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메시지가 떴다. 1년 만에 또다시 만나게 된 메시지. 사용 중인 폰은 갤럭시 노트 10+ 256기가 모델. 외장 메모리로 128기가를 추가로 쓰고 있다. 2만 장이 훌쩍 넘는 사진과 수많은 동영상들로 가득 찼다는 말이다.
구글 포토를 열었다. 100기가짜리 Goole One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는데 6개월 전부터 백업 작업이 멈춰진 상태였다. 더 이상 추억을 담을 공간이 없다는 의미. 데스크 탑 컴퓨터도 마찬가지다. 그곳에도 여유공간은 남아 있지 않았다. 외장하드 2개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드디스크를 추가로 구매할까?"
"추억들을 지울까?"
"구글 스토리지를 추가로 구입할까?"
"개인 클라우드 장비를 구입할까?"
깊은 고민에 빠졌다. 결론을 내기엔 쉽지 않았다. 어떤 선택을 하던 임시방편일 뿐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1년에 평균 300기가가 넘는 추억들이 생기는데 그때마다 넓은 집이나 추가 집을 구매하기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그리고 여기저기 나눠진 자료들은 다시 찾아보기를 두렵게 했다. 한 곳에 모으는 게 이상적이라 판단했다. 그렇게 구글 스토리지를 추가 구매했다.
급한 불부터 끄고자 200기가를 선택하고 결재를 했다.
'백업 중. 남은 항목 27,984개. '
좀비나 재난 영화에 흔히 나오는 장면이 있다. 재난이 발생한 지역에서 탈출을 위한 문이 열리면 엄청난 인파가 살기 위해 밀려드는 모습. 구글 스토리지의 문이 열리자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며칠 동안 그 인파를 받아내었건만 아직도 1만이 넘는 데이터들이 남아 있다. 남은 여유 공간은 40기가. 이런.... 남은 데이터들을 다 받아들이기엔 공간이 부족하다. 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유튜브세상에 조언을 구했다. 내가 좋아하는 테크 관련 유튜버가 현실적인 조언을 들려주었다.
"저장용량 절약으로 백업을 하세요."
사실 이 정보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소중한 추억에 저용량이라는 이름표를 붙이기엔 마음에 걸려 피했던 것이다. 그리고 저용량이라고 해도 얼마나 차이가 있겠어.라는 생각도 한몫했다. 유튜버의 설명을 들어보니 저용량의 품질은 훌륭했다. 그리고 이름값처럼 크기도 만족스러웠다.
<다운사이징>이라는 영화가 있다. 인구과잉가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인간의 몸을 작게 만드는 다운사이징 기술을 활용한다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178cm 성인의 몸을 12.7cm의 소인으로 만든다. 이렇게 하면 사람의 몸무게는 2744분의 1로 부피는 0.0364퍼센트로 줄일 수 있다. 몸이 작아진 만큼 돈의 가치도 늘어난다. 1억은 120억 원 정도의 가치를 지니게 된다. 다만 원래의 몸으로 돌아갈 수 없다.
구글은 영화의 다운사이징 기술을 훌륭하게 구현했다. 물론 영화에서 처럼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겠지만 지금 나에겐 더없이 합리적인 기술이었다. 그리고 영화와는 다르게 기술이 발전한다면 원래의 몸보다 업그레이드된 몸으로 재탄생도 가능할 것이다.
"그래 결심했어! 다운사이징을 하자!"
불필요하다고 판단된 대용량의 짐들을 정리했다. 그리고 기존 자료들도 다운사이징 시술을 진행했다. 몇 시간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떴다. 아침이 되었다.
160기가의 데이터가 33기가의 데이터로 작아지는 순간, 용량걱정은 끝났다.(당분간)
다운사이징 시술은 성공적이었다.
다운사이징 시술. 만족스런 숫자가 나왔다.
아직도 백업이 진행 중인 11,896개의 파일이 완료되면 컴퓨터와 외장하드에 있는 주민들도 이주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주가 끝나면 과거 현재 미래의 추억이들이 알콩달콩 살아가겠지. 그리고 구글의 AI라는 관리국 직원은 훌륭하게 이주민들을 관리할 테니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