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노인들은 잠든다. 한 손으론 책을 쥐고, 다른 한 손으론 턱을 괸다. 두 눈은 이미 감겨있다. 머리를 몇 번 꾸벅거리다 턱을 괸 손이 빠진다. 그리고는 책상 위로 스르르 엎어진다. 국립중앙도서관 오후 2시의 풍경이다.
노인들이 도서관에 오는 목적은 제각각이다. 외국어 원서를 펴고 몇 시간이고 몰입하는 노인들도 있고, 세상 편하게 누운 듯이 앉아 무협지를 보는 노인들도 있다. 1층 로비엔 하릴없이 창밖을 쳐다보는 노인들도 있다. 노인들은 도서관 이용객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노인들은 서로를 알지 못한다. 모두 혼자 와서 혼자 읽다가 혼자 돌아간다.
제각각의 노인들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 있다. 바로 오후 2시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올라온 노인들은 다시 책상에 앉아 각자의 일에 몰두한다. 그러다 오후 2시가 되면 최면에 걸린 듯 하나 둘 책상 앞으로 스러진다. 그 모습은 문득 평화로우면서 처량하다. 잠든 노인들의 굽은 등허리엔 외로움이라는 단어가 공통적으로 쓰여 있다. 갈 곳 없는 노인들은 출근하듯 도서관으로 모인다. 그곳에서 같이 먹고 같이 잔다. 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모양이다.
이 사회에 노인이 설 자리는 없다.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신경 쓰는 사람이 없다. 어디서 무얼 하든 그들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한 명 한 명 너무나 다른데, 우리들은 그들을 항상 ‘노인’이란 단어로 한 번에 묶어버린다. 이것이 현대판 고려장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무관심이라는 지게 위에 노인들을 엎고 산을 오른다. 그들은 심지어 무겁지도 않다.
오늘도 오후 2시가 되자 노인들은 어김없이 모두 잠든다. 이 모습이 또 평화로우면서 처량하다. 누가 지게에 업어 가도 모를 정도로 깊이 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