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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빈한한 친구 관계를 돌아보며

by 연구하는 실천가

대학 동기 4명을 만나러 시의 경계를 훌쩍 넘어 1시간 30분이 걸리는 길을 운전도 잘 못하는 내가 꾸역꾸역 넘어간다. 일 년에 5~6번.

그런데 정작 이들과 대학 때는 대면 대면한 사이였다. 졸업 후에도 20여 년을 연락 없이 살다가 친했던 친구 1명이 해외로 나가게 되면서 송별회 비슷한 자리에 같이 모였다가 즐거운 대화가 이어졌고 정기적으로 만남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2년 전 첫 모임을 앞두고 나는 망설였지만 한 번만 나가자 싶어 나갔었다. 그리고 의외로 말이 잘 통하고 만난 뒤의 느낌이 개운했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다 멀면서도 꾸준히 만남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오늘은 나뿐 아니라 모두가 할 말이 없는 듯 대화가 좀처럼 이어지지 않고 자주 소강상태가 왔다. 결국 무의미한 가십거리만 씹다가 평소보다 빠른 이별을 나누었다. 돌아오는 길은 더 멀고 피곤했다. 개운하지 않은 뒷맛이었다.


나는 초중등학교 친구들과 현재 교류가 없다. 친구와 잘 어울리지 못하는 나의 소심한 성격 때문이기도 했고 어릴 적 가난해서 집에 전화기도 없었고 자주 이사를 가다 보니 자꾸 인간관계가 끊어졌다. 그리고 중고등학교는 그전 학교 그러니까,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상급학교로 올라갈 때 거의 집 근처의 한 학교에 90%의 학생들을 쏟아붓다시피 배정을 하고 꼭 반에 1~2명만 먼 학교로 배정을는데 그 한 두 명 중에 예외 없이 내가 들어갔다. 중학교도 고등학교도. 그러다 보니 더욱 인적 교류가 단절되었다. 대학 가서도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몇 차례 연락하고 만났으나, 재수를 결정한 직후 대학에 다니는 그들과 또 연락이 끊기게 되었고 지금처럼 휴대폰이 없는 시절, 연락처를 잃어버리면 그걸로 끝이었다.


대학 와서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4년을 같이 다니게 되니 자연스럽게 친한 동기들이 많아졌다. 그런데 우리의 졸업 때 임용 사정은 최악이었고, 친구들은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가끔 연락을 하며 지냈으나 워낙 살갑지 않은 나의 성격과 지금과 같은 sns가 없는 상황에서 각자의 삶이 가장 힘든 시기인 30대를 관통하던 때에 우리는 그렇게 대학 때 잠시도 떨어지지 않았던 사이가 무색하도록 멀어졌다.


이제 인생의 뒤안길에서 돌아온 우리는 그리운 이들을 찾아보게 되었지만, 너무 먼 곳에 살아서 또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어서, 또는 같은 지역에 있더라도 그 시절의 그녀들이 아니었는지 가끔 sns로 마음만 나누는 사이가 되었고 몸이나 마음 중 하나는 이미 저 멀리에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직장에서 만난 이들과 대학 때 대면 대면했던 그녀들과의 만남들이 추억은 빈약하나 나의 인간관계를 채워 주고 있었다.


휴식 같은 친구를 만들지 못한 것은 나 스스로가 휴식 같은 친구이지 못하여서임이 분명하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그녀들이 내게 보여준 소소한 마음을 나는 당연한 듯 받았을 때가 많았다. 지금은 그 소소한 마음을 곱절로 돌려주고 싶은데 시간의 힘이 너무 강력한 듯 우리 사이에 큰 강이 하나 흐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나의 마음을 아리게 하는 친구가 있다. 그녀가 제발 건강을 회복해서 휴식 같은 친구였던 그녀가 나에게 주었던 그 행복한 시간들을 이제야 철든 내가 꼭 돌려줄 기회를 나에게 주기를 진심으로 간절히 빌어본다.
힘내라. 사랑하는 J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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