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글, 차가운 글

by 연구하는 실천가

한번 글감이 떠 오르면 미친 듯이 한 숨에 써지는 글이 있다. 그렇게 한 번에 써진 글은 바로 발행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만큼 가슴이 뜨거워지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내 생각을 바로 나누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는 것이다.


또 어떤 글감은 머리 속에 떠오르기는 하나, 한 줄 쓰면 다음 줄이 잘 안 써지는 경우가 있다. 분명 머리 속에 생각들이 가득 차 있긴 한데, 너무나 엉켜있어서 날실과 씨실의 연결고리가 잘 맞춰지지 않는 것이다. 그런 글은 일단 되는 대로 대충 써 놓고 다음날 다시 머릿속을 정리하며 조금 더 써 내려가고, 또 다음날 좀 더 고쳐 쓰고 하다 보면 처음의 우려와 달리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흘러가는 것을 보게 되는 것이다. 이런 글은 다 써졌다 싶다가도 하루, 이틀 더 그대로 발행할지를 고민한 후 발행하게 된다.


전자의 글이 '뜨거운 글'이라면, 후자의 글은 '차가운 글'이다. 대개 전자의 글이 좀 더 자신감 있게 느껴지는데 실상 발행해 보면 후자의 글이 좀 더 반응이 좋고, 전자의 글은 그저 그럴 때가 많다. 아마 나의 뜨거운 감정이 그대로 노출되어, 읽는 사람에게 오글거림이나 설익은 느낌을 주는 것일 것이다. 반면에 차갑게 식은 후자의 글은 조금 더 정제되거나 발효되어 있어서 읽는 사람에게 편안함을 주고 공감을 받기가 쉬워지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나의 '뜨거운 글'도 좋다고 생각한다. 감정 덩어리의 글일지언정, 나의 진심이 거칠지만 더 솔직하게 드러난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후자의 '차가운 글'이 잘 쓰인 듯 세련될 수 있지만, 나의 가식 한 스푼, 나의 현학적 허세 한 스푼이 MSG처럼 달짝지근하게 들어 있을 수 있다. 그래도 너무 뜨거운 글은 좀 자제해야 할 것이다. 나의 주관적 감정이 녹아있는 글로 누군가의 소중한 시간과 마음에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되는 일니까. 감정은 솔직하되, 표현은 정직한 적정온도의 글을 발행할 날이 언제쯤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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