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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품여자 Jun 09. 2021

3. 그리스 크레타 섬(1)

3-5. 친절한 섬 크레타

그리스 여행 계획을 짤 때 크레타 섬은 꼭 가보고 싶었다. 지금으로부터 4000여 년 전에 있었던 크레타 문명(미노아 문명이라고도 한다.)의 발상지였기 때문이다. 그 당시 있었다는 크노소스 궁전을 보고 싶어 그리스 여행 계획에 넣어놨었다.


크레타 섬으로 이동하는 날이라 아침부터 마음이 분주했다. 무거운 캐리어를 낑낑대며 끌고(그래 봤자 24인치인데 짐은 여전히 무겁다.) 숙소 앞에서 공항버스를 타고 도착했다.



이제는 필수 코스가 되어버린 공항에 미리 가서 커피와 디저트 먹으며 일기 쓰기를 해본다. 체크인 후 편안한 마음으로 마시는 커피는 정말 맛있다. 나는 여행 계획을 세울 때, 국가나 도시를 이동해야 하는 날에는 특별한 일정을 넣지 않았다. 이동 자체가 에너지 소비가 많은 일이기도 했고, 비행기 같은 경우에는 연착이나 취소가 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어서이다. 이동하는 날은 그것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1320분. 비행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낮인 데다 날씨가 맑아 아테네 전체가 너무나 잘 보인다. 그리스 앞바다인 에게해는 섬이 엄청 많은데 비행 내내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을 볼 수 있었다. 가까운 거리라 40분 만에 도착했다.


시내버스를 타고 호텔로 이동해야 해서 정류장을 찾는데 잘 보이지 않는다.(마땅한 게스트하우스가 없어 값이 적당한 호텔로 예약했다.) 인포에 물어보니 언니가(동생일 수도 있다.) 친절히 알려준다. 정류장에 도착해서 버스표를 사려고 하니 아저씨가 어디까지 가냐고 묻는다. 호텔 이름을 말하니 시내버스 기사한테 나를 소개하며 내가 예약한 호텔에 꼭 내려주라고 친절히 말해주었다. 버스 기사님도 여기 앉으라며 나를 챙겨주신다. 친절한 사람들의 안내를 계속 받으니 기분이 좋은 것은 물론 크레타에 대한 첫인상도 매우 좋았다.


5분쯤 갔을까. 한눈에 봐도 행색이 매우 남루한 엄마와 아이 셋이 버스를 탔다. 버스비를 내지도 않고 탄 데다가 맨발의 어린아이들은 버스를 휘젓고 다니는데도 버스 기사님이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는 걸 보니 이런 일이 꽤 많은 듯했다.(크레타 시내에서도 종종 이런 사람들을 보았다.) 나는 매우 당황했지만 버스 안의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앉아있었다.


나는 버스 기사님이 내리라고 한 곳에 내려 호텔을 찾아보았지만 보이지가 않는다. 캐리어를 들고 이리저리 다니니 금방 지쳐서 용기 내어 대학생으로 보이는 듯한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혹시 이 호텔 어디 있는지 알아요?"

"아~ 저기 저쪽 골목으로 들어가시면 돼요. 그런데 어디서 오셨어요?"

"저는 한국에서 왔어요."

"오~ very good!"


나는 친절히 길을 알려주며 가는 학생에게 연신 고맙다고 인사했다. 골목에 들어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레스토랑 직원들에게도 한번 더 물어보았는데 역시나 환한 웃음으로 친절히 안내해주었다. 호텔에 겨우 도착 리셉션에서 밝고 친절한 모습으로 체크인을 해주시며 나를 맞아주었다. 친절한 크레타 사람들 덕분에 호텔에 잘 올 수 있었던 나는 마음이 따뜻해져서 이틀간의 크레타 여행이 기대가 되었다.



숙소 앞 골목을 걸어 나가니 짙푸른 바다가 나를 반긴다. 견고한 성채도 보이고 요트들도 있다.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이 참 예뻤다. 이틀 후에 갈 산토리니 섬 행 페리 표를 미리 구입하러 해안도로를 따라 걸었다. 사실 산토리니 섬은 갈 계획이 없었다. 몰타에서 충분히 휴식했으니 굳이 산토리니 섬까지 가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하지만 크레타 섬에서 다음 여행지인 이탈리아로 가는 비행기 편이 마땅하지도 않은 데다 사람들이 좋다고 극찬을 하니 그냥 가볼까 해서 아테네에서 마음을 굳혔다.


산토리니행 표를 파는 페리 사무실에 갔더니 이미 문을 닫았다. 아테네행 페리 사무실에 문의하니 내일 아침 7시 30분에 오면 아마 살 수 있을 거라고 친절히 안내해준다. 이런 표를 미리 사놓지 않으면 혹시 계획이 어긋날까 노심초사하는 성격이라 내일 아침 일찍 다시 오기로 하고 시내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내 쪽으로 오니(아까 시내버스를 탔을 때 길을 봐 둬서 금방 찾을 수 었다.) 메인 거리 치고는 사람들이 이 없다. 문 닫은 상점들도  보인다. 알고 보니 오늘이 그리스 근로자의 날이라 휴무일이었던 것이다. 계속 걷다 보니 페리 예약 여행사가 보인다. 혹시나 해서 문의해보니 이틀 후 산토리니 행 페리 예약이 가능하다고 한다. 얼른 표를 구입하고 나니 내일 오전에 늦잠을 자도 되겠다는 기쁨에 마음이 가볍다. 내친김에 크노소스 궁전 가는 버스 터미널이 어디 있는지도 물어봤는데 정말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곳은 친절한 사람들밖에 없나 보다. 얼굴에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여행사를 나와 조금 더 걸으니 교회도 보이고, 시청도 있다. 저녁으로 뭘 먹을까 돌아보다 사람들이 꽤 많이 모여있는 카페에 들어가서 치킨 수블라키를 시켰다.



치킨은 맛있는데 감자튀김이 맛이 없다. 감자튀김이 맛이 없기가 힘든데... 결국 거의 다 남겼다. 내일 조식을 맛있게 많이 먹기로 하고 숙소로 가는 길에 생수 한 병과 요거트를 샀다.(심지어 슈퍼 아저씨도 매우 친절했다.)


한인 민박에 있다가 호텔로 오니 너무나 편하다. 노래도 방안 가득 틀어놓고, 불 켜고 끄는 것도 자유롭다. 화장실 사용은 더더욱 편하다. 짐 정리를 대충 해두고 산토리니 섬에서 묵을 숙소를 검색했다. 차 렌트를 해서 다닐게 아니라 교통이 편한 피라마을에 숙소를 잡았다. 터키 카파도키아에서처럼 동굴 숙소가 꽤 많았는데 호기심에 예약해보았다. 바다 뷰가 좋은 숙소는 값이 어마어마해서 나름 후기가 괜찮은 적당한 가격의 숙소를 골랐다. 산토리니 행 페리와 숙소를 예약했으니 내일은 편안하게 크레타 섬을 즐기기로 했다.






아침이 밝았다. 이 호텔 조식이 꽤 괜찮다는 후기를 본 터라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다. 몸도 가벼워 오늘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끄떡없을 것 같았다. 낮엔 날씨가 꽤 더울 것 같아 모자를 챙겼다. 그리고 모자 쓰기에 편한 양갈래 머리를 과감히 해보기로 했다. 크레타 섬은 한국인에게 비교적 알려져 있지 않아 가 이런 머리를 해도 아무도 알아볼 수 없을 것이라는 이유도 한몫했다. 한국에서는 남의 시선 때문에 마음은 소녀여도 감히 하지 못했던 양갈래 머리를 하고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조식을 먹으러 식당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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