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 '수련'연작을 볼 수 있는 곳
* 가시고 싶으신 파리나 근교의 미술관, 박물관을 댓글로 추천해주시면 대신 가드립니다.
프로젝트 선정 이유
지금은 사라졌지만 최근까지만 해도 오르세 미술관과 오랑주리 미술관에 동시에 입장할 수 있는 티켓이 있었다. 그 때 많은 사람들이 굳이 오랑주리 미술관을 가야하는지 고민을 하는 걸 보았다. 오랑주리 미술관은 나름 유명해서, 들어 본 적이 있는 경우가 많았고, 오랑주리 미술관과 오르세 미술관은 지리적으로 멀지 않다. 마지막으로 통합권을 구입하면 두 미술관 입장권을 따로 구매하는 것보다 12,000원 정도 아낄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르세 미술관 입장권에서 4유로(6,000원 정도)만 더 내면 통합권을 구할 수 있었으니 고민할만했다. 안타깝게도 현재는 이 통합권이 사라졌다.(참고로 말하자면, 오르세+로댕 박문관 통합권, 오르세+파리 장식 박물관(Musée des Arts Décoratifs) 통합권이 신설되었다) 그럼에도 인상파 화가 끌로드 모네때문에 유명한 '오랑주리'라는 이름값, 오르세 미술관과의 근접성, 마지막으로 콩코드 광장, 튈르리 정원이라는 관광 명소에 위치했다는 점(하물며 루브르 박물관에서도 가깝다)때문에 망설이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간단한 역사
1852년에 튈르리 궁 장식 목적으로 쓸 오렌지 나무를 겨울에 보관하기 위해 만들어진 건물이라 이름이 오랑주리(Orangerie - 오렌지나무 보관용 온실)이다. 1870년 오랑주리를 지었던 제 2 제국이 붕괴하고, 그 이듬해 튈르리 궁이 불타 없어지면서 왕실 재산이 아닌 국가 재산이 된다. 그 후 행사 관련 용도로 쓰이던 건물을 1차 대전 후 미술 전시 공간으로 쓰기로 결정하면서 당시 국무 의장이었던 조르주 클레멍소(Georges Clémenceau)가 오랑주리에 클로드 모네(Claude Monet)가 기증할 '수련'연작을 전시하기로 하면서 미술관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문화/예술 프로그램
유료로 대여하는 오디오 가이드가 있다. 한국어도 있으니 오랑주리 역사와 모네의 '수련'연작, 그리고 상설 전시공간인 지하 1층의 작품 설명을 듣고 싶은 사람은 대여하는 걸 추천한다. 지하 1층에는 가족공간(Esapcefamilles - family space)도 있어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가족 단위 체험 프로그램이 있긴 하지만 다른 미술관에 비해 활성화되있지는 않다.
관람 내용 및 규모
전시 공간은 크게 세 개이다. 1층의 큰 공간은 모네가 정부에 기증한 '수련'연작으로만 구성되어있다. '수련'을 만나러 가는 통로에는 수련에 관한 설명(역사, 맥락 등)을 볼 수 있다.
통로를 지나면 첫 번째 전시실이 나오고 그 다음 두 번째 전시실이 나온다. 각 전시실마다 거대한 4개의 '수련' 작품이 관객을 둘러싼 네 벽에 전시되어 있다.
모네의 작품을 뒤로하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부티크와 레스토랑(카페)이 있다. 부티크는 작은 편이며 주로 오랑주리 미술관에 있는 작품을 모티프로 한 기념품이 많다.
지하 2층으로 가면 상설 전시관이 있고 특별 전시관이 있다. 내가 방문했을 당시 특별 전시관에서는 VR(가상 현실)을 통해 관객이 모네가 살았던 '지베르니'를 경험할 수 있게 하는 컨셉의 전시를 했다. 유료였으며(4유로) 예약을 해야만 했다.
상설 전시관은 기증자의 전남편, 현남편의 이름으로 지은 컬렉션, 오랑주리 컬렉션의 거의 전부를 구성하는 왈터-기욤 컬렉션의 작품으로 이루어진다. 사실, 상설 전시관이 아니라 상설 컬렉션관이라고 부르는 게 맞다. 왜냐하면 상설 컬렉션의 작품들로 전시를 하는데, 이 전시는 수시로, 주제에 따라 바뀌기 때문이다. 이번에 오랑주리에 갔을 때는 폴 세잔(Paul Cezanne)과 오귀스트 르누아(Auguste Renoir)의 작품은 해외 대여로 인해 볼 수 없었다. 그 대신, 아메데오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 앙리 루소(Henri Rousseau),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앙드레 드랑(André Derain) 등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작은 근대 미술관이라 볼 수 있다. 복도를 포함한 전시장은 총 10개이며, 각 전시장의 규모또한 크지 않다.
전시 포인트
누가 뭐라해도 오랑주리 미술관의 백미는 1층 전시관이다. 한가지 팁을 주자면 1층 전시관을 관람할 때, '모네'의 의도를 염두에 두면 좋다. 모네가 자기 작품을 국가에 기증하기로 했을 때 기증하려고 했던 작품 중 완성된 건 두 점뿐이었다. 모네는 앞으로도 자신이 18점(나중에는 12점으로 줄인다)을 기증하겠다고 하면서 자신의 그림이 전시될 수 있는 타원형의 전시장을 찾아주거나 지어달라고 요청했다. 우여곡절끝에 현 오랑주리 미술관에 모네의 그림을 전시하기로 했고, 후에도 모네는 지베르니와 파리를 왕복하면서 오랑주리의 빛의 세기, 빛의 방향을 관찰했으며, 지베르니로 돌아온 후에는 오랑주리의 구조를 염두에 두면서 그림을 몇번이고 수정했다. 즉, 모네는 작품이 걸릴 위치와 천장으로 들어오는 빛의 위치까지 고려해서 작품을 만들었던 것이다. 이런 완벽주의 성향때문에 모네의 작품은 모네가 죽고나서야 오랑주리 미술관에 들어올 수 있게 된다. 모네의 의도를 염두에 두면서 네면의 벽을 가득채운 지베르니의 풍경에 몰입해보는 건 새로운 미적 경험일 것이다. 천장에 설치된 장치는 모네가 정부에 요청한 것, 즉 빛의 세기를 완화해달라는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누가 가면 좋을까?
오르세이 박물관 인상파 작품을 보고 감탄한 사람들, 지베르니 방문을 계획에 둔 사람들, 인상파, 입체파, 야수파 등의 근대 미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가능한 관광 동선 혹은 주변 맛집
오랑주리 미술관은 파리 중심지에 있기에 가능한 관광 동선이 많다.
1. 오르세이 미술관 - 오랑주리 미술관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동선이지만 체력과 날씨를 고려해서 정하는 게 나을 듯 하다. (기타 항목 참조)
2. 오랑주리 미술관 - 콩코르드 광장 - 샹젤리제 - 개선문
만일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동선을 시작한다면 개선문까지 가는 것도 좋다. 시간도 많고, 날씨도 좋은데 산책하고 싶다면 이 동선도 좋다. 걸어서 45분 정도 걸린다.
3. 오랑주리 미술관 - 튈르리 정원 - 루브르 미술관 (혹은 반대로) - (오페라)
콩코르드 광장으로 가는 길의 반대방향으로 가면 루브르 박물관이 나온다. 루부르 박물관까지 걸어서 16분 정도 걸리며, 여기서 다시 오페라까지는 걸어서 18분 정도 걸린다.
4. 오랑주리 미술관 - 명품 쇼핑
오랑주리 미술관에 Rue Saint Honoré 라는 거리 근처에서 명품 쇼핑을 하는 동선도 있다. Rue Saint Honoré에 주변에는 Channel 본점도 있다.
오랑주리 미술관 바로 옆에 유명한 파티시에 가게인 앙젤리나(Angelina, 226 Rue Rivoli, 75001 Paris)가 있으니 여기서 커피나 빵을 즐길수도 있다. 다만 항상 사람들이 많으니 어느정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기타
내가 방문했을 때는 올림픽 기간이라 여름임에도 별로 기다리지 않고 입장을 했다. 하지만 1층 전시관을 갔을 때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놀랐다.(사진 참조) 하지만 이 정도 관람객수는 많은 편이 아니다. 지금까지 오랑주리에 몇 번 가봤었는데 갈 때마다 사람이 엄청 많았었다. 만일 여유있게 관람을 하고 싶다면 겨울에 오는게 낫다. 또한 일반적으로 성수기때는 줄을 많이 서서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예약을 하는 걸 추천한다. 또한 성수기 때는 예약을 해도 오래 기다리는 수가 있기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가지 않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이전에는 오랑주리 미술관과 오르세이 미술관 통합 입장권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오르세이 미술관을 보고 오르세이 미술관으로 넘어왔다. 통합권이 없어진 지금도 이 동선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을 듯 하다. 거리도 가깝고 인상파 작품이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이 동선 쉽지 않다. 우선 오르세이 미술관에서 몇 시간동안 걷다가 오랑주리 미술관으로 걸어와야 하는데, 이게 체력적으로 좀 힘들수도 있다. 오랑주리 미술관에서는 오르세이 미술관만큼 걷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체력이 떨어진 상황이라면 오랑주리 미술관도 힘들 수 있다.
그래서 오르세이 미술관에서 오랑주리 미술관으로 오는 사람들 중 지하 2층의 상설 전시관을 방문하지 않고 가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럴거면 오랑주리 미술관을 다른 날 와서 상설 전시관도 관람하는 걸 추천한다. 생각보다 좋은 그림들이 많다 !
실용 정보
주소 : Jardin des Tuileries, 75001 Paris
가는 방법 :
1. 오르세이 박물관을 관람하고 오랑주리 미술관으로 가는 경우 도보 9분
2. 지하철 1, 8, 12호선 Concorde(콩코르드) 역 하차후 도보 6분
운영 시간
월 - 일 : 오전 9시 - 저녁 6시
화요일 휴무
가격
일반 : 12.5 유로
매주 일요일 : 무료 (예약 필요)
18세 미만, 18세-25세 유럽 장기 체류자, 30세 미만의 예술 혹은 예술사 학생 : 무료 (증명할 수 있는 서류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