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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품여자 Aug 13. 2021

4. 이탈리아 피렌체(2)

4-7. 피렌체 두오모의 아름다움

"우와아~! 이게 뭐야? 성당 맞아? 너무 예쁘다."


두오모 도착하니 고급스러운 건축양식과 색깔이 내 눈을 사로잡는다. 도 모르게 육성으로 감탄사가 나와버렸다. 멋지고 멋지고 또 멋졌다. 오묘한 색과 문양 조화가 정말 볼만했다. 오전 8시도 안되어 도착하니 나름 한산해서 두오모의 자태를 이리저리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었다. 티켓 오피스에 가서 두오모 지붕인 쿠폴라, 조토의 종탑, 두오모 내부, 세례당을 갈 수 있는 통합권을 끊었다.



이 중 가장 사람이 많다는 쿠폴라에 먼저 올라가 보기로 했다. 계단이 400개가 넘어 힘들다고 들었지만 피렌체의 전경이 너무나 궁금했기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걸음을 옮겼다. 일찍 온 덕에 많이 기다리지 않고 입장해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올라가면서 두오모 내부의 천장화를 가까이 볼 수 있었는데 마치 사람이 살아있는 것처럼 입체적으로 그림이 그려져 있어 깜짝 놀랐다.



두오모 내부를 위쪽에서 살짝 본 다음 본격적으로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는데 올라갈수록 좁고 가팔라서 조금 힘에 부쳤다. 그래도 힘을 내어 드디어 쿠폴라에 도착!


'우와~ 정말 멋지다!'



피렌체의 시가지가 한눈에 보인다. 맞은편에는 조토의 종탑 우뚝 서 있고, 붉은색 지붕들이 온 마을을 덮고 있다. 도시 자체가 유네스코에 등록되어 있다 하더니 과연 그럴만했다. 옛 것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도시. 상상했던  피렌체의 모습보다 훨씬 더 멋졌다. 고층건물 하나 없는 이 작은 도시에 관광객이 넘쳐나는 것은 당연했다. 이곳에 올라오니 종탑도 꼭 올라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탑에서 바라보는 두오모의 모습이 너무 궁금해졌다.


세례당 내부
두오모 내부

쿠폴라를 내려와 세례당과 두오모 내부를 돌아보았다. 금빛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세례당의 천장이 매우 인상 깊었다. 두오모 내부는 여 성당과 다를 바 없는 정갈한 모습이었다. 지하에는 여러 개의 무덤들도 있었다.



쉬지 않고 여러 곳을 둘러보니 다리가 아파 종탑을 바로 오르기에는 무리였다. 그래서 다리도 쉬어줄 겸 유명하다는 카페에 갔다. 티라미수와 커피를 시키고 한입 맛보는데 역시 로마에서 먹었던 것보다 맛이 덜하다. 그래도 한숨 쉬어가기에는 더없이 달콤한 시간이었다.


다시 힘을 내어 종탑에 오르기 시작했다. 이곳도 400개가 훌쩍 넘는 계단을 올라야 한다. 두오모 쿠폴라보다는 계단이 조금 넓어 괜찮은 듯 보였으나 계단 200개가 넘어가면서부터는(나름 계단을 세며 올라갔다.) 점점 지치기 시작했다. 등산하고는 거리가 먼 내게 이런 미션은 상당히 고달픈 과정이었지만 결과가 주는 기쁨을 기대하며 묵묵히 걸어 올라갔다. 어느 정도 올라왔을까. 아직 꼭대기에 오르지도 않았는데 창문에 사람들이 몰려 서서 사진을 찍고 있다. 궁금한 마음에 사람들 틈을 비집고 살짝 창문을 보니 내가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광경이 펼쳐진다.



'이야아~'


피렌체 두오모의 자태를 가까이에서 보니 더욱더 아름다웠다. 냉정과 열정사이의 소설 속 내용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며 내 눈앞의 광경을 더욱더 로맨틱하게 보이게 했다. 올라오는 것참 힘들었지만 눈앞의 풍경이 그 힘듦을 다 보상해주었다. 다리가 점점 후들거렸지만 조금 더 힘을 내 마침내 꼭대기에 다다랐다.



아침부터 서두른 보람이 있었다. 정말 뿌듯했다. 종탑에서 바라본 두오모는 정말 예뻤다. 사진을 찍고 또 찍었다. 사진 한컷을 부탁하기도 했다. 오래오래 눈에 담고 또 담았다. 좀 전에 내가 올랐던 쿠폴라 꼭대기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도 아까 내가 봤던 경치를 보며 감탄사를 내뱉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피렌체에 오는 사람들은 두오모 쿠폴라와 종탑 중에 어떤 곳에 오를지 고민한다고 하는데(둘 다 오르기는 너무 힘드니까) 개인적으로 종탑에 오르기를 추천한다. 쿠폴라에 오르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겠지만 종탑에 올라 두오모를 바라보는 것이 훨씬 예쁘다. (그래도 둘 다 올라가 보고 싶은 사람들에겐 이틀에 걸쳐 하나씩 올라가라고 말해주고 싶다.)


종탑을 내려와 근처 시장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민박집 사장님께서 꼭 먹어보라던 곱창 버거. 시장에 도착해 곱창 버거를 하나 주문했다. 하지만 받고 보니 내용물이 아무리 뜯어봐도 곱창처럼 생기지 않아 의아했는데 일단 먹어보니 너무 맛있어서 순식간에 다 먹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산 건 수육 버거였다.)


오후엔 뭘 할까 하다 우피치 미술관 투어를 신청했다. 유명한 작품들이 즐비하다는 소문에 해설을 꼭 듣고 싶었다. 바티칸에서 설명을 들으며 그림을 보니 꽤나 재미있었던 기억도 한몫했다. 집합 장소인 시뇨리아 광장에 사람들이 모두 모여 가이드님께 일단 사전 설명을 들었다. 피렌체를 지배했던 메디치 가문이 모았던 미술품들이 많고, 후에 이 모든 것의 소유권을 피렌체에 넘겼다는 이야기는 참 인상 깊었다.



우피치 미술관은 작품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당시 너무 피곤해서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바티칸 투어에서 들었던 미술 작품과도 연결되는 것들이 많아 이해는 한층 더 잘되었고, 그림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단지 중간에 쉬어가는 곳이 없어서 다리가 너무 아파 쓰러질 지경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무리했는데 오후에 미술관 투어까지 하다니.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스케줄을 짰는지 속으로 얼마나 자책했는지 모른다. 체력적으로 좀 더 여유가 있었다면 그림을 보는 즐거움이 더 컸을 것 같았다.




시간이 좀 더 흐르자 몸이 천근만근이 되었다. 이 와중에 창밖 빼꼼 내다보니  멀리 두오모 쿠폴라가 보인다. 그래 저길 내가 오늘 아침에 올라갔었지. 다른 쪽 창문으로는 피렌체의 대표적 명소인 베끼오 다리가 있다. 여러 개의 상점을 가지고 있는 독특한 다리인데 오늘은 너무 힘들어 내일 자세히 러보기로 했다.


투어 막판에는 몸이 너무 힘들어 얼른 끝나길 간절히 바라게 되었다. 설명도 귀에 안 들어왔다. 피렌체를 구석구석 많이 보겠다는 욕심 때문에 이도 저도 못한 결과를 초래한 것 같아 갑자기 속이 상했다. 오전에 느꼈던 그 기쁨들온데간데 사라져 버렸다.


투어가 끝난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로 가니 삼겹살 냄새가 솔솔 풍긴다. 오늘은 삼겹살 파티란다. (오 사장님 마워요.) 삼겹살에 상추, 쌈장, 파절이, 김치까지 완벽하다. 자리에 앉아 고기를 한점 먹으니 오늘의 피로가 싹 날아가는 것 같다. 쿠폴라와 종탑 두 군데 다 올라서 힘들지 않았냐는 사장님의 물음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크게 한숨을 내쉬는 걸로 답을 했다. 덕분에 지금의 삼겹살이 얼마나 반갑고 좋은지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한인민박의 따뜻한 밥과 환대, 그리고 정겨운 대화들이 나의 맘을 편안하게 해 주어 이 순간이 참 감사했다.


저녁을 먹고 침대에 누워 내일 일정을 생각해보는데 갑자기 오늘 일정에 대한 반성이 되었다. 보고 싶은 건 많은데 무리해서 일정을 짜다보면 그날의 기쁨을 온전히 만끽할 수 없음을 뼈저리게 느꼈다. 앞으로 가고 싶은 나라들도 많아 마냥 피렌체에 머무를 수가 없어 열심히 다녀보고 싶었던 것뿐인데... 여행 초기부터 했던 생각. 선택 집중을 해야 했다.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과감히 떨쳐버려야 하는데 생각만큼 그게 잘 되지 않았다. 몰타에 있을 때 가까운 시칠리아에 가보지 못한 것이 계속 마음에 남아있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욕심이 많아 계획을 많이 세우고, 그 계획대로 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고, 잘 안되면 속상해하는 그런 패턴을 버려야 했다. 그래야 이 여행이 온전히 자유로워지고 즐거울 것 같았다. 그래서 간절히 기도했다.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도 이 여행을 기쁘게 누릴 수 있기를 말이다. 그리고 이 기도는... 며칠 응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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