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의 일부이거나 치명적 독이거나
올해로 14년 차 직장인이 되었다.
연차가 쌓이고 커리어가 조금씩 자라면서 이제 일에서 감정을 빼는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과 라이프를 분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갖기 시작했다. 일을 하지 않을 때는 회사의 전투원이 아닌 온전히 개인의 모드로 스위치 전환을 잘할 수 있었다. 바로 이전까지의 버전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곳에 오게 되었다.
새로운 곳에서 조직의 장으로 하나의 본부를 맡게 되고 나서는 그게 다시 어려워졌다. 때론 일에 감정이 섞이기도 하고 일을 하지 않을 때도 계속 생각이 맴돈다. 퇴근 후는 물론이고 주말에도, 때론 잘 때 꿈에서도. 일할 때 가진 어떤 감정이 일상을 계속 따라다니기도 한다. 이전에 일 했던 세계가 내가 주도해서 만드는 내 일의 영역이었다면, 이제는 함께하는 크루의 일을 포함한 커다란 영역이다. 타인의 일까지도 나의 세계이다.
이쯤 되면 생각이 든다.
일에서 감정을 빼는 게 좋은 건가? 아니면 감정까지 담아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게 좋은 걸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다. 하나의 견해로 일 = 나, 내가 하는 일 = 나의 의미로 동일시하게 되면 그 안에 감정을 빼고 일 그 자체로만 대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이때는 일의 희로애락이 나의 희로애락이 된다. 반대의 견해로는 반발짝 물러나 일을 일 그 자체로 봐야지 감정을 섞으면 나 그리고 함께 일하는 모두가 힘들 수 있다는 입장이다. 되돌아보면 일에 감정을 섞는 것이 좋지 않을 때가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최근 한 글을 보게 되었다.
일에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다는 건 여전히 아마추어라는 증거라는. 이 글귀를 보고 마음이 따끔해졌다. 일에 감정을 담아 쏟아내는 것은 열정이나 혼신의 징표가 아니라, 프로가 아니라는 징표구나. 나는 아직 단단하게 여물지 않았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된다. 글에서 가장 인상이 깊었던 문장을 하나 담아본다.
"대화도 좋고 토론도 좋고 비판도 좋지만, 모든 건 이성적인 테이블 위에서 펼쳐져야 합니다. 아 저 사람 감정적으로 주체하지 못하는데? 라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기대가 무너집니다. 그 순간 생각합니다. 아 저 사람은 프로가 아니구나."
그렇다. 일에서 감정을 떼고 달려야 한다. 그것이 프로의 세계니깐. 물론 감정을 품어도 된다. 그런데 그걸 내비치지는 않아야 한다. 감정은 공감의 무기로 활용해야 하지, 나의 감정을 펼쳐내는 건 독일 수가 있다. 문득 감정을 쏟았던 순간들을 다시 그려보게 된다. 그 순간의 감정을 동일하게 맞이한다면 이제는 이성적인 테이블 위에서 펼쳐야지. 왜냐하면 프로니깐. 나의 일도 프로로서 바라고 나를 고용한 거니깐.
그리고 일을 하며 생각해 볼 만한 가치 있는 질문을 몇 가지 담아본다. 이 질문들은 일과 감정에 대한 고민이 드는 모든 직장인들에게도 유효한 질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할 때 어떻게 감정을 품고 일을 하고 있을까?
일할 때 부정적 감정이 크게 들 때는 어떨 때일까?
일할 때 부정적 감정이 들 때 어떻게 드러날까?
그렇게 가진 감정을 어떻게 내 안에서 풀어낼까?
*참고 원문 : 김도영님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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