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경련을 겪고 일주일이 지났다. 항상 다이어트를 꿈꾸었지만 먹는 즐거움 앞에서 말 그대로 꿈일 뿐이었다.
그런 내가 요즘 먹는다는 것을 다시 생각한다. 항상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 무엇을 먹을지를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퇴근하면 저녁을 하기 전에 허기를 해결하려고 눈에 보이는 주전부리들을 일단 입에 넣었다. 가족 중에 가장 빠르게 식사를 마친 후 식구들이 남긴 반찬을 치우며 2차로 또 먹었다. 그다음 입가심으로 간식을 입에 물고서야 뿌듯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다.
나는 혼자 밥을 먹을 때가 좋았다. 자극적으로 입맛을 당기며 값싸고 품이 덜 드는 방식의 일품요리를 만들어서 텔레비전을 보며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떡볶이, 라면, 김치전, 만두, 김말이 튀김 등이다. 그것도 항상 급하게 입에 집어넣기 바빴다. 그러다 보면 결국 과식이 되고 말았다.
한마디로 나는 나에게 아무렇게나 먹였다.
내게 먹는 것이란 그런 것이었다. 제일 즐거우면서 동시에 스트레스를 푸는 도구였다. 그래서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마음이 허하고 몸이 심심할 때면 집에 있는 먹을거리와 커피 한 잔을 뚝딱 하기도 했다.
이제 그렇게 먹지 않는다. 함께 먹든, 혼자 먹든 똑같이 최선의 마음으로 음식을 만든다. 그리고 알맞은 그릇에 정성껏 담아서 천천히 음미하며 먹는다. 조금 많다 싶으면 한 조각이라도 미련 없이 남긴다. 라면이나 고기류, 튀김류, 매운 음식은 먹지 않는다. 먹기 위해 음식을 만들던 과거와 달리, 잘 먹고 싶어서 음식을 만든다.
완전히 끊은 것은 커피와 라면이다. 남편이 커피를 마실 때 나는 미숫가루를 타서 마시고, 라면을 먹으면 국수나 스파게티를 조금 말아먹는다.
얼마 전 애호박 국수를 만들었다. 애호박을 곱게 채 썰고 국수를 삶았다. 애호박에 소금, 참기름, 깨를 넣어 살짝 볶아서 국수랑 비볐다. 심심한 듯하지만 먹을수록 고소한 맛이 올라왔다. 그러자 리틀 포레스트의 주인공처럼 음식을 만드는 것과 먹는 것이 즐거워졌다. 배 부르려고 먹는 것이 아닌 음식을 만드는 순간의 즐거움과 완성된 기쁨, 먹는 즐거움이 연결되어 느껴졌다. 예전에는 좋아하지 않던 요리 자체가 즐거워진 것이다.
여전히 어떤 날은 나의 예전 습관이 불쑥 올라와 허겁지겁 만들고, 또 급하게 먹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보면 그릇에는 단지 두어 숟갈의 음식이 남았을 뿐이다. 그러면 그거라도 다시 제대로 천천히 먹는다. 어제는 몸이 피곤하여 급하게 만든 잡채가 너무 짜고 달았다. 빨리 만들어 먹고픈 마음에 아쉬운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제 매운 것, 기름진 것을 거의 먹지 않으니 모든 음식의 맛, 향, 식감이 새롭게 느껴진다. 평소에는 전혀 맵지 않던 김치나 국도 제법 맵게 느껴진다. 너무 은은해서 몰랐던 맛들이 맛있게 느껴진다. 음식을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아 몸이 좋아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전보다 몸이 가벼워졌고 변이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이제 예전의 자극적인 음식이 많이 떠오르지 않고 편안한 음식이 좋아진다. 여전히 내 혀가 기억하는 유혹의 맛이 때로는 내 식욕을 흔들겠지만 조금씩 몸이 느끼는 이 편안함을 계속 기억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