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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영 Jun 26. 2023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다는 건 여전히 아마추어라는 증거

열 개의 문단으로 전하는 짧은 생각 : 열문단 #.22

01. 

여러 컨텐츠를 통해서 반복적으로 한 말이지만 저는 '프로'라는 개념에 대해서 명확한 기준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돈이나 시간이나 관심을 소비하도록 만든 사람은 모두 '프로페셔널'한 사람이라는 생각이죠. 왜냐면 그렇게 빼앗은 소중한 재화(?)에 합당한 결과물을 돌려줘야 하는 게 제공하는 사람의 도리가 아닐까 싶거든요. 그래서 타인으로부터 뭔가를 받았고, 그에 걸맞은 대가를 보여줘야 하는 사람은 모두 프로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냉정하지만 사실입니다...) 


02. 

자, 그럼 반대로 이렇게 한 번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프로에게 있어서 가장 아마추어 같은 행동은 뭘까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몇 가지 사항이 벌써부터 떠오르려고 하지만, 시간 약속 안 지키기, 퀄리티 못 맞추기, 스스로의 역량을 과대포장하기 같은 상식선에 어긋난 수준의 대답들은 제외하고 한 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물음에 딱 한 가지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바로 '감정적으로 반응하기' 입니다.  


03. 

이유를 설명드리기 전에 이 일화를 하나 소개해 드리고 싶네요.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을 집필한 월터 아이작슨이 그가 사망하기 며칠 전 마지막 산책을 함께하며 이런 질문을 던졌다고 합니다. 

"스티브. 혹시 당신의 삶에서 가장 후회되는 포인트가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그야 화를 못 참은 거겠죠. 저는 거대한 우주를 탐낼 정도로 욕심이 컸지만, 모래알보다도 작은 심보(temper)를 가지고 있었어요.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다는 것도 싫지만 나 자신의 못난 모습이 반복해서 떠오르는 게 더 힘든 경험이에요." 


04.  

네 그렇습니다. 오만함의 극치였다는 스티브 잡스도 자신의 '감정적인' 성격을 마지막까지 후회했다고 알려져 있죠. 이미 정답을 여러 번 얘기한 것 같지만 저는 우리가 절대해서는 안되는 첫 번째 행동으로 '감정적인 대응'을 꼽습니다. 그 상황이 아무리 곤란했다고 해도, 내 마음의 상태가 얼마나 거지 같았는지(?)를 감안한다고 해도 프로라면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줄 아는 게 기본적인 덕목이자 일종의 교양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05. 

저는 최근의 경험 속에서 이런 생각이 더 굳어졌습니다. 감정적인 사람의 특징이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대표적인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더군요. 바로 타인이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정색하고 예민해지지만, 그만큼 본인의 감정적인 반응들에는 관대하고 파렴치하다는 사실입니다. 내로남불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고 해야 맞을까요...? 메타인지도 중요하지만 메타감정을 이해하는 것도 정말 중요하겠다 느꼈던 포인트가 바로 이 지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06. 

대화도 좋고, 토론도 좋고, 하물며 비판도 좋지만 이 모든 건 이성적인 테이블 위에서 펼쳐져야 합니다. 커뮤니케이션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아 저 사람...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데?'라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기대가 무너지기 때문이죠. 경제관념 없는 사람에게 돈을 맡길 수 없고, 진솔하지 못한 사람에게 속마음을 얘기할 수 없듯, 감정적인 사람에게는 이성에 근거한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게 지극히 당연합니다. 따라서 감정을 다룰 수 있다는 건 특별한 능력이 아닌 가장 기본적인 의무이기도 한 것이죠.  


07.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는 '저는 금방 업되고, 금방 다운돼요', '저는 불같이 화를 낼지언정 뒤끝은 없어요', '하고 싶은 말 하고, 맘 가는 대로 살고 싶어요'라는 사람들과는 (백 번 양보해서) 커피 한 잔 같이 할 수는 있어도 업무를 함께한다는 건 꽤나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가 이 모든 상황을 컨트롤할 수 없다는 게 문제지만, 견지의 태도를 가지는 것 정도는 충분히 실천할 수 있는 부분이죠. 위험의 신호는 감지하고 살아야 실제 위험이 닥쳤을 때 피할 수 있으니까요. 


08. 

더불어 본인이 조금이라도 높은 지위에 있거나 누군가를 컨트롤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다시 한번 스스로를 체크해 보길 바랍니다. 본인이 던진 작은 감정의 조각들이 누군가에게 커다란 블랙홀이 되어 다수를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으니까요, 비책 같은 방향을 제시할 수는 없을지언정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판을 뒤엎는 결과는 만들지 않았으면 합니다.  


09.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타인의 돈이나 시간, 관심을 사는 사람들은 모두 '프로'입니다. 그렇기에 이 재화를 지불하는 사람들 역시 프로의 마인드로 지갑과 마음을 여는 것이지 아마추어적인 기대감으로 우리에게 접근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그럼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보다 분명해지죠. 나의 감정을 최대한 잘 컨트롤하면서, 내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려, 좋은 결과물로 보답하는 것. 그것보다 클리어한 과정이 있을까요?  


10. 

그러니 누군가 옆에서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흐물(?)거리는 사람이 있다면 적어도 속으로 명확한 평가를 내려주면 좋겠습니다.  '아 저 사람은 아직 프로가 아니구나'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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