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저녁 9시 30분 데스크톱 컴퓨터의 전원을 켠다. 마음 수영을 하기 위해 입장하는 시간이다.
마음수영은 그림책으로 진행하는 온라인 하브루타 수업이다. 하브루타라고 긴장할 필요는 없다. 간단하게 이해를 돕기 위해 하브루타라는 말을 썼을 뿐 자유수영에 가까운 즐거운 곳이니까. 2022년 3월 17일 김동수작가님의『감기 걸린 날』을 시작으로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넘었다. 온라인 수업으로 1년 넘게 하고 있으니 나름 마음수영장의 고인 물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첫 마음수영 그림책. 아직도 그 떨림과 설렘이 남아있다. 수영을 못하면 인생의 1/4을 차지하는 여름의 즐거움이 반감된다. 여름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다니 아쉽고 억울했다. 그래서 수영장을 등록한 적이 있다. 열심히 다녔다. 시간에 맞게 수영장을 찾았고 틈날 때마다 다양한 영상을 보며 이미지트레이닝을 했다. 침대와 의자에서 수백 번 팔을 휘젔기도 했다. 결과는 회식자리에서 수영강사님이 하신 말로 대신하겠다.
"형님을 보면 안타까워요.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데 실력이 참..."
그렇다! 난 수영을 못 한다. 물을 무서워하거나 싫어하는 건 아니다. 다만 몸치라는 고유특성으로 인해 수영스킬을 아직까지 얻지 못했을 뿐이다.(아직까진... 하지만 언젠간...) 여러 사정이 겹쳐 아쉽게도 배움을 멈춰야 했다. 한참의 시간이 흘러 다시 수영장을 등록했다. 이번엔 마음수영장이었다. 다행히 멋들어지진 않지만 마음이라는 물살을 느끼며 즐겁게 수영을 하고 있다. 적어도 마음치는 아닌가 보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양한 그림책으로 수영을 즐겼다.
『감기 걸린 날』『이렇게 멋진 날』『우리 엄마 아니야』『위대한 깨달음』『공원에서』『나의 미술관』『너도 갖고 싶니?』『큰 고양이 작은 고양이』『누군가 뱉은』『이해의 선물』『마음 수영』등등등
그림책이라는 수영장은 형형색색 자신만의 스타일로 날 반겨주었다. 어떤 수영장은 밝은 조명과 경쾌한 음악이 울려 퍼졌고 어떤 수영장은 따뜻한 조명과 클래식 음악이 흘렀다. 그런 다양함이 썩 마음에 들었다. 마음수영장은 특징이 있다. 현지인 맛집처럼 아는 사람만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한동안 강사님과 1:1 수업이라는 호사를 즐겼다. 원래 PT와 같은 1:1 수업은 금전적 부담이 있는데 추가금 없이 개인 수업을 들었으니 요즘말로 개꿀(?)이었다. 지금은 나와 강사님의 목소리 외에도 여러 유쾌한 목소리가 활기를 더하고 있다.
난 그렇게 매주 목요일 저녁 9시 30분 마음수영장에 다닌다. 그곳에서 여러 회원님들과 함께 마음수영을 즐긴다. 영법은 따로 없다. 처음 오신 초보자분들은 튜브를 안은 체 조심스레 물을 느끼고 다른 수영장에서 오신 실력 있는 분들은 자유형과 배영 평영 접영을 하며 수영을 즐긴다. 물론 나도 질세라 개헤엄을 치며 신나게 즐긴다. 그렇게 두 발이 바닥에 닿는 얕은 곳에서 때론 발이 닿지 않는 깊은 물에서 저마다의 방법으로 어울려 물을 즐긴다. 강사님은 라이프가든이 되어 한 손에 펜을 들고 매의 눈으로 우리의 안전(?)을 살핀다.
마음 챙김이라는 말이 있다. 대상에 대하여 주의를 집중하되 주관을 개입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관찰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챙기다'라는 말을 살펴보면 어떤 대상을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보살펴 주는 것을 뜻한다. 그러니 '챙김' 이전에 '찾기'가 먼저라 할 수 있다. 마음수영은 이런 '마음 찾기'에 제격인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 수영은 시리즈로 발행을 할 계획이다. 이젠 조금은 물에 익숙해졌고 찾은 마음을 챙기고 싶으니까.
마음 수영장에 놀러 오고 싶다면 아래 주소로 찾아가 보자. 강사님의 친절한 안내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https://m.blog.naver.com/jujuring/223137478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