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비벼먹는 중국술 그리고 비즈니스
석달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적을 옮겨 새로운 곳에서 일을 시작했고,
또 새해를 맞이했다.
그 사이 중국 기행을 12일 간 다녀왔다.
현지에서 느꼈던 인사이트를 풀어볼까 한다.
물론 다양한 콘텐츠를 비벼서.
그렇다.
술 이야기가 섞어있을 테니,
술쟁이들은 더 눈이 갈지도.
차이나는 모험기
그리고 중국의 비즈니스도 같이 풀어보려 한다.
마화텅이 텐센트를 어떻게 키웠고,
레이쥔이 샤오미를 어떻게 창업했는지,
마윈이 알리바바 왕국을 세운 히스토리를
파헤쳐 보는 게 아니라,
90년대 덩샤오핑의 남순강화로
개방을 한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펼치는
외국인 사업가에 대한 이야기를 포함해서.
서평을 담기에 앞서 콘텐츠 업계에 몸담고 있는 1인으로서
중국과 관련된 한-중-일 3가지 콘텐츠 이야기로 시작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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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게임.
삼국지조조전
생전 모바일 게임 안 하다가 몇 달째
삼국지 조조전이라는 모바일 게임을 하고 있다.
중국의 역사를 가지고, 일본 게임회사 코에이에서 제작한
15년 전의 PC게임을 한국의 넥슨이 모바일로 부활시킨 버전이다.
이렇게 탄생 배경도 특이한데
출근길, 여행, 방에 누워있는 (생산적인) 시간 동안
틈틈이 할 정도로 중독성이 있다.
단순히 캐릭터를 키우고,
더 강하게 만드는 그런 단순한 형태가 아니라
이 게임의 본질은 ‘경영’이다.
장수를 등용하고, 각 장수의 특성을 파악하고
각기 맞는 방식으로 육성을 하고 전쟁을 해서 영토를 확장하고,
자원을 개발하고 인프라를 키우는 등
다방면으로 모바일 경영을 해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경영에서 가장 어려운 게 사람이라는데,
여기서도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고 쉽지 않은 게
장수들의 성장이다.
(그 자원 모으기 위한 끊임없는 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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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만화.
시마과장
즐겨보는 만화로 일본에서 20년이 넘게 연재 중인 ‘시마과장’이 있다.
사원으로 시작해 현재는 사장인데,
현실적 시간에 흐름에 따라 과장-부장-전무-사장
한 단계씩 성장해 나간다.
(시마 고문, 시마 엑셀러레이터, 정치인 시마까지 기대해봄)
실제 기업을 모티브로 (파나소닉) 현실감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
일본 내 직장인 사이에서 국민만화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품이다.
시마이사 시절,
2000년대 초중반 중국에서 활약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자원(희토류)을 둘러싼 국제 역학적인 갈등부터
현지 직원과 겪는 다이나믹한 이야기가 인상적으로 펼쳐진다.
사회생활을 하고 나서
이 만화를 보고 더 많이 보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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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소설.
정글만리
한국의 ‘정글만리’, 조정래 소설가의 역작으로
중국판 미생으로 읽기 전부터 익히 들었었다.
중국에서 오랜 시간을 있어온 지인도
실제 이야기 같다며 추천해줄 정도의 현실감 있는
생생한 배경 묘사에 어느 상사 직원을 중심으로
기업인의 활약상이 그려진다.
그들의 꽌시가 정확히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정부 관료들의 영향력과 그들을 키맨으로
어떻게 비즈니스를 풀어가는지
디테일한 상황 묘사가 일품이다.
역시나 자세한 건 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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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세 가지 콘텐츠 이야기를 묶어주는 것이
바로 이웃의 대륙, 바로 ‘중국’이다.
그리고 공통된 카테고리가 하나 더 있다.
바로 ‘경영’이다.
미스터차이나 또한 중국과 경영을 잇는
하나의 일관된 이야기이며,
앞선 콘텐츠들과는 달리 실화라는 것이 또 묘미이다.
(삼국지는 현실을 모티브로 소설화한 것으로 간주하고)
덩샤오핑의 남순강화 이후 본격 개방을 시작한
90년대에 펼쳐지는 외국인의 대중국 비즈니스 실록으로
'팀'이라는 영국인의 시선과 심리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또 '패트'라는 이 모든 비즈니스의 중심이자,
모든 일의 시작점이기도 한 장본인이 있다.
위대한 개츠비는 닉 (토비 맥과이어)의 시선으로
개츠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을 마주하고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간다.
'패트', 이 인물이 더 신비롭다.
마치 팀이 데미안의 '싱클레어' 같은 현실 세계 인물 같다면,
패트가 '데미안' 같다고 해야할까.
막연할 정도로 낙관적이고
모든 상황이 잘 될 거라는 확신에 가득 차 있다.
실제로도 패트는 수천억 원대의 투자 유치를 하는가 하면
미국과 중국이라는 전혀 다른 환경을 연결 지으며
양쪽에 꿈을 파는 몽상가이기도 하다.
수억 달러에 이르는 금액을 수가지 산업에,
그리고 수십 개의 공장에 합작으로 투자하여 별별 일들이 일어나는데
거기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상당히 재미지다.
조조가 되기 위해 새로운 땅으로 뛰어든 그들은
천하를 호령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장각처럼 난으로 끝나 무참한 결과를 맞이하게 될까?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그때와는 다른 환경일 수 있겠지만,
그 어려운 변곡점에 서서 그 경험을 해본 사람만큼
진짜 중국을 겪어본 자들도 없을 것이다.
죽을 고비도 넘겨보고,
상상할 수 없는 온갖 위기 상황에도 놓여보고
또 달콤한 열매도 먹어보고.
미스터차이나에서는 그 여정들이 마치 소설처럼
생생하게 담겨 있다.
게임 '조조전'이 현실 세계의 경영을 담고 있다면,
만화 '시마'는 경영인들보다 더 경영인 같은 만화이고
소설 '정글만리'는 건너 건너 알 수 있을 것 같은
그 누군가의 살아 있는 이야기다.
반대로 미스터차이나는
보통의 소설보다 소설스러운 현실이랄까.
사업 진입-전개-갈등-정착-EXIT
단계적으로 에피소드가 진행되는데
초기 중국으로 뛰어들고 사업거리를 탐색하고
확장하는 과도기를 지나
합작회사 공장장들과 분쟁이 일어나는 국면이
가장 생동감 넘치고 재밌어지는 부분이다.
(정작 본인들은 그 시기가 가장 역경이었겠지만)
그중에 맥주공장을 둘러싼
'우 여사'와의 사건이 인상적이다.
우 여사는 맥주공장의 실세로,
패트와 팀이 투자하여 공장을 사들이기 전까지 No.1 실세였고
인수 후에도 대표를 팀이 맡고
그녀에게 운영을 전권 위임한 인물이다.
아주 쎄고, 멘탈갑인 전투력 A급
인물로 보면 된다.
그 당시 배경을 살펴보면
90년대 중국의 맥주시장이 급성장을 하면서 파이도 커지고
그만큼 많은 사업자들도 난입하면서
치열한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진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우여사는
한 가지 브랜드로 다양한 맥주를 만들어내고
패키지도 형형색색, 다양한 디자인으로 만들어낸다.
하지만 팀이 보기엔 한 가지 브랜드로
형형색색 맥주를 만들어내고
수많은 카테고리를 만들어내는 그런 모양새가 일관성도 없고
장기적으로 브랜드에 좋지 않은 전략이라고 생각을 한다.
여기서 크게 대립하는데,
우 여사는 이것이 중국의 특색을 반영한 것이고,
그것이 결국 더 많이 팔리게 될 거라는 논리로 각을 세운다.
그러면서 계속 다양한 디자인으로 찍어내기 위한 우여사와
그걸 막아내기 위한 팀의 배틀전이 시작된다.
이 부분이 참 재밌었다.
잠깐 여행기로 들어가 보자.
나는 실제로 맥주를 좋아해,
평소 그리고 여행 간에
각국의 맥주를 먹어보곤 하는데
중국에서 거주하는 기간 역시
상하이에서는 '칭따오'를
베이징에서는 '옌징비어'를 많이 마셨다.
마치 우리나라 서울에서는 참이슬을,
지역에 따라 잎새주나 한라산을,
많이 먹듯이 그런 지역색이 있는 듯했다.
여기서 특이한 게
4~5개 이상 다양한 패키지의 칭따오 맥주를 맛봤고,
설화와 옌징도 색색별 맥주를 먹어보았다.
먼저 생각해보면 기본적으로는
나도 팀의 의견에 동의하는 바이다.
경영학을 공부하고 마케팅 실무를 하는 사람으로서
브랜딩의 일관성은 굉장히 중요하고,
디자인 패키지는 그 요소 중의 하나인데
별별 다양한 옷이라니.
하지만 책에서 우여사가 하는 이야기처럼
실제로 마주한 중국은 달랐다.
<옌징>, <설화>, <칭따오>
이들 맥주는 그 치열했던 춘추전국시대를 거쳐
지금까지 살아남은 중국 맥주의 강호들인데,
중국 시장에서만큼은
꼭 일반 논리가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패키지가 다르다고
꼭 맛이 확연히 다른 것도 아닌 것도
딱히 고급과 저가로 명확히 구분되는 게 아닌 것도 신기하면서,
어느새 다양한 패키지와 병모양을 즐기는 정취가 생겨났다.
포켓몬 잡으러 다니는 기분이랄까.
막간을 이용해,
어펜딕스로 맥주 외 만나본 별별술들
다시 돌아와,
결국 경쟁에서 밀려난 팀과 우 여사의 맥주공장은
200억에 칭따오맥주에 매각되면서
역사의 한켠으로 사라지게 된다.
낮아지는 점유율
계속 터지는 노무 이슈들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괜찮게 *EXIT 했다고
팀은 판단한다.
*EXIT: 주로 스타트업에서 쓰는 표현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성장시켜 목표한 밸류에이션으로 매각하고 사업을 넘기는 단계
우 여사와의 갈등은
이후 벌어지는 다른 갈등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다.
'스'라는 인물이 있는데 패트가 투자한
다른 합작회사에서 공장장으로 일하면서 (우여사와 같은 위치)
별도로 자기의 독자적인 회사를 경영하면서 경영권 분쟁으로,
사업금 탈취로 커다란 문제를 일으킨다.
문제는 투자자들은 법대로 바로 처리하라고 한없이 쪼기는 하는데.
기존 영국이나 미국의 시선대로 (패트는 미국인, 팀은 영구인)
법적으로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스'는 공산당원으로 지역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서,
법적으로 내몰려고 해도 쉽지 않고
(심지어 법원에서 판결이 났는데도)
또 노동자들을 선동하면서
자신은 ‘선’, 외국인 투자자는 ‘악’이라는 프레임으로
법을 무력화시키고 끊임없이 공장을 자신의 손에 거두려 한다.
수년간 법적인 투쟁과 관료와 정부를 활용한
공작, 다양한 협상을 통해 고통의 시간을 겪으며
비로소 저자인 팀은 진짜 중국의 모습들을 하나씩 벗겨나가게 된다.
심지어 이 모든 과정을 거쳐
통달을 하면서 격하게 대치했던 스를
팀은 이해하게 되고 결국은 뭔지 모를 애절함으로
그에게 연민을 느끼며 계속 교류를 하고 조금씩 이해를 하게 된다.
중국인의 정서와 마인드를 진정 깨닫게 되면서.
우리도 이와 완전히 다른 모습은 아닌 것 같다.
CJ오쇼핑만 하더라도 동방CJ로 합자회사를 운영하면서
여러 내부적인 성장통을 겪었고
많은 홈쇼핑 사업자들도 유사한 길을 걸었다.
수많은 국내의 기업들이 현지와 합작을 하면서
기술과 노하우만 전수하고 경영권을 뺏기는 등
유사한 사례들이 반복되고 있다.
현지에서 사업을 시작하려는 외지인이 있다면
이들을 좀 더 심도깊게 이해하고 있었다면
그러한 시행착오를 덜 겪지 않았을까?
‘90년대 조조전’이라고 표현하고 싶은 미스터 차이나.
더 많은 내용을 생략하지만.
칼부림과 총격전, 배신과 복수
그리고 돈과 인프라, 인력을 차지하기 위한 끊임없는 투쟁.
이러한 이야기들을 읽어내리고
상하이, 베이징 그리고 항저우, 쑤저우, 톈진 5개 도시를 거닐었다.
내가 본 이야기는 확실히 먼 옛날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현실의 중국은 이미 완연히 달라져 있었다.
베이징의 규모감은 서울보다 컸고,
상하이는 미래에 있었다.
휴대폰 시장을 보면
이미 삼성폰은 지우링허우 세대에게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가고 있었고,
그 핫했던 샤오미도 주춤
화웨이를 대장으로
오포와 비보 (묶어서 BBK 그룹)의
성장세는 어마 무시했다.
그리고 일상을 들여다보면
'위챗페이’와 ‘알리페이’로 골목골목
모바일로 결제하지 못하는 것이 없었고,
지의 젊은 모든 이들은 ‘디디추싱’을 활용해
택시를 간편하게 부르고 있었다.
여행 중에 ‘위챗’에서 현재 위치를 확인해
낯선 곳에서 지인을 쉽게 만날 수 있었고,
뒷골목 후미진 곳에서 마라탕과 칭따오를 먹고
지인은 간편하게 모바일로 지불을 했다.
여전히 북서부 지역이나 북동쪽 지역 일부는 낙후되고,
척박한 환경에서 예전과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은 똑똑하다.
이미 알고 있고 그 갭을 극복하기 위한 장기적 플랜을
가동하고 있을 것이다.
중국은 90년 첫 개방을 하며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고
학습을 거쳐 2000년대 엄청난 성장을 거듭했다.
2010년대로 들어와 모바일 중심의 라이프스타일과
전기차, 로봇, 드론 등 미래기술에 있어서도
세계적인 기술을 선도하며 역사상 가장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년 전의 중국과 지금은 다르기도 하고,
어느 부분에서는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베이징에 거주하고 있는 베이징현대차 지인은 말한다.
베이징 부심만큼 세상에 센 부심이 없다고.
그들이 세상의 중심인 중국에서도 가장 심장부에 있다고.
상하이에 있는 다른 지인은 또 말한다.
상하이안 만큼 콧대 높은 지역인들도 없다고.
그들은 중국인이 아닌 상하이인이라는 우월한 생각이 있다고.
시안도 시안 나름의 이유로,
항주는 항주 나름의 이유로,
모두 같지 않을까.
민족에 대한, 지역에 대한 자긍심과 자신감만은
미스터차이나에 나오는 90년대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다고 본다.
이것은 이제껏 중국을 만들어오고 지탱해온 스리핏이고
이는 수십 수백년이 지나도 변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학습을 통해 더 진화해 가고 있을 것이다.
혹여나 대약진운동이나 문화대혁명과 같은 사건으로
다시 퇴보를 할 수 있고, 갈길을 못 찾고
다시 1800년대와 같은 흑역사를 겪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차이나는 확실히 차이나는 시대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더 나아가
세계의 혁신으로.
더 이상 늦으면 뒤쳐진다.
대한민국도 양극화로 넘어
계속 벌이는 소모전을 넘어
합의된 지점을 찾고,
빠르게 시대의 속도에 맞춰 앞서 나가는 것이
이 시대에 주어진 과제인데
어느 누가 그걸 해낼 수 있을까 싶어
날을 세우고 지켜보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무관심보다 목소리를 내고
가슴 보단 차가운 이성으로.
더 알려고 들여다보고,
현상과 이면을 좀 더 분석하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사실,
차이나 모험의 목적은 그게 아니었는데.
탐방의 목적이었던 중국의 인플루언서 '왕홍'
디지털세대 90년대 '지우링허우' 세대의 연구.
그리고 어딜 가나 온통 빨강 투성.
그들의 취향 파헤치기까지
담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이 귀차니즘의 패턴을 봐서는
1년에 두 개 올리면 잘할 듯.
그전에 다 잊어버릴지도
차이나는 모험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