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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구하는 실천가 Aug 12. 2018

역사의 수레바퀴를 움직이는 사람들

전라도 장수군 논개 생가를 어슬렁거리며

  여름휴가를 조용한 산속에서 보내고 싶어, 처음 가보는 전라북도 장수군에 가게 되었다. 아무 정보도 없이 간 장수는 다른 지역이 폭염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시원하고 맑은 공기, 잔잔한 별빛들이 흐르고 장안산, 팔공산, 봉화산 등 여러 산들에 둘러싸인 호젓한 곳이었다. 내가 묵은 숙소는 장수군에서 작은 오두막과 한옥을 여러 채 운영하는 대곡 관광지라는 곳이었는데 그 근처를 산책하다 보니  논개의 생가 유적지가 있었다.  지은 지 얼마 안 되었는지 주변 경관이 깨끗하게 조성되어 있었고 생가도 초가이지만 제법 넓고 깔끔하게 잘 꾸며져 있었다. 논개 생가답게 주변에는 풍성하게 자란 무궁화나무가 화려한 모습으로 눈에 확 들어왔다. 그리고 생가 옆에 기와집으로 된 논개 기념관이 있었는데 문이 활짝 열려 있고 안쪽에 논개 전신 초상이 밖에서도 잘 보여서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을 세워놓았다. 동그란 얼굴과 단정한 눈 코 입은 실제 논개의 모습은 아니겠지만,  많이 본 듯 정다우면서도 위엄이 느껴진다. 전시관 안으로 들어가 보니 논개의 어릴 때의 삶이 그림과 함께 순서대로 설명되어 있었다.


  논개는 평범하지만 가난한 백성의 딸로 태어나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장수 현감이던 최경회의 도움을 받게 되고 그의 부인이 되었다. 그 후 임진왜란이 일어나 의병장이 된 최경회는 결국 진주성 전투에서 패하고 남강에 몸을 던져 자결을 하게 되고 남편과 나라의 원수를 갚고자, 기생으로 가장한 논개는 왜장을 끌어안고 남강에 몸을 던졌다고 한다.

 임진왜란이라는 역사의 수레바퀴 아래에서 얼마나 많은 백성들이 허무하게 죽었던가. 그리고 논개를 비롯한 수많은 이름 없는 들이 역사의 수레바퀴를 앞으로 움직이기 위하여 자기의 몸을 던졌던가. 그 당시 대다수의 지배층이 역사의 수레바퀴를 비껴 도망가기에 바빴던 것에 비하면 말이다.   


흔히 역사의 수레바퀴를 움직이는 것은 시대적 영웅이라 말하고, 이들은 대개 장군이거나 왕, 또는 특별한 천재들이었다. 하지만 과연 그들이 역사의 수레바퀴를 움직여 왔나? 그들이 움직인 궤적보다 더 앞으로 길을 내어 왔던 이들은 바로 이름 없는 민중들, 즉 용기 있는 아무개들이 아니었을까?


  화폐 속 인물을 보면 모두가 조선시대 기득권이었던 그 시대의 주류, 사대부 또는 왕이다. 물론 이들이 우리나라를 이만큼 이끌어왔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이 왕이나 학자, 장군, 사대부 여인으로서 자신의 주어진 환경과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한 인물이라면, 논개나 신돌석, 안중근, 유관순 같은 인물은 주어진 환경을 뛰어넘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역사 속으로 던진 인물이 아니었나 한다. 그렇다면 화폐의 인물 중 한 두 명은 이들이 되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논개 사당 주변을 어슬렁 거리는 이름 없는 민초 한 명이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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