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한량 호랑이

낮잠에 눈 뜨고 나서 뒤바뀐 일상

by 마케터초인

코로나 시대, 동굴 속에서 살아가는 한 남자의 생존기


옛날 옛적 호랑이는 마늘을 먹다가 동굴을 나갔지만

이 시대의 호랑이는 마늘을 먹으며 꿋꿋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여기 동굴 속에 살아가는 한 호랑이가 있다.

599일의 재택시간 동안 호랑이는 마늘을 먹고 살아오고 있다.


동굴(집)에서 어떤 마늘(라이프)을 먹으며 어떻게 살아갈까?

세상은 어떻게 변해가고 있을까?




하루아침에 재택근무를 하게 되고,

동굴에 머물러 먹고 자고 하면서 생긴 변화가 있으니

바로 낮잠.


스페인에서는 '시에스타'라고 하여

낮잠을 자는 문화가 있다고 하는데

무더위 등으로 능률이 오르지 않아

낮에 2시간 남짓 눈을 붙이고 원기를 회복해서

저녁까지 일을 하는 그런 문화라고 한다.


예전에는 관광객이 상점이나 관공서에 갈 때

이 시에스타 타임에 문을 닫아

불편한 일들이 종종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 스페인에서는 공식적으로는 폐지되어,

많은 기업에서는 (특히 글로벌 기업)

시행하고 있지 않는다고 한다.


스페인뿐만 아니라 그리스나 이탈리아도

시간대는 다르지만 이런 낮잠 문화가 있었고,

지금도 일부 존재한다고 한다.


그런데 과학적 연구의 결과로는

시에스타는 생물학적으로 필요하고

또 30분 정도의 짧은 낮잠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원기를 향상시키는

효력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구구절절 설명하는 이유는

결코 게을러져서가 아니라, 늘어져 있고 싶어서가 아니라

동굴생활을 맞아 신체리듬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하나의

커다란 변화라는 정당성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멍과 단잠 사이의
아슬아슬한 스킬


동굴생활을 맞이하기 전

바깥 생활을 할 때도 가끔씩 해오고 있었다.

회사에 출근해서 종종 혼밥을 하는데

(정신안정과 생각의 틈을 가질 수 있어 혼밥은 정신적으로 좋다)

혼밥을 하고 나서 비는 시간 빈 회의실에 들어가

의자에 앉아 5분? 10분 남짓 눈만 감고 있어도

원기가 회복되는 느낌이 많이 든다.


여기서 포인트는 책상에 엎드려 있는 모양새는

자칫 사회라는 먹이사슬 생태계에서

약해 보일 수 있어서 좋지 않다.

직장인에게 추천되는 자세로는

의자에 앉아 팔짱을 끼고 허리를 꼿꼿이 세운 상태에서

눈만 감고, 회의실에 누군가 들어왔을 때 눈이 바로 보이지 않도록

바깥 창가를 향해 앉아 부동자세로 가만히 멍을 때리며

그렇게 단잠과 멍의 가운데 정신을 유지하는 형태가 추천된다.


누군가 오후 회의를 위해 쓱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창 밖을 보며 심각한 일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처럼

업무노트와 볼펜을 집어 들고일어나면 된다.

'회의가 있으셨군요. 그럼 이만' 이란 말을 남기면서.

다만 입가에 침과 순간 풀리는 눈은 주의요망.


특히나 아침운동을 좋아하는 편이라

아침 일찍 일어나 격렬한 운동을 한 날이면

특히나 이 잠깐의 멍과 단잠 사이는 달콤하여

오후의 긴긴 회의들도 거뜬히 버틸 수가 있다.


이렇게 구구절절 설명하는 이유는

회의실에서 이렇게 전략적으로

눈을 감는 시간도 달콤했지만

이보다 온전히 누워서 햇살을 맞으며

낮잠을 자는 희열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어느 날 바람을 타고
낮잠이 날아왔다.


처음 시작은 청량한 가을이었다.

무더위가 지나고 바람이 찾아드는 계절이 찾아왔다.

이전에는 몰랐다. 가을의 맞바람이 이렇게 맛있는 줄은.

그 시간에 대부분 일터에 머물거나 바깥 어딘가에 있었을 테니.

그리고 틈의 틈을 가득 채우느라,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겠지.


이제는 아침에 눈 뜨자마자 에스프레소 한잔으로 정신을 깨우고

점심을 먹을 때, 커피를 마실 때 동굴의 창을 열어

온몸의 시시각각 바람을 맞이한다.

점심을 먹고 노곤한 채 누워 청량한 바람을 맞으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잠이 든다.


그렇게 자기를 30분? 깨고 나니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 느낌이다.

창작과 업무 의욕이 마구 샘솟고,

쌓아놓고 읽지 않는 메일들이

마치 재밌는 기삿거리 읽는 것처럼 술술 읽히고

홀린 것처럼 필요한 답변들을 재빠르게 해 나간다.



낮잠은 각성제인가? 스테로이드인가?

스테로이드도 과하면 해롭지만,

필요할 때 좋은 약이 된다고 한다.

낮잠도 이와 같은 결인 거 같다.


그렇게 단잠에 눈을 뜨고, 주기적으로 점심 후에 단잠

혹은 단잠 후에 점심 이렇게 낮시간을 보냈다.

할애된 나의 점심시간, 1시간 내에서

밥 먹으러 이동하는 시간, 꽉 찬 식당 기다리는 시간,

주문하고 기다리는 시간 등이 사라져 버리니

그 시간이 나의 시에스타가 된다.


그렇게 나의 오후는 점점 더 또렷해져 간다.

다만, 한 가지 안 좋은 점이 있으니

낮잠이 익숙지 않은 신체리듬이기에 그 또렷함이

밤까지 이어져 점점 잠드는 시간 또한 늦어지는 것.


점점 더 늦은 시간에 잠이 들고,

그러면서 몸에 밴 습관으로 아침에 일찍 눈을 뜨고

졸려움에 아침에 쓴 에스프레소 한잔에 멍을 때리고

다시 낮에 잠깐의 단잠으로 회복을 하고.

그런 낮밤의 일상이 반복된다.



아침의 멍이라는 도구


그럼 아침의 멍은 어떨까?

나에게 멍은 누군가의 명상이다.

'타이탄의 도구들'이란 책을 보면

세계적으로 가장 큰 성공을 이루고, 또 건강한 사람의

다양한 요인들을 분석해놓았는데

그중 하나로 아침명상이 있더라.



그렇게 아침에 눈을 뜨면 창을 열고

커피 한잔에 바깥 나무를 바라보며

멍을 때려 머리를 비운다.

그 시간은 아침에 머릿속 찌꺼기를 비우고

온전히 정신을 맑게 하는 것.

이 시간은 커다란 행복감이 동반한다.

문제는 너무 맑아지는 나머지

긴장과 전투 업무모드로

발동 걸리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


그래서 나의 생산성은

오전의 세척과

낮의 충전,

오후의 질주,

이렇게 만들어지게 된다.


아침의 멍, 한낮의 단잠.

이걸 동굴 생활하기 이전에는 알았을까?

아주 동물적인 행위이자, 에너지를 만드는 시간들.

그렇게 새로운 동굴시대, 새로운 루틴을 만들어간다.


이제는 곧잘 길을 가다 자고 있는 길냥이들,

멍이들을 보면 이런 생각을 한다.

저 녀석들은 지금 에너지를 가득 채우고 있구나.



잠 마늘에 대한 이야기 끝.





다른 마늘들은 어떻게 먹고 살아가고 있을까?



생필품이라는 마늘

이라는 마늘

커피라는 마늘

이라는 마늘

놀이라는 마늘


호랑이의 동굴 생존기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