을 맡은 배우가 머리를 깎고 오랜기간 사찰에서 지낸다든지, 거식증을 앓는 배역을 소화해내려고 촬영기간내내 물만 마셨다는 연기자들의 후일담을 들어보았을것이다. 극중 인물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고 느끼기위한 피나는 노력이다. 하지만 친구나 가족, 동료를 이해하기위해 항상 이와같은 극단적인 처방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아무런 준비없이 무작정 상대방을 이해하겠다고 달려들었다가는 아예 관계를 포기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공감하기가 그렇게 쉬운 일이었다면, 이렇게 많은 학자들이 연구하고 수 많은 사람들이 불통을 호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모든 일에는 준비운동이 필요하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아들의 마음을 이해하겠다고 온라인 게임을 하고 유행가를 외우기 전에 다양한 관점을 수용할 수 공감능력을 키우는 것이 먼저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고 갑자기 열린마음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관점을 확장하는데 좋은 자극이 됨에는 틀림없다. 나는 중3때까지 커다란 오토바이는 폭주족이 타는 줄로만 알았다. 그러다 아래층으로 이사 온 인자하신 의사 선생님이 주말마다 도로를 폭주한다는 충격적인 사실 덕분에 나름대로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었다. 만일 그때 ‘의사라고 별거없군. 폭력성을 감추고 있는 게 틀림없어. 겉다르고 속다른 사람이네.’ 라고 생각했다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아무리 많은 사람을 만나도 자신의 기준에 따라 상대방을 평가하고 분류한다면 공감능력은 개선되지 않는다. 

  

글을 써서 생각을 공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온라인 글쓰기 플랫폼에 글을 올리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기회가 생긴다. 오랫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사실을 글로 썼지만 완곡하게 반대하는 독자를 만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글보다 댓글에 더 공감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나는 '이런 자아성찰은 일기장에나 쓰라'는 무시무시한 댓글을 읽기도 했지만  다양한 경로로 유입된 독자들의 새로운 관점을 경험할 수있다는 것은 온라인 글쓰기 플랫폼이 가진 가장 큰 장점중에 하나다.  

마지막은 읽기다. 

한 때 소설읽기가 대인관계지수를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여러곳에서 인용되면서 관심을 끌었던 적이 있는데, 여기서 핵심은 공감력이다. 인물과 사건을 상상하면서 다른사람의 관점을 경험하게 되고, 이것이 상대방을 공감하는 능력으로 이어진다. 꼭 장편소설이나 긴 글이 아니어도 좋다. 실제로 소설읽기와 공감능력 향상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한 실험에는 앨리스 먼로Alice Munro의 단편집에 포함된 단편소설이 들어있었다.Reading Literary Fiction Improves Theory of Mind, 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 (2013) 그 밖에 가벼운 에세이에도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 다양하게 묻어난다. 특히 온라인 글쓰기 플랫폼에는 책에는 담지 못하는 생생한 사례로 풀어낸 글들이 넘쳐난다. 두꺼운 책을 고르고 읽는것에 비해 부담이 적은데다가 생동감있는 사례는 읽는 재미를 더한다. 자신에게 가장 편한 방식으로 읽고 쓰고 생각을 나누면 된다.

 

똑같은 것을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우리의 공감능력을 확장시켜 충분히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다.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다양한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며 관점을 확장하는 연습은 공감이 필요한 순간에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지금까지 어려운 관계를 변화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 왔는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관계를 포기해버리거나 자신의 괴로운 심정을 호소하며 상대방에게 변화를 강요해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나는 그 사람, 이해가 된다.’ 라고 말하는 것은 그 사람의 입장을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감은 우리를 너그럽게 만들고, 상대방의 감정을 움직여 변화의 여지를 준다. 누군가 자신의 입장에 서서 진심으로 자신을 공감할 때, 사람은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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