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tv 드라마를 좋아하는 아줌마이다. 그래서 집에서는 테순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게 빠져드는 드라마가 없어서 삶의 기쁨이 10%쯤 줄어든 느낌이다. 그러다 몇 주전부터 보는 드라마가 생겼다. 바로 [시간]이라는 드라마다. 여자 주인공은 소녀시대로 활동한 [서현]이고, 남자 주인공은 [김정현]이라는 배우인데 둘 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배우들이라 1,2회는 건성으로 채널 돌리다 몇 번쯤 본 것 같다. 그러다가 이 드라마에 꽂히게 된 것은 순전히 배우'김정현'의 눈빛 때문이다. 그전에 그가 나오는 드라마를 본 적이 별로 없어서 실제 그의 눈빛은 잘 모르겠지만 이 배역에는 딱 어울리는 눈빛이다. 이와 비슷한 눈빛을 예전에 본 적 있는데, 바로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의 [소지섭]의 눈빛이다. 세상에 대해 아무런 미련이 없는 허무함 가득한 이 눈빛에서 나는 이상하게도 매력을 느낀다. 이러한 눈빛을 규정하자면 '퇴폐미'라고 부르면 어떨까?
사전적 의미의 퇴폐미는 문란하다는 의미에 가깝겠지만 이것은 내가 느끼는 의미와는 거리가 멀다. 내가 말하는 퇴폐미의 정의는 우울함 30%, 외로움 50%, 반항심 20%를 버무려 놓았을 때 나타나는 오묘한 매력이라고 할까? 좀 더 좋은 표현을 아직 찾지 못했다. 차라리 우울미라고 할까? 당분간은 퇴폐미로 부를 수밖에 없겠다. 물론 현실에서 이런 눈빛을 본다면 바로 깨는 이미지인 게 함정이다. 스크린이나 책 속에서 있을 때만 멋있는 걸로.
그리고 보면 나는 이러한 퇴폐미에 예전부터 매력을 느껴왔던 것 같다. 중고등학교 때 읽었던 '올훼스의 창'이라는 만화에 빠져 살았던 것도, 윤미래의 '하루하루', 범키의 '미친 연애'라는 노래를 좋아했던 것도 그렇다. 그 외에도 이런 느낌의 책이나 노래를 즐기는 편이었고 밝고 경쾌한 이야기나 노래는 그렇게 좋아했던 것 같지 않다.
인간 존재의 깊은 우울함과 외로움을 건드리는 이런 작품들을 보거나 들으면서 오히려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면 난 좀 이상한 건가 살짝 걱정도 된다. 내 취향이 영 이상한 것이 아니라면 나와 같은 퇴폐미를 좋아하는 분들과 이야기 나눠보고 싶다. 그런 작품이나 노래를 소개받고 싶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