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재미', 누군가는 '이득' 의 무기
회의가 많다.
회의가 잦다.
이제 생긴 지 반년밖에 안된 신생 팀, 신생 채널.
만들어 가야 할 것이 태산이고, 조각에 덧칠을 거쳐 모양을 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여러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얼마 전에는 회의 중에 이런 얘기가 나왔다.
"너는 어떤 이유에서 TV를 보니? 어떤 프로그램을 어떻게 보니?"
그 물음에 잠시 생각을 해보았고, 나는 이야기했다.
나는 '이득'을 위해 본다고.
실제로 그렇다.
어릴 때만 하더라도 '호기심천국', '일밤', '인기가요' 등 시간대를 달달 암기하고
매주 같은 시간에 앉아서 팬인 마냥 습관적으로 보곤 했었는데.
나이 서른 넘고, 일로 시작한 지도 벌써 수년 남짓.
이제는 단순히 재밌다고 보지 않고, 그 시간대에 맞춰서 보지 않는다.
대로가에 자리 잡은 가족형 맛집에서 이미 골목 구석구석의 맛집으로
TV 환경은 바뀐 지 오래이고, 중장년층 대학생 직장인부터
예술가 사무직 노동자까지 취향이 구분 지어진다.
지금의 나는 재밌다고 해서 찾지 않는다.
그것이 '태양의 후예'부터 '신사의 품격', '장보리', '상속자들' 등
드라마들을 보지 않는 이유이고
'1박 2일', '런닝맨', '정글의 법칙'을 보지 않는 이유이다.
일단 나와 언어가 맞지 않고 보고 나서 나에게 그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의미 있는 어떤 프로그램이 있다.
JTBC에서 하는 '썰전'.
예능에 정치를 입히고, 미디어비평을 입히고, 경제를 입힌다.
그것은 TV조선의 공격형 정치 프로그램 '뉴스를 쏘다'와는 다르고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TV 속 TV'와 다르고, CNBC와는 또 다르다.
이거 하나만 봐도 한주의, 최신의 이슈를 접할 수 있고
좌, 우의 입장부터 자동차, 인문 분야 전문가부터 일반인의 견해까지
다양하게 접하면서 내 생각을 만들어갈 수 있다.
중요한 건 이것이 '얇다는' 것이다.
'우주의 얕은 재미' 피키캐스트부터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까지
얕다는 것은 지식 과부하와 정보 비만에 빠져 허우적 대는
지금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코드이다.
어쨌든 매일 토요일 아침 눈을 뜨면,
나는 썰전을 본다.
본방사수는 하지 않는다.
회사에 학업까지 마치고 집에 와 피곤함에 몸을 뉘이고
또 다른 이슈에 깊이 빠져들고 싶진 않기 때문이다.
개운하게 몸을 회복하고, 주말 아침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면서
'얕게' 즐기는 것이 일상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프로그램, '수요미식회'
먹고 떠들고, 핫한 패널들 나와서 리액션 배틀을 펼치는
그런 복제 프로그램이 많았는데 그 와중에
진정성을 입히고, 본격 미식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는 것이 꽤나 재미있다.
마치 술자리에서 나는 술안주로 뭐가 좋고, 어떨 때 어떻게 먹는 것이 좋아
너는 어떤 걸 반주로 먹는 걸 좋아하니 등
이야기를 나누듯이 편안하게 떠든다.
물론 나는 '이득'을 위해서 찾기 때문에
내가 관심이 있지 않는 종목이 나왔을 때는 회피를 한다.
정말 꽂히는 주제가 아니고는 클립으로 흘려 본다.
좋아하는 프로그램도 아이템이 매혹적이지 않으면 흘리고
그냥저냥 하다가고 주제에 꽂혀 잠깐 찾기도 한다.
TV 앞에 앉는 게 한 달에 몇 번 안되고
리모콘을 돌리며 걸리는 것을 시청하는 것은 오직 운동할 때만.
나는 한 마디로 높은 빌딩 옥상에 올라가 살펴보다가
목표를 찾게 되면, 총구를 대고 정확히 쏘는 저격수 타입의 시청자가 맞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콘텐츠가 취미이지만
TV가 취미는 아니 인가 보다.
사람들은 어떻게 TV를 볼까?
왜 TV를 볼까?
크래프트 비어 하나 올려다 놓고,
매콤한 꼼장어 먹으면서 담백하게 떠들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