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동굴에 갇힌 호랑이, 어떻게 세상과 어울리며 살고 있을까
코로나 시대, 동굴 속에서 살아가는 한 남자의 생존기
옛날 옛적 호랑이는 마늘 먹다 말고 동굴을 나갔지만
이 시대의 호랑이는 마늘을 먹으며 꿋꿋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여기에도 동굴 속에 살아가는 한 호랑이가 있다.
599일의 재택시간 동안 호랑이는 마늘을 먹고 살아오고 있다.
동굴(집)에서 어떤 마늘(라이프)을 먹으며 어떻게 살아갈까?
세상은 어떻게 변해가고 있을까?
동굴에서 뭐 하고 살아가지?
호모 루덴스, 문화 속에서 놀이하며 살아가는 사람
마늘 먹는 여기 이 호랑이 타이거 루덴스.
먹고 일하는 것, 그다음은 '놀이'를 해야 살아갈 수 있다.
일하고 먹고, 먹고 일하고 그것만으론 인간, 아니
호랑이답게 살아갈 수가 없다.
이전 시대에는 고민할 새가 없었다.
세상에 온갖 놀거리가 바깥에 널려 있었으니깐.
넘쳐있는 것 중에 고르는 게 놀이가 되었고
놀거리가 넘쳐나면서, 놀거리를 보여주고 보이는 게
또 하나의 놀거리가 될 정도로
그렇게 놀거리 과잉의 시대에서 살아갔다.
어떻게 노는지가 이미지가 되고, 브랜드가 되고
문화 취향이 되고 또 사회계급이 되었다.
타인의 놀이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놀이를 동경하고
뜨는 놀이와 지는 놀이가 있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모두가 동굴에 갇혔다.
마치 오징어게임처럼 모이면 안 되는 룰.
세상 밖에 머무는 시간제한 룰도 추가요,
우르르 모이는 모임은 사라진 지 오래다.
세상과 어울리는 매커니즘에 커다란 변화가 생겨난다.
여기에 관점이 바뀐다.
이제는 놀거리를 해도 드러내지 않고,
잘못 드러냈다가 '공감'이 아닌 '공격'을 받는다.
그리고 바깥에 드러난 공간에면
꼭 안면에 보호구를 차고 보여야 한다.
놀이를 보이려면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해야 한다.
이전에는 보여주고자 놀이를 했다면
이제는 감추듯이 놀이를 한다.
그렇게 놀이는 은밀한 문화가 되어간다.
여기 한 호랑이 동굴이 있다.
호랑이는 어떤 놀이를 하며 지낼까?
이 동굴은 BAR로 만들어져 있다.
세상에 바뀌기 전 연말, 연초 어쩌다 파티가 열리던 동굴
그 사이 바깥세상이 온갖 시간과 규율에 묶이는 시기
역설적으로 오히려 이 동굴은 더 빛을 발한다.
이곳은 애초부터 4인용 동굴이었으며,
시간제한이 없었고, 세상의 가이드가 아닌
동굴 호스트인 호랑이의 가이드대로 움직인다.
이곳에서는 놀이를 보여주기 위해 애쓸 필요도 없고,
놀이에 맞추기 위해 뭔가 부단히 준비할 필요도 없다.
다만, 호랑이가 준비하는 그날 테마의 가죽을 입고
그날에 맞는 음식과 술을 먹고 그냥 편히 즐기면 된다.
다만, 동굴의 파티와 함께 하기 위해서는
멀리 어딘가 은밀한 공간까지 몸소 와야 한다.
동굴은 숲 한복판에 있지 아니 하니.
개츠비의 파티도 그러하지 아니 한가?
여기서는 밤을 새도 되고, 피곤하면 잠시 동굴에서 몸을 뉘어도 되고
그렇게 아지트, 은밀한 공간, 숨은 공간이 된다.
세상이 어지러워질수록 이 동굴에 많은 이들이 찾는다.
개츠비 호랑이의 기획으로 게스트가 초대되며
동굴에서 매달 파티가 펼쳐진다.
불특정 다수가 아닌, 크루엘라 속 파티처럼
정해진 게스트만 정해진 시간에 함께 한다.
그러면서 하나 둘 쌓여 동굴에서 머무는 599일의 시간 동안
동굴을 찾는 이들이 어느새 100을 넘어간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호랑이의 관계는 둘로 구분이 된다.
초대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어느새 관계가 디톡스 되어간다.
마치 손을 넣고 말을 하면 거짓말탐지기가 판정해주는 것처럼
누군가를 떠올릴 때 동굴이 자연스럽게 판정을 해준다.
동굴에 다녀간 자, 아직 다녀가지 못한 자
이후에 초대할만한 자, 그렇지 아니한 자
하나 더 좋은 점.
세상이 혼탁해지기 이전에
관계 유지를 위해 누군가를 주기적으로 봐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해방되고,
보는 횟수로 관계가 평가되지 않는 시대가 온 것.
그것은 아이러니하게 동굴에서 살아가는 호랑이에게 은밀한 위안을 준다.
가끔은 이전 시대가 그리울 때가 있다.
왁자지껄, 숲에 모여 시간에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울리고
또 그 안에서 별별 일들이 일어나고 또 다음 날
깨지는 머리를 이고 동굴에서 아침을 맞이하고.
(이 시간이 괴로우면서 또 즐거운 것은 세상사의 아이러니)
하지만 이 어지러운 세상이 다시 예전처럼 돌아온다 한들,
이전처럼 지내지는 못할 것 같다.
이미 디톡스에 익숙해져 버린 가벼운 몸이
다시 무거워지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요,
동굴에서 맺어가는 관계도 충분히 즐겁다.
개츠비 호랑이는 계속 개츠비가 되고 싶다.
이후 BAR와 다른 새로운 동굴을 꿈꾸며.
다른 동굴 속 호랑이들은 어떤 놀이를 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놀이 마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다른 마늘들은 어떻게 먹고 살아가고 있을까?
술이라는 마늘
돈이라는 마늘
패션이라는 마늘
생필품이라는 마늘
잠이라는 마늘
말이라는 마늘
호랑이의 동굴 생존기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