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Strangers in Seoul - 연하 마그넷2

비슷한 두 영혼들의 한국에서의 만남

by 지노

제이 (Jay) 를 처음 만난 건 서울 국현미 안 카페였다.



본인은 개인적으로 약속시간에 조금이라도 늦는걸 정말 싫어하고 극혐하는데

시청에서 버스를 갈아타다가, 예상치 못한 근처 시위 때문에 무려 10분을 늦게된다...

정말 미안한 마음으로 메세지를 보냈다.


"정말 정말 미안한데 버스 갈아타다가 10분정도 늦을것 같아..미안해서 어떻게 하지?"

"괜찮아. 천천히 와. 지금 음료 시킬건데 뭐 마실래? 메세지로 알려줘"


늦어서 미안한 상태인데도 그의 센스의 감탄했다. 이런 센스 너무 좋아


오늘의 커피 (today's coffee) 를 아이스로 시켜달라고 부탁한다음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부리나케 카페로 달려갔다.






두근두근 한 마음으로 카페 입구에 들어선 순간,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입구에 앉아있는 그 애가 보였다. 청순하고 단정해 보이는 세미기장의 진한 흑발에 깔끔한 흰 니트 반팔 티셔츠, 하의는 블랙 팬츠. 좀 덥지 않나? 싶었지만 첫 눈에 내 스타일이라고 느꼈다.


제이는 나보다 16살이 어렸는데, 희한하게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고 외모나 성격이 묘하게 성숙했다. 만나기전에 문자로 얘기할 때도 말도 안되지만 뭔가 연상 같은 느낌이 있긴 했는데...

실제로 보니 외모도 그 나이대 답지않았달까,,,엄청 차분하고 딱 할말만 조리있게 하는 성격이었다.

(알고보니 그는 완전히 성숙하고 차분한 성격은 전혀 아니었지만...)


그는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고 했다.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시켜줘서 참 고마웠다.


모닝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는데 그 애는 나한테 얘기한대로 개발자쪽 일을 하고 있었고, 반 혼혈이지만 우리나라 학교에 장학금을 받고 왔다고 했다. 얘기를 하다보니 정말 브레인이었다.


그는 아시아계쪽 혼혈이었는데, 혼혈이라고 미리 말하면 모를 정도로 정말 한국인 같이 생겼다. 조금 진한 느낌이랄까? (패션 스타일도 좋고 키도 훤칠해서 여자들이 좋아하게 생겼다고 속으로 생각함)


커피를 마시면서 여유있게 얘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볼 전시가 그날 2개나 있었기에 커피를 후딱 마시고 전시를 보러 가기로 했다.




표를 구매하러 매표소로 향하는데,

그가 "아 나 아까 너 기다리면서 티켓 사놨어" 라며 티켓을 바지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꺼내는게 아닌가. 그가 꺼낸 표는 요즘 가장 핫한 전시인 론 뮤익 (Ron Mueck) 이었다.





사실 론뮤익을 볼 생각은 아니었고, MMCA 현대미술 하이라이트를 보고싶었는데 제이가 이미 사놨다고 해서 같이 보고 현대미술 하이라이트를 바로 이어 보기로 했다.


론 뮤익이 현대미술 중에서도 호불호가 매우 갈리긴 하네 보는 내내 둘 다 별 감상이 없었다...너무 실험적인 탓일까. 어색하게 서로 전시만 빨리 훑어봤고, 이 전시만 보기엔 좀 아쉬워서 내가 보고싶었던 위의 전시를 바로 보러 가기로 했다.


현대미술 하이라이트전은 전시 자체도 좋았지만 (나만 좋았을 수도) 서로 미술에 대한 취향이나 토론을 나누기가 좋았다.


"김환기 화백 작품은 간단하고 누구나 따라 그릴 수 있을 거 같은데 왜 그가 한국 최고의 화가 중 한명인거야?"

"김창열 씨 물방울 그림도 누구나 그릴 수 있을거 같은데 왜 유명한거지?"


"......"


뭔가 이상해서 그를 캐물어 보니 예상 외로 그는 예술 문외한이었고 갤러리 방문을 즐긴다고 한건 여자들을 꼬시기 위해서 였던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쩐지 생긴건 멀쩡해서 작품들 보면서 전형적인 공대생 같은 답변만 하더라니...


알고보니 거의 잘 groomed 된 외모와 패션 스타일, 취미 모두 피나는 노력의 결과였다. 대학교 오기전까지는 정말 공부만 했다고...


나도 꽤 직감이 좋아서 이런 그의 모습들은 금방 뽀록(?)이 났는데 왠지 귀여웠다. 이제야 그가 16살 어린게 실감이 나기도 했고.




어떤 모습이든, 이성을 쟁취하려고 열심히 꾸미고 자기한테 맞는 스타일을 찾아가는 노력은 나는 무조건 존중하고 싶다.


처음에 봤을 때 너무 완벽해 보이던 그의 모습에 이질감을 느꼈는데, 이런 인간적인 모습과 노력들을 보니 귀엽고 더욱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날은 전시를 2개나 보면서 제이와 이런저런 솔직한 얘기들,,,지금까지의 연애, 학교, 하는 일, 가족 등등의 얘기를 했고, 전시를 보고는 바로 뒤의 파르페와 녹차 맛집에 가서 간단히 먹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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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났음에도 제이와 내가 비슷한 영혼이라고 생각한건 둘 다 한국에서 뭔가 이방인처럼 산다는 점이었다.

그 애는 반 한국 혼혈이었고 한국에 온지는 몇 년밖에 안되었지만 친한친구들이 거의 없다고 했고, 혼자 살고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팬데믹때는 거의 집콕만 했다고)


나는 사람들도 좋아하지만 혼자 보내는 시간을 좋아하고, 혼자 여행다니는 것도 매우 즐긴다. 한국에서 태어났고 여기 오래 살았음에도, 교포 같다는 소리를 자주 듣고 외국가서도 적응을 잘 하는 타입이다. 그리고 사람들 시선이나 생각을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일상을 살아가는 편.


뭔가 둘 다 사람들이 필요할 때도 있고 시간을 보낼 때도 있지만, 외로움을 별로 안타고 사람들 시선 신경 쓰지않는게 비슷했다. 이부분은 연애관에도 적용이 된 것 같고.


얘기를 하면서 나이에 상관없이 나와 비슷한 류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나 혼자 만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 이런 느낌을 받는 사람을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다.





그 애의 그날 일정은 하루 종일 프리였는데 내가 오후에 일이 있어 잠깐 보고 헤어져야 하는게 아쉬웠다.


더운 날이었지만 바로 헤어 지기 둘 다 아쉬웠기에... 우리는 내가 버스를 타는 곳 까지 안국역, 인사동을 지나 같이 걸어갔다.


제이는 말 수가 많은 편은 아닌데 재치가 있고 둘다 티키타카가 잘 되어 대화 자체가 즐거웠다.


대화를 하며 걷다보니 어느샌가 버스정류장이 보였고, 바로 버스가 왔기에 다음번 만남을 기약하고 난 버스에 올랐다.


꽤 피곤해 버스에 타자마자 눈을 좀 붙였는데 도착해서 핸드폰을 보니 그에게서 메세지가 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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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비 컨디뉴드 To be continued

제이와의 이야기는 다음번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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