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구하는 실천가 Mar 13. 2022

다른 건 당연한 거야, 좋은 거야.

  초등학교 3학년 사회시간에는 가족의 다양한 형태에 대해서 공부를 한다.  그런데 가족의 형태에 대한 수업은 뭔가 조심스러우면서도 비밀스러운 면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한부모가족이나 다문화가족, 조손가족, 입양가족, 재혼가족과 같은 명칭을 쓰는 것을 대체로 지양한다.  그러한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그런 가족을 가진 누군가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 명칭이 주는 부담이란 것이 결국 그런 가족 형태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보여주는 것이라 여겨졌다. 그래서 나는 이 수업을 하며 이 명칭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면서 내가 어떤 가족의 형태에 속하는지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하고 말하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의 가족 형태에 대해서도 당연히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내가 자라나던 시절에는 부모와 자녀(심지어 형제가 있는) 이루어진 4-5인이라는 특정한 가족 형태만이 '정상 가족'이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가지게 했었다. 지금도 가끔 이런 생각이 유효하게 쓰인다.  다행히 지금 10살의 아이들은 그러한 편견이 거의 없다는 것이  시기에 가족의 형태를 가르치기  좋은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성 어른의 눈과 마음을 가진 내가 나도 모르게 편견에 물든 말을 무심코 던지게 될까  사실 매우 조심스럽게 수업에 임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우리 주변에 어떤 가족의 형태가 있는지 쉽게 물어봐지지 않았고, 주로 교과서나 영상  가족의 모습을 예시로 보여주면서 간접적으로 가족의 형태에 대해 말하였다. 그러면서 슬쩍 '우리도 언젠가 외국에 나가서 살게  가능성이 적지 않고 그때 우리도 그들에게는 외국인 가정이 되겠지. 선생님도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한부모 가족이었다' 같은 말로 미래의 우리 모습과 나의 과거 이야기를 슬쩍 얹었. 그러자 확실히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뭔가 낯설게만 바라보던 아이들의 눈빛이 새삼 반짝였다. 그리고 우리  한부모 가족인 민준이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기가 아는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마구 말하기 시작했고 내가 가졌던 우려는 사실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내가 원하는, 그리고 우리가 대체로 바라는 세상은  것일 것이다.  나의 선택과 상관없이 주어지는 나의 환경이 무엇이든  누구와 비교해도 그것이 남다르지도, 부끄럽지도 않은 세상이다.  부모가 누구이든,  가족이 어떠하든, 나의 외모가 어떻든 간에 이해받으려 노력하거나, 의식하거나, 굳이 숨기지 않아도 되는 그냥 자연스러워지는 일상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무심코 내뱉는 한 마디에, 그것이 때로는 애정이고 친절이라 하더라도 누군가에게는 눈치 보는 일이거나 마음 상하는 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도록 더욱 당당하게 나는 가족의 다양한 형태를 수업함에 있어서 다른 주제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물어볼 수 있기를 바란다.


 " 여러분의 가족은 어떤 형태에 속하나요?  그래서 어떤 점이 좋은가요?"

그러면 아이들이 너도 나도 자신 가족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눌  있었으면 한다. 친구의 가족 형태에 대해 놀라거나 신기해 하지 않고 다름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며.


 사실 다른 것이 이상한 것이 아니고,  같은 것이  이상한 것일 때가 많음을 우리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코로나 2년, 그 끝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