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 마그넷 3편
바로 다음 날 영화를 보러 만난 제이는 왠지 모르게 시큰둥한 느낌이었다.
원래 성격이 무뚝뚝한 편인지, 이 전에 일하고 와서 스트레스를 받은 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그날 우리는 티켓 부스에서 만났고 영화 시간이 얼마 안 남아 영화를 바로 봤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그는 별로 말이 없었다. 음... 이거 두 번째 데이트가 맞는 건가?
"원래 말이 없는 건가?"
"낯을 가리는 성격인가?"
내가 아무리 16살이나 많다고 해도, 완전 100% 테토녀는 아니라, 은근히 눈치를 살피게 되었다.
조용한 영화 관람이 끝나고 (애니메이션 봤음), 뭔가 이대로 헤어지긴 아쉬워서 이자카야로 향했다.
제이를 두 번밖에 안 봤지만, 조금 싫은 점이 있었는데, 지나가는 여자들을 뚫어지게 자주 쳐다본다는 점.
처음 만날 때도 그러더니, 이자카야에서도 여자들이 지나갈 때 너무 대놓고 쳐다봐서 어이가 없기도 했다. 원래 그런 성향인 건지.. 나한테 집중 안 하는 느낌?
조금 늦은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맥주를 한 잔씩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고, 제이에 대해서도 조금 더 알게 되었다.
"엑스는 내 늦은 첫사랑이었고, 외모나 성격 모두 내 이상형이었는데, 안 맞는 점이 있어서 헤어졌어. 헤어지고 나서 미련 남아서 연락해 봤는데 역시 안 받아주더라. 그 이후로는 여자들 만날 때 마음이 안 가고 좀 가벼운 마음이 들기도 해."
"예쁜 여자들 만나긴 쉬워. 바에서 무조건 제일 예쁜 여자를 찾아서 말을 걸어. 그게 제일 쉽지 않나? 어딜 가든 그 공간에서 제일 핫한 여자애 번호 따기는 엄청 쉽다고 생각해. 어려울 점이 없지 않아? 근데 그게 롱텀으로 이어지는 건 다른 문제인 듯."
"여자들도 항상 내 groomed (잘 가꿔진) 모습에 호감을 갖고, 내가 자기한테 먼저 접근해서 번호를 땄다는 사실을 좋아해. 근데 그렇게 많이 만나는데, 난 항상 혼자고 공허함을 느껴."
어느 정도 맥주를 마신 제이는 내가 편해졌는지 이런저런 과거 얘기를 해줬다. 물론 지금까지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교에서 장학금을 받느라 학창 시절에 공부만 한 그의 입장도 이해가 갔지만, 진솔한 얘기를 할수록 점점 더 깨는 건 왜 그럴까?
남녀 관계에서 항상 내가 생각하는 건, 서로에게 100% 솔직한 필요는 없다는 점.
물론 제이는 나를 편하게 생각해서 경계나 긴장감을 풀고 솔직하게 얘기를 해서 그 점은 고마웠지만, 아직 너무 어리고 사랑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타입들은 한 여자에 만족을 못 하고 계속 방황을 한다. 제이는 본인이 지독하게 외롭고 고독하다고 하지만, 본인이 초과한 결과일 뿐이다.
물론 이 날도 제이는 여전히 핫하고 멋졌지만, 이런 얘기들을 들을수록 그에 대한 내 호감도는 서서히 낮아졌다. 외모가 절대 다는 아니다.
제이 같은 타입들을 그간 꽤 많이 보고 만나봤다. 데이팅앱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타입
외모도 직장도 괜찮은데, 도파민 과다로 계속해서 데이팅앱이나, 여러 곳에서 본뜨나 소개를 통해 여자들을 끊임없이 만난다. 번 때에도 스스럼이 없고, 단순히 숫자를 채우려는 듯이, 아님 그 도파민에 중독이 된 건지, 논스톱으로 많이 만나는 사람들.
여자들한테도 인기가 꽤 많은 타입이지만, 한 여자에게 정착을 못하고 영원히 떠돌아다니는 타입. 제이처럼 본인이 꽤 좋아하는 타입을 만나도, 정착하는 거 자체를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예전엔 이런 사람들을 내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안다. 그래서 더 이상 그런 사람들과 상종을 하지 않는다.
그날 늦은 저녁을 먹고, 각자 택시를 타고 가려는데 제이가 나를 붙잡았다. 한참 말이 없다가 오늘은 같이 있고 싶다고 하더라.
그는 꽤 망설이면서 얘기했지만, 그 이유가 이틀연속 나를 만난 이유였음을, 눈치 빠른 나는 단박에 깨달았다.
"너무 빨라. 서로 천천히 알아가려면 그건 좀 아닌 것 같네."
"아 그래? 그렇게 받아들였다면 미안해. 그런 의도는 아니었고 오늘 그냥 그런 기분이 들었어."
"응, 난 좀 아닌 거 같아. 술 취해서 그런 거 같은데 집에 가서 빨리 쉬어."
"알겠어.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 다음에 또 보자."
그날 우리는 각자 택시를 잡고 각자의 집으로 향했고, 그날 이후 그의 연락은 전혀 없었다.
예상하고 있었지만, 나름 내가 꽤 끌렸던 타입이기에 살짝 씁쓸함이 느껴졌다. 그래도 그와는 이 결말이 최선일 것이다.
그 날 이후로 나는 며칠간 제이에 대해서, 그 때 느꼈던 내 감정에 대해서 생각했고, 조금 회의감을 느낄 차에 제이와 완전 정반대인 너드남 그자체 브라이언을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