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로 이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
지금의 10대는 좋은 대기업 회사원보다 인플루언서를 꿈꾼다.
좋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고연봉의 사람들이 미래를 불안해하며 크리에이터를 부러워한다.
크리에이터가 된 사람들은 본업을 멈추고 자신들의 콘텐츠와 채널에 몰두한다.
왜 이런 시대가 되었을까?
'놀이'를 알아야 지금 이 시대의 변화를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하여 살아남을 수 있다.
하고싶은 거 하면서 놀면서 돈 벌고 싶다면 꼭 알아야 할 놀이에 대한 이야기
모든 것이 놀이다
고대 사람들은 모든 인간의 행위를 놀이로 부르며 그것을 지혜로 여겼다. 일부 사람들은 놀이를 천박하다고 여겼지만 놀이는 인류가 지금 이 세상의 생활과 행위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해 왔다.
Play = 놀이를 하다, 역할을 수행하다, 연기를 하다
play 에 가장 근접한 라틴어 ludus 에서 파생된
호모 루덴스 = 놀이하는 인간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호모 사피엔스를 떠올린다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놀이라는 말은 말그대로 놀고 또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어떤 스토리 안에서 연기를 하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 인간의 모든 행위는 어린아이들의 놀이, 파이디아다. 모든 놀이는 경기와 같은 아곤의 형태로 펼쳐진다.
비즈니스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경쟁을 펼치고, 정치인은 표를 얻기 위해 인기와 인지도를 모으고, 스포츠에서 이기기 위해 시합을 하고, 게임에서도 대결을 한다. 서바이벌은 미디어가 만들어낸 가장 히트한 유형의 장르이다. 그 과정에서 팬으로서 혹은 관음증과 같은 느낌처럼 사람들은 이를 지켜보며 열광한다. 그 과정들이 하나의 놀이가 된다.
문화는 태초에 놀이였다. 놀이가 먼저였고, 그것으로부터 문화가 생겨났다. 정확히는 놀이 그 자체가 문화가 되었다기보다는 문화가 놀이 속에서 (in play) 놀이의 형태로 (as play) 발달되어 온 것이다. 철학의 시작을 이끈 소크라테스는 주로 대화를 통해 상대로부터 '스스로의 무지를 깨닫는 과정'을 이끌어내는 화법을 사용하였는데, 어떤 진지한 사명감이나 세상을 바꾸겠다는 일념보다는 대화 그 자체를 놀이로 보았던 것으로 본다.
신화는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 시작되어, 재밌는 스토리와 캐릭터를 통해 전달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영화 이터널스도 신화 속 인문들을 모티브로 하고 있고, 2천년에 걸쳐 사람들이 열광하는 삼국지도 사실에 더 가까운 삼국정사보다 소설처럼 각색된 삼국연의에 열광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극적인 요소들은 연의에만 있는 것들이 꽤 많다) 이 놀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들여다보아야, 문화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잘 노는 것이 목적이 된 시대
그리고 잘 노는 것이 가장 잘 팔리는 시대
뛰어노는 놀이를 보자. 스포츠, 야구 축구 농구부터 복싱 테니스에 이르기까지 스포츠 스타가 각광받는다. 듣고 보며 노는 놀이는?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가수와 배우 코미디언, 뮤지컬 연기자 등이 있다.
놀이에 맞게 스포츠는 뛰어난 성적은 기본이거니와, 여기에 매력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보는 사람이 재밌게 놀 수 있으니깐.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셀레브리티 역시도 빼어난 실력 (연기, 가창력, 랩, 춤) 외 매력을 갖추어야 한다. 지루한 실력가는 평론가에게 인기를 받을 수 있을지라도, 슈퍼스타가 되지는 못한다.
그러나 1900년대 초반부터 스포츠와 미디어에 걸쳐 놀이가 산업화되면서도 현실세계에서는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었다. 배우와 스포츠 스타는 일상 속에 있지 않았고, 보고 즐기는 경기장 속, 스크린 속 그리고 TV 속에 존재하는 놀이의 판타지였다. 현실 세계에서는 공부를 잘해서 좋은 회사에 가거나 좋은 직업을 갖고, 많은 연봉을 받고 그렇게 꾸준히 성실하게 오래 지내는 것이 성공의 척도였다.
이런 가치관이 100년 가까이 이어져 왔고, 전 세계를 불문하고 의사 변호사 판사 회계사, 기업의 임원진, 펀드매니저는 모두 사회적으로 각광받고 높은 소셜 포지션과 고소득을 보장받는 직업군이었다. 대한민국도 2000년대 초반까지는 이와 유사했다. 한때는 은행원이, 한때는 상사회사가 그리고 오랫동안 그룹사 대기업이 대학생과 20대들의 꿈이 되어왔다.
그런데 시대가 변했다.
노는 것이 각광받는 시대로
가장 먼저 e스포츠란 게 생기기 시작하더니 전 세계 각지에 팬들이 생겨나고, 게임을 잘하는 사람들이 수십억을 버는 시대가 되었다. 또 트위치에서 게임을 재밌게 플레잉하는 스트리머들과 수백만 팔로워들이 함께하며 그들의 우상이 되기도 한다. 지금도 많은 소년들이 게이머 혹은 게임 스트리머를 꿈꾼다.
그리고 K팝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확장해 나가면서, 많은 10대들이 K팝스타를 꿈꾼다. 처음에는 주로 아이돌이었다면 이제는 래퍼, 댄서까지 다양화되고 있다. (예전 슈퍼스타K부터 최근 쇼미더머니와 스우파와 같은 미디어 매체의 영향도 적지 않다)
그리고 게임과 음악을 넘어 각양각색의 1인 미디어가 등장하고 있다. 틱토커들의 춤추고 노는 영상, 인스타그래머들의 라이프스타일 포스팅, 여행이나 일상 같은 브이로그나 특정 주제로 만드는 유튜브 영상까지 (먹방, 언박싱, 뷰티, 룩북 등). 특히 틱톡은 10대 인플루언서들이 꽉 잡고 있고, 이들이 결집하면서 글로벌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플랫폼이다. 10년 전 페북스타로 시작해, 유튜버와 인스타그래머로 SNS의 대세가 넘어왔다면 그 다음은 틱토커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지 모른다.
호모 아겐스 = 행동하는 인간
놀이는 생각에 그치지 않는다. 다음 단계, 행동으로 나아가야 한다. 행동하지 않으면 놀이에 참여할 수 없다.
놀이의 몇가지 요소와 함께 어떻게 현실세계에 적용할 수 있는지 4가지로 담아본다.
놀이는 특정 시간과 공간 내에서 벌어지는 몰입 행위이다.
매주 한주씩 쿠팡플레이에서 SNL이 찾아오고, 넷플릭스는 약속한 날 특정 콘텐츠의 모든 시리즈를 선보인다. 어떤 축구 경기가 펼쳐지기로 했다면 날씨와 선수들 컨디션 여하를 분문하고 펼쳐진다. 이것은 놀이를 만드는 이들과 놀이를 보는 사람들의 중요한 '약속'이다.
내가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스포츠를 보고, 드라마를 보고, 영화를 보면서 다른 놀이를 보는 것과 별개로 내가 하는 놀이를 마련해야 한다. 타인이 내 놀이를 보고 놀 수 있도록, 그리고 참여할 수 있도록. 그곳은 브런치일까, 틱톡일까, 유튜브일까. 놀이를 하는 사람이 판단해서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놀이를 콘텐츠로 만들어낼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
자유롭게 받아들여지는 규칙이 있고, 그 규칙의 적용은 아주 엄격하다.
오징어 게임을 보면 룰을 어기는 순간 끝이 난다. 그 외에 스포츠룰, 게임룰, TV 속 서바이벌을 보면 이해하기 쉽다. 이 룰이 파괴되는 순간 놀이를 보는 사람들은 분노하고, 룰 파괴자를 비난한다. 어떤 시합이 예정되어 있으면 어떻게든 펼쳐져야 하고, 그 경쟁은 상호 정해진 '룰'에서 전개되어야 한다.
어떤 놀이를 하겠다고 하면 그 놀이에 충실해서 꾸준히 놀아야 한다. 인스타그램이든 블로그든 유튜브든 같은 주제로 꾸준히 올리라고 하는 이미 자리 잡은 이들이 하는 조언은 꼭 되새겨보면 좋겠다. 그리고 어떤 스토리를 전하거나 실험을 할 때 주작을 하면 사람들은 격분을 하게 된다. 진실성과 진정성을 염두에 두고, 사실을 조작하거나 신뢰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놀이의 기본 룰이다.
그 자체에 목적이 있고 일상생활과는 다른 긴장, 즐거움, 의식을 수반한다.
닥터프렌즈라고 세명의 의사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여기서 흰색 가운을 입고 나와서 전문지식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고 인간적인 이야기와 함께 진솔하게 필요한 내용을 전달한다. 사람들은 여기서 의사가 아닌 같은 사람으로 이들에 공감을 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예술을 풀어낸다. 물론 전문 예술평론가만큼 깊거나 해박하지는 않다. 하지만 사람들은 정신과 의사가 말하는 예술에 관심을 가진다.
본업을 가지고 그걸 그대로 가지고 오면 사람들은 재미를 느끼지 않는다. 춤추는 초등학교 선생님, 여러 예시를 들어 몰입감 있게 말하는 변호사, 쉽게 알려주는 부동산 투자자 이야기처럼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찰지게 이야기하고, 매력있게 보여주는 사람들에게 열광한다. 하나의 주제의식을 갖고 놀이로 몰입하고, 즐거움을 담아야 한다. 그 사람이 얼마나 권위 있고 스펙이 높은지 그 마켓에서 얼마나 영향력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재밌지 않으면 10초 만에 떠날 것이다. 이야기 구성을 촘촘하게 그리고 재밌게 설계해야 한다.
경쟁적 요소, 남보다 뛰어나려는 충동이 강하다.
사람들이 누군가의 콘텐츠를 볼 때 가장 먼저 보는 건 구독자가 얼마인지, 조회수가 얼마인지, 콘텐츠를 얼마나 만들었는지를 본다. 그리고 혼자서 시작해 계속 홀로 하기보다는 영향력이 있고 자리잡은 이들이 함께 참여해주거나 초대해주고 이들이 함께 하면 더 빠르게 올라갈 수 있다. 어느새 놀이의 판이 하나의 스펙화가 되어가고 있다. 놀이판도 네트워킹이 되고 있다. 놀이판이 또 하나의 현실세계가 된다.
더 재밌게 놀 수 있게 해야 한다. 놀이터가 많아지고 있고, 각자 자기의 놀이터로 놀러 오라고 외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오는 놀이터에, 소문난 놀이터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놀이터를 잘 꾸며놓고, 놀이터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뿐 그 이상으로 잘 알리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누구를 참여시켜 시너지를 낼지 누구의 도움을 받을지가 이 놀이판의 경쟁력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게 해야 남들보다 잘 된 놀이를 만들어 구축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놀이화가 되어가고 있다는 가정에서 어떻게 놀이에 잘 참여할 수 있는지를 담아봤다. 그럼 현실세계 모든 것들을 놀이의 측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걸까?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푸틴의 의도도 놀이일까? 신앙인들이 매일 하는 종교적 행위도 놀이일까? 요즘 핫한 드라마 소년심판으로 의견이 분분한 10대 소년의 범죄와 인권에 대한 논쟁도 놀이일까? 현대의 이 모든 것들을 다 놀이로 설명할 수는 없다. 오래전부터 전쟁, 소송, 철학이 놀이의 형태로 발전되어 온 것은 맞지만 문화 속 제도로 (특히 법적으로) 정착이 되면 이후로는 놀이가 아닌 범주로 들어간다.
과거 왕의 기분과 판단에 의해 좌지우지되어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면, 현대 국제 정세는 복합적으로 얽혀있기때문에 옛날처럼 지도자 개인의 신념과 판단으로만은 실행되기 쉽지 않는다는 것이 그 차이이기도 하다. (쉽게 말해 로마의 황제가 자신의 기분과 판단으로 사람의 목숨을 좌지우지 했다면, 현대는 법이나 기관이 그 역할을 한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놀이라는 본성'과 동시에 '사회적 룰이라는 범주'를 동시에 꿰뚫어야 한다는 것. 이를테면 아무리 잘 노는 스타라도 과거 학폭 논란으로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도 있고, 아무리 인기 많은 유튜버라도 요즘 중요한 환경과 젠더 이슈에 대해 잘못 인지하고 어긋나서 행동하면 쌓아 올린 것들이 단숨에 날아가기 쉽다. 놀이와 사회적 범주는 그렇게 공존하고 있다.
이렇게 이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 그리고 더 경쟁력있게 살아가기 위한 중요한 요소, '놀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았다. 이 놀이를 잘 이해하고 이해하지 못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게 될 것인지 달라지게 될 것이다. 본업에만 몰입한 채, 이 놀이판에 참여하거나 기반을 만들어놓지 못한다면 10년 후 20년 후 커다란 후회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인생과 놀이를 잘 담은 한 줄을 소개하며, 이 메시지를 가슴 속에 꼭 기억에 새겨두길 바란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호모 루덴스 온 라이프 (Homo Ludens on Life)
: 인생을 어떻게 놀이하는가
*참고 서적
*함께 보면 좋을 글
*커리어리에서도 매주 미디어와 인사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