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가 된 호랑이

하루아침에 동굴에 갇힌 호랑이, 어떻게 돈 벌며 살고 있을까?

by 마케터초인

코로나 시대, 동굴 속에서 살아가는 한 남자의 생존기


옛날 옛적 호랑이는 마늘 먹다 말고 동굴을 나갔지만

이 시대의 호랑이는 마늘을 먹으며 꿋꿋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여기에도 동굴 속에 살아가는 한 호랑이가 있다.

599일의 재택시간 동안 호랑이는 마늘을 먹고 살아오고 있다.

동굴(집)에서 어떤 마늘(라이프)을 먹으며 어떻게 살아갈까?

세상은 어떻게 변해가고 있을까?




동굴에서 일하고, 놀고, 먹고, 자고

그런 일상이 계속된다.

100일, 1년이 지나 그것도 익숙해져 오고

이제는 어느새 동굴생활이 꽤나 자연스럽다.


전보다 여유 있어진 것이 있으니 바로 시간

출근을 위한 준비, 출근 그리고 퇴근하는 시간이 비니

동굴에서는 하루는 이전보다 더 길다.

월급은 같지만 시간이라는 자원이 더 풍부하다.


그러다가 종종 접하는 소식들

요즘 핫한 N잡에 대한 이야기,

직장인 부업, 부수입 등등

온갖 다양한 이야기들이 떠오르며

직장인이 월급 외 돈 버는 관심이 뜨거운 것 같다.

주식, 부동산은 말할 것도 없고.


그래, 동굴러.

시간도 되겠다. 나도 이참에 N잡러 한번 해보자!

매일, 집밥에 꼬박 간식까지

식비도 꽤나 들어가는데 반찬값이라도 벌면?

(혼자 사는데 누가 왜 이리도 많이 먹는지)


찾아보고 알아보니 일반적으로 많이들 하는 건

스마트 스토어, 배민 라이더, 쿠팡 파트너스, 인스타그램 공구 등등.

하지만 소파와 한 몸이 되어 늘어진 몸이 이렇게 답을 한다.


돈은 벌고 싶지만,
새로운 건 싫어


이전에 안 하던걸 하나씩 공부해서 파고,

거기에 온전히 시간을 쏟으면

돈을 벌겠지만....

워라밸이 흔들릴 거야.


동굴 속 머물면서도 워크앤라이프 밸런스를

끔찍이도 아끼는 호랑이는 새로운 것들은 모두 물리친다.

그때, 마침 찾아드는 연락.


"안녕하세요 초인님! 저희와 함께 성장해요!

원하시는 방향성에 맞는 걸로 제안드릴게요 ^^ @#$@#$"


...?

내 블로그를 보고 찾아든 연락.

조그맣게 블로그를 하나 운영하며 가끔 일기처럼

끄적이고 있었는데, 그 블로그에 제휴 제안이 온 것.


이런 제안들은 종종 보통 복붙(복사+붙여넣기) 문구로 날아들고,

보자마자 바로 휴지통으로 고이 보내드리지만

이 글은 좀 참신했다. 복붙이 아니었고, 거기에 또

함께 동반성장이라니? 뻔한 제안이 아님에 호기심이

생겼고, 통화를 하니 재잘재잘 열정적으로 안내해주는 것이 아닌가!


거기서 마음 흔들린 호랑이.

좋아, 너로 정했다. 블로그 가자!


ㄱㄱ


여긴 내 일기장이지, 내가 원하지 않는 글을 섞고 싶진 않아.

하고 오랜 시간 지켜왔던 마음이 처음으로 바뀌는 역사적인 순간!

(급격히 늘어나는 반찬값 때문이라고는 말 못)


사실 한 번도 제휴 경험이 없는 데다

글도 최근 거의 안 써서 하루 방문객 10을 오가는 수준이었는데

이런 텅 빈 곳에 열의를 다해 제안해준

담당자에게 마음 열고 그렇게 일사천리로 계약!


그렇게 하루아침에 제휴 블로거가 되었다.

(같은 말인데 광고라는 말보단 제휴라는 말을 좀 더 좋아하는 거 같다)


파트너사와 좀 더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곳의 원칙이 있다고 하는데

먼저 본인이 원하는 소재만 제휴를 진행한다는 것

그리고 억지가 아닌, 자연스러운 글로 트래픽을 키워

블로그도 자라고, 제품도 알려지고 이렇게 동반 성장한다는 것!


블로그로 커지고, 반찬값도 벌고,

그리고 무려 집에서 소파에 누워서 할 수 있고! (워라밸니뮤ㅠ)

나에게 최적화된 돈 버는 게임을 드디어 찾아냈다.


그럼 소재는?

병원? 건강보조제? 의학적인 건 잘 모르고 위험하니까 이런 건 ㄴㄴ

키즈? 애기랑 말도 못 나눠 본 지 어느덧... ㄴㄴ

다양한 스팟소개? 동굴 밖으로 못 나가므로 ㄴㄴ


그렇게 고른 건 바로 강아지였다.

자그마한 아기 애견 분양하는 분양전문샵!

그렇게 알릴 샵의 강아지들 사진을 받아 드는데

심장이 잠시 멎.................


동굴에 오래 살면서 햇볕도 못 쐬고

세상 감수성 다 죽은 줄 알았는데

그걸 깨운 건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 강아지들의 사진이었다.


말티, 푸들, 비숑 천사 같은 아이들

나날이 다른 종들로 사진을 받고 글로 담고,

담는 동안 사진 열 번씩 보면서 이런 표정 짓기 일상.


행복한호랑이.jpeg 어맛1



드글드글 애견 호랑이집이 되었다



그런데 이게 왠.

사람들의 애견 관심은 상당했고

블로그에 하나둘 몰리더니 강아지 보러

하루 수백명이 몰려드는 게 아니던가?


나처럼 강아지 보며 행복해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사진 보러 블로그에 북적북적,

잘은 모르지만 애견샾에도 도움도 되었겠지?

(대놓고 광고가 아니기 때문에, 샵 위치 외엔 어떤 정보도 담지 X)


그런데 이게 또 왠.

그렇게 블로그 강아지집이 핫해지니

글 요청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게 아닌가?

아침에 한번, 저녁에 또 요청이 오고.


비록 시작할 때 무경험 제휴자의 신분으로,

일 방문객 10명으로 떨어졌던 나약한 레벨로

소소한 제휴비만 받고 진행했는데 그래도

그게 하나둘 쌓이니까 꽤 되어 갔다.


가만있자. 이 금액이면 1주, 2주..

3주 치 식량비 하고도 남겠네!

반찬값을 넘어 한 달에 가까운 식량비를 벌게 된 것.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나 블로그로 부자 되는 거 아냐....?


동굴 속에서 돈 버는 방법을 찾아냄에

마음이 두근두근 했고, 점점 들떠갔다.

그리고 요청이 오는 그날그날 계속 강아지들 사진을 올렸다.

어느새 내 블로그는 강아지들로 가득해갔다.


그렇게 반찬값 식량비를 넘어 동굴러는 부자가 되었을까?



반전은 하루아침에 찾아왔다


방문객이 반으로 뚝,

다음날 다시 뚝,

다다음날 한 자릿수로 뚝.


수백 명이 찾던 강아지 뽀짝 블로그가 단기간에 쪼그라든 것.

너무 잦은 빈도와 같은 패턴의 글들로

광고 블로그로 인식이 되어 노출과 유입이 확 줄었던 것!

어쩌나... 제휴사에 물어봐야 하나.......


"(ㄲ톡) 안녕하세요"

"네! 담당자님"

"죄송한데, 잠시 쉬어야 할 거 같아요."

"네?"

"일을 쉬어가야 할거 같아요. 나중에 다시 연락드릴게요."

"...?!"


말이 쉬어가는 거지, 직장러 통밥으로

직장인어 번역하면 쉽게 말해 하루 아침에 잘린 것.


강아지들 사진으로 가득찬 블로그와 3주치 식량비만 남고

그렇게 부자가 될 것만 같았던 하루 아침의 꿈은

다시 동굴 방구석의 호랑이 현실로 돌아오게 되었다.



.

.


어느 동굴 밤,

잠에서 깨어난 호랑이가 울고 있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그럼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왜그리 슬피 우느냐?"
호랑이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나지막히 말했다.

"하루 아침에 돈이 강아지들이 사라져서요."


그렇게 블로거가 된 호랑이의

달콤한 부자가 되는 꿈은, 꿈으로 끝나고 말았다.



마늘 이야기 끝.





다른 마늘들은 어떻게 먹고 살아가고 있을까?


이라는 마늘

패션이라는 마늘

생필품이라는 마늘

이라는 마늘

이라는 마늘


호랑이의 동굴 생존기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