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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비소리 Jul 02. 2023

역시 혼자보단 함께가 좋다.

『곰이 강을 다라 갔을 때』

밤에도 흐르고, 낮에서 흐르는 강. 강이 어디로 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느 날 곰은 강을 따라간다.


"그저 궁금해서"


강을 따라가던 곰은 나무가 부러지며 물에 빠진다. 그렇게 뜻하지 않던 모험이 시작되고 곰은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새로운 만남으로 몰랐던 세상을 하나둘 알게 되는 곰과 친구들. 그렇게 그들은 함께 모험을 하며 즐거워한다.


『곰이 강을 다라 갔을 때』은 글작가인 리처드 T. 모리스와 그림작가 르우벤 팜의 공동작품이다. 글과 그림작가가 다름에도 환상적인 조화를 우리에게 선사한다. 흐르는 강물처럼 물 흐르듯 보게 되는 작품이다.


늘 그렇듯 그림책은 정답이 없다. 저마다 자신의 시선으로 자신만의 감정과 삶을 느끼게 하는 것이 그림책의 매력이니까. 예외 없이 이번 그림책도 그렇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 잠깐 심호흡을 했다. 떠오르는 키워드들을 적었다.


변화, 꿈, 목표, 친구, 동료, 즐거움, 난관, 지속, 꾸준함 그리고 행복


떠오르는 생각들을 천천히 음미하고 나와의 대화를 시작해 본다.  

가장인상 깊었던 장면. 강을 따라가던 곰이 물에 빠지고 만다.

"모험은 어떻게 시작될까?"


살아가다 보면 변화의 순간을 필연적으로 만나게 된다. 이 변화를 따라가면 모험이 된다. 곰은 자신이 기댄 나무가 부러지며 갑작스러운 모험을 맞이하게 된다. 얼마나 놀랬는지 두 눈이 동그랗다. 졸업, 결혼, 출산, 이직, 사업의 성공과 실패 그리고 로또 당첨(이런 변화라면 10번도 환영한다). 이처럼 변화의 필요성은 환경변화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어떤 변화는 반갑게 맞이할 수 있지만 어떤 변화는 최선을 다해(?) 외면하며 고개를 돌린다. 하지만 대체로 닥쳤다면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자생존'의 탄생이다.


예전 어느 기사를 봤다. 정년퇴직 후 많은 선택을 하는 것이 치킨집이라는 기사였다. 아마도 지금은 카페가 그 자리를 노리고 있을 것 같다. 치킨집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익숙해서'였다. 늘 보고 실 시켜 먹던 치킨이니 '나도 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잘 알다시피 치킨집은 그리 만만치 않다. 오죽하면 치킨게임(?)이라는 말이 생겼겠는가.


변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함께 변해야 한다. 어느 정도 퍼스널 브랜딩을 가졌다면 괜찮겠지만 많은 경우 환경이 변하면 새로운 모험을 해야 할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모험은 자신이 아는 곳에서 찾게 된다. 평소 치킨집과 카페 외에도 다양한 것을 지켜봤다면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 만날 변화라는 모험을 위해 곰처럼 호기심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그냥 쫌 하면 안 되겠니?"


가끔은 생각한다. '차라리 돌다리가 무너졌으면 좋겠다!'라고 무슨 말인지 의아할 수도 있다. 난 소심하고 겁이 많다. 그래서 새로운 걸 시작하려면 수많은 시간을 알아본다. 인터넷 쇼핑도 새로운 배움도 예외는 없다. 가끔은 만 원짜리 하나 사는데 몇 시간을 고민하니 최저임금도 안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돌다리를 두드리는 게 나쁜 건 아니다. 다만 너무 과하게 돌다리를 두드린다는 것. 그리고 뒤에서 불이 나도 천천히 돌다리를 두드리며 간다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한참을 돌다리를 두드리다 생각한다. 이 돌다리는 튼튼해. 봐 저 사람들도 무사히 넘어가잖아. 그리곤 용기를 내어 다리를 건너가는 버스에 오른다. 버스 뒤엔 막차를 알리는 '끝물'이라는 번호판이 붙어있다.


오랜 고민이 꼭 좋은 결과를 내는 건 아니었다. 모든 것은 시기적적한 때가 있으니까. 그러니 가끔은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가보고 싶다. 돌다리가 금이 갔든 말든. 곰이 그저 궁금해서 강을 따라나선 것처럼. 너무 많이 두드리다 보면 팔이 아파서 포기할 수도 있으니까. 아주 큰 결정이 아니라면 곰처럼 그냥 나서보는 것도 좋지 않나.

 

"내 동료가 돼라?"


물에 빠진 곰은 엄청난 모험이 기다리는지 몰랐다. 개구리를 만나기 전까진.


앞에 무엇을 만날지 모르는 불확실성. 곰의 긴장된 표정은 역력하다. 강을 따라 흘러가던 곰은 외로운 개구리. 겁 많은 거북이. 고집 센 비버. 즉흥적인 너구리, 현실에 안주한 오리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모험을 계속한다. 곰이 만난 다른 친구들도 앞에 무엇이 펼쳐질지 모르는 건 매한가지다.


여러 실험에 따르면 부정적 감정은 긍정적 감정보다 5배의 힘을 가진다고 한다. 자신의 장점보다 단점을 더 크게 본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어색하지 않다. 새로운 모험을 계획한다면 많은 걱정거리가 밀려올 것이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이번에도 작심삼일로 끝나면?' '괜히 돈만 쓰는 건 아닐까?' '괜한 짓을 하는 게 아닐까?' 등등등. 굳이 다른 사람이 알려주지 않아도 스스로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걱정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적어도 난 그렇다.


부정적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게 늘어진다. 이런 부정적 생각들은 기존의 삶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자신을 이끈다. 적어도 손해는 안 볼 테니까. 변화와 모험은 불확실성에 뛰어든다는 의미다. 오랜 세월 인간이 가장 두려워한 건 불확실성이라는 걸 감안할 때 모험이 두려운 건 지극히 당연하다. 이런 마음을 이겨내고 떠난 모험도 여전히 두렵다. 모험을 지속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난 같은 길을 가는 동료라 생각한다. 혼자 가기 두려운 길 누군가 함께 한다면 의지가 되니까.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지 않는가.


누구나 완벽하지 않다. 모난 모습과 잘난 모습이 울퉁불퉁 함께 있다. 길을 가며 또 다른 울퉁불퉁함을 만난다. 버릴 건 버리고 맞출 건 맞춘다. 상처받기도 위로받기도 한다. 그렇게 부딪히고 깎여 나간다. 어느 순간 그들은 함께 맞물려 돌아간다. 그렇게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함께 배의 모터를 돌리며 모험을 이어간다. 혼자서는 돌리기 힘든 모터지만 함께 돌리면 그나마 돌아간다. 물론 좌충우돌 많은 일은 생기겠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


언제부터였을까? 다른 세상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강을 따라갔다. 혼자서 가는 길 가끔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누가 나랑 같이 가줬으면...'이라고. 그러다 하나 둘 새로운 친구들을 만났다. 그들은 개구리, 너구리, 거북이, 비버, 오리를 닮아있었다. 재미있게도 그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부족한 서로가 서로를 돕고 의지하며 모험을 떠났다. 어떤 모험은 짧게 끝났고 어떤 모험은 아직도 함께 하고 있다. 분명한 건 함께 한 모험들은 썩 재미있었고 혼자 보단 멀리 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만큼 위험하지도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두리번거리는 습관이 생겼다. 거리를 두리번거리고 사람을 두리번거리고 인터넷을 두리번거린다. 그리고 나처럼 두리번거리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과 또 다른 작은 모험을 떠난다. 그저 궁금해서...


'함께가 제맛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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