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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혜진 코치 Mar 09. 2021

사람은 변할까?

관계는 '선택'이 아니라 '성숙'이다.

https://brunch.co.kr/@jinon/78



'사람은 변한다’라는 명제를 놓고 대부분의 진화 심리학자들은 타고난 유전적 요인과 후천적 요인이 반반의 확률로 작용하는 것으로 본다. 사람의 성격을 결정하는 유전자의 형질 자체에는 변화가 없지만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는 주어진 환경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운명대로만 살아가야 한다면 얼마나 불행한가. 학자들의 연구는 우리가 얼마든지 인생을 바꿔나갈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에 힘을 실어준다.



세상에 변하지 않고 영원히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은 없지만 사람들은 바꾸기 힘든 것일수록 ‘원래 그런 것’이라며 쉽게 수긍해버린다. 관계도 마찬가지다. 어려움이 생기면 포기하는 것으로 상황을 피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을 바꿀 수는 없으니 내가 바뀌어야겠지요.’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상황에 맞닥뜨리면 이것은 순식간에 자포자기의 다른 말로 전락해버린다. 혹은  자신은 불편한 상황에서 상대방을 핑계로 도망쳐놓고 누군가에게는 ‘당신이 먼저 달라져야 함’을 강요하기도 한다. 이런 생각과 행동은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람은 변한다. 단, 다른 사람이 마음대로 고쳐 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변한다. 생각이 변하면 행동은 저절로 달라지고 생각을 바꾸려면 여기에는 반드시 감정의 마중이 필요하다. 생각과 감정, 행동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있는데 이에 관해서는 이전 브런치 <그때, 나는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에서 잠깐 이야기 나눈 적이 있다. 감정을 움직이는 힘은 공감에서 나온다. 공감은 다른 사람이 느끼는 것을 머리로 이해하고 마음으로 체험하는 과정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는 것과 마음을 읽는 것은 다르다. '내 자식은 내가 안다'라고 큰소리치는 부모가 사춘기 자녀에게 가장 자주 듣는 말은 '엄마는 내 마음을 모른다'라는 볼멘소리다.



현대 의학으로는 사람의 유전자를 조작하여 그가 살면서 쌓아 온 모든 기억을 한 번에 바꿔놓을 방법은 없다. 하지만 누구나 스스로 달라지려고 마음먹는 그 순간부터 달라질 수 있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 아빠가 달라졌어요.’와 같은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기획자는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를, 아빠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수도 없이 했을 것이다. 시간에 맞춰 본방사수하는 시청자도 마찬가지다. 악플에 시달릴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사연을 보냈을 출연자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심지어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고 채널을 돌려버리는 사람들도 속으로는 분명 고쳐 쓰고 싶은 관계가 있다. 그런데 방송을 보면 고쳐 쓰겠다고 매를 들거나 잔소리를 퍼붓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관계 속의 사람이 변하기 시작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바로 ‘공감’이 일어나는 그 순간이다.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라고 체념한 관계에서는 절대로 공감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만큼 변하기도 어렵다. 우리는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만들려고 자명종을 맞추고, 아무리 해도 혼자서는 금연이 어려울 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관계를 변화시키려는 노력도 이와 비슷하다. 상황에 따라서는 재촉하지 않고 상대방을 지켜보는 노력도 필요하다. ‘신경 가소성 이론 neuroplasticity’에 따르면 사람의 뇌는 소소한 자극을 받을 때마다 끊임없이 변한다. 매 순간 서로의 눈 마주침과 말 한마디로 상대방과 나를 변화시킬 수 있다. 좋은 관계는 더 좋은 대상을 선택하여 옮겨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사람은 불변의 본성을 타고나는가에 관한 철학적인 고민은 잠시 접어두고, 서로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지기로 마음먹는 순간부터 관계는 성숙한다.  관계는 선택이 아니라 성숙이다. 



함께 관계를 만들어 가기 위한 노력에 대하여, 

to be continued..


사례는 저의 이전 브런치를 인용했습니다. 

조금 뜬금없지만 요즘은 햇살이 정말 좋아요~ 봄을 느끼는 하루 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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