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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구하는 실천가 Jan 09. 2022

코로나 2년, 그 끝에서

 



주말 아침, 학부모에게 전화가 왔다. 우리  아이가 다니던 학원의 한 학생이 코로나 확진되면서 어제 아이가 코로나 검사를 받았.  하지만 아이가 밀접접촉자가 아니었기에 어제 검사를 받고 결석한다 해도 나는 그다지 심각하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이전까지 우리  여러 학생들이 밀접접촉자인 경우를 포함하여 여러 이유로 검사를 받았지만 양성이었던 적은 없었다. 그래서 다음날 결과가 나오면 담임인 나에게 간단한 문자로만 음성임을 알려주었다. 그런데  이렇게 전화가  것은 처음이다.  뭔가 느낌이 좋지 않다.

 

 "선생님, 저희 아이 코로나 검사에서 양성입니다."

 학생의 어머니가 너무나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는 바람에 나는 순간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되물어 보았다. "어머님, 양성이라고요?"

 "네. 선생님. 어떻게 할까요?" 여전히 차분한 학부모의 목소리가 아득히 멀어지고 있었다.

'어떻게 할지는 저도 모르는 걸요. 제가 묻고 싶어요. 저 이제 정말 어떻게 하면 되나요?’라고 묻고 싶은 심정을 꾹꾹 누르고 말했다.

 "제가 바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


  "선생님, 제가 비밀 하나 알려드릴까요? 저... 사실.. 여신이에요."

  "뭐라고? 안 들리는데?"

   "아이, 저 여신이라고요."

    "뭐라고? 안 들리는데?"

    확진된 학생은 유독 살갑고 쾌활한 아이라 쉬는 시간이면 이렇게 나와 장난을 쳤다. 나도 어쩌면 감염되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얼른 마스크를 쓰고 가족들에게  곁으로 오지 말라고 말하고, 주간보호센터에 전화를 걸어 오늘은 엄마를 보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떨리는 손에 겨우 힘을 주고 전화를 돌려 우리 학교 최초의 확진자가 발생했음을 교감선생님에게 알렸다.    30분이  되지 않아  휴대폰에는 보건 선생님의 카톡이 잔뜩  있었다.  이번  동안  학생이 등교한 날짜와 시간, 전담 수업 시간표, 특별실 사용 여부, 학원 여부, 방과  수업 여부, 형제 여부, 이번  수업 시간표, 교실  급식실 좌석표, 외부 강사 수업 여부  역학조사를 위한 온갖 자료를 준비해서 바로 보내달라는 내용이었다. 곧이어 확진자 발생을 알리는 문자가 전교생  교직원 전체에게 왔고 검사 대상자에게만 보내는 코로나 검사를 하라는 통지 문자가 우리 학년 전체 학생과 교사, 전담교사에게 왔다.  나는 서류 작성을 하기 위해 학교로 향했다. 학교로 가는  안에서도 나는 여전히 멍한 상태였다. 문득 이번  방과 후에 우리 교실에서 실시한 진로체험수업이 마음에 걸렸다. 수업 전후 소독을 하긴 했는데, 급한 마음에 대충   같기도 했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여러 활동들도 걱정이 되었다.  비록 마스크를 쓰고 조심하기는 했지만 모둠활동, 실험 활동이 신경 쓰였다.


 ‘우리 반 아이들 중 양성이 많이 나오면 어떡하지? 아이들도 그렇지만, 나도 양성이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을 하며 그날 늦은  겨우 잠이 들었다.


"누구세요?"

"질병본부에서 나왔습니다.  코로나 양성으로 결과가 나왔습니다. 지금 바로 따라오시죠?"

 " 안돼요. 저희 엄마는 누가 돌보구요. 저는 못 가요!"

 " 그럼, 강제로 데려가는 수밖에 없어요. 당장 나오세요. 그리고, 왜 아이들 모둠 활동을 시키셨죠? 왜 짝발표를 시킨 건가요? 쉬는 시간에 왜 놀도록 그냥 두었죠? 다 방역법 위반이에요. 따라오세요!"

 "아.. 그건 어쩔 수 없었어요. 잠깐만요!!"


  이상한 몽상 속에서 잠을 자는 듯 마는 듯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휴대폰을 보았지만 아직 검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유독 느리게 가는 시곗바늘이 오전 9시를 힘겹게 넘기자 드디어 문자가 왔다.  다행히 음성이었다. 그래도 나는 밀접접촉자라 이틀 걸러 한 번씩 총 2번의 검사를 더 받아야 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갑자기 시작된 원격수업으로 학습자료를 만들어 가정으로 보내고 화상수업을 하며 혹시 몰라 식사도 교실과 집에서 혼자 하며 힘들고 느린 일주일을 보냈다.


 2 동안 매스컴 속에서만 느껴왔던, 정말 있기는  걸까 하던 코로나를 몸소 겪었던 2021 12월은 그렇게 살벌 씁쓸하게 지나갔다. 그리고 이제 3 차가  코로나는 여전히 매스컴 속에서 기승을 부리며 어느 순간 우리 곁에  들어올지 른다는 불안과 부담을 가진채 2022년의 해는 밝아왔다. 올해는 제발 코로나가 물러가서 마음껏 아이들과 갖가지 체험학습을 떠나고 다양한 활동으로 학교 안팎을 누비는  해가 되길 진심 바라본다.

코로나야, 제발 물러가라. 그래서 이제 아이들의 웃음을 돌려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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