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토스뱅크, 잘 만든 은행 사용기

좋은 시작입니다.

10월 5일, 드디어 토스뱅크가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3번째 인터넷 전문은행으로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만큼 기사는 많이 보셨을 겁니다. 실제 사용해 본 서비스 전반을 리뷰해 보고자 합니다. 



1. 이자 2%의 위엄


금리가 워낙 낮다 보니 은행들은 고객을 모으기 위해 여러 꼼수를 쓰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예적금과 수시입출금 통장의 이자 표기법이죠. 세전 5%라고 크게 광고하지만 작은 글씨로 예금액 100만 원까지만 이라고 쓰여 있는 식입니다. CAP을 설정해 두고 그 이상의 금액에 대해서는 0.1% 이자를 주는 건데 어찌보면 고객을 기만하는 사례라고 하겠습니다.(부들부들)

이 CAP을 감안해서 봤을 때 그동안 가장 경쟁력이 있었던 수시입출금 상품은 웰컴저축은행의 1천만 원까지 세전 2%를 주는 통장이었습니다. CAP이 1천만 원 정도 되면 파킹 통장으로도, 실제 사용 통장으로도 쓸만합니다. 그런데 토스뱅크는 시작부터 무제한 세전 2%를 들고 나왔습니다. 여러 커뮤니티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죠. 저렇게 하면 100% 적자다.. 예대마진으로 커버가 안될 거다 등등. 토스 역시 2% 이자를 언젠가 변경할 것으로 보입니다만, 현재 CAP 없는 2% 이자는 국내 최고 수준이 맞습니다. 이 정도면 다른 은행을 이용하는 게 손해인 수준입니다. 


<'하나로 끝'이라는 카피에서 느껴지는 자신감>



2. 계좌 개설 45초는 진짜였습니다.


처음 인터넷 전문은행이 나오고, 시중은행들도 모두 따라가면서 사실 비대면 계좌 개설의 고객 경험은 모두 비슷비슷해졌습니다. 

현행법을 지키면서, 타사 대비 차별점을 갖게 하고 싶었겠으나 그게 될 리가 있나요. 결과는 여러분이 보시듯 이놈이고 저놈이고 고만고만해졌습니다. 그런데 토스 뱅크는 좀 달랐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를 선보였는데요.

계좌 개설 시 비대면 본인인증을 보통 1원 입금으로 처리하는데, 토스뱅크는 토스의 PFM(Personal Finance Management, 개인자산관리)을 위한 스크래핑을 활용해서 '1원을 토스뱅크가 입금 후 타 계좌에 들어온 걸 토스뱅크가 읽어서 바로 입력'해 버립니다. 즉 고객은 신분증 촬영 후 할 게 없습니다. 자동으로 1원이 내 소유 계좌 중 하나에 입금되고, 토스가 그걸 스크래핑해서 읽어온 뒤 1원이 입금되어 있으면 비대면 인증을 완료해 버리는 것이죠. 

다른 은행들이라고 이렇게 안 하고 싶었을까요. 토스뱅크는 토스앱에 포함되어 있기에 이게 가능합니다. 고객의 다른 은행 정보를 토스뱅크가 아닌 토스가 이미 가지고 있으니까요.  다른 은행, 심지어 카카오뱅크 조차도 이는 불가능합니다. 

이렇게 해서 토스뱅크의 계좌 개설은 다른 은행들보다 훨씬 빠르게 처리됩니다. 



3. 의미심장한 강제(?) 오픈뱅킹 연결


계좌를 만들면서 구렁이 담 넘듯 시중의 오픈뱅킹 참여은행, 증권사 계좌를 모두 가져와 연결합니다. 오픈뱅킹에 늦게 대응했던 카카오뱅크도 유사한 모습을 보여준 바 있는데요. 목적은 토스뱅크로 돈을 옮겨두기 위한 장치입니다. 토스는 인증서 정보를 이미 가지고 있기에 이 또한 매우 빠르게 진행됩니다. 



4. 카드 혜택이 상당히 좋음. 시즌제 염두 예상


카드 혜택은 이미 공개된 바 있는데요. 혜택이 상당히 좋습니다. 아래는 사전 공개된 카드 혜택 내용입니다.


- 실적 조건 없이 매일 즉시 캐시백 
- 커피, 편의점, 택시, 패스트푸드, 대중교통에서 쓰면 바로 300원 캐시백. 5개의 영역에서 매일 한 번씩, 월 최대 46,500원의 혜택

- 커피 마시면 300원 : 스타벅스, 이디야, 투썸플레이스, 커피빈, 풀바셋, 블루보틀, 할리스, 엔제리너스, 파스구찌, 탐앤탐스

- 편의점에서도 300원 :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미니스톱

- 페스트푸드에서 300원 : 맥도날드, shakeshack, 버거킹, 맘스터치, 롯데리아

- 택시타면 300원 : 택시 현장 일반 결제, 카카오택시, 타다, UT, 마카롱 

- 대중교통타면 300원:  교통카드 기능으로 버스, 지하철

- 여기에, 모든 해외결제에 3%캐시백까지 


전월 실적이 없기 때문에 이 모든 혜택들은 엄청나게 좋은 겁니다. 매일 체리피킹만 해도 상당한 이득입니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가 4,100원인데 300원 할인은 7.3%죠. 편의점에서 1,000원짜리 음료를 마시며 300원은 30%입니다. 체크카드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1% 내외에서 왔다 갔다 하는 걸 생각하면 퍼주기 혜택입니다.

왜 이렇게 하는 걸까요? 일단 토스는 내년 1월까지는 마케팅 비용으로 생각하는 듯합니다. 공지사항 등에서 카드 혜택이 22년 1월 2일까지로 예고되어 있기에 혜택 변화는 확정적입니다. 카카오뱅크가 체크카드를 시즌제로 운영하니 비슷하게 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밖에 카드번호, 유효기간, CVC가 앱에서만 보이게 한점 (실물카드에는 미표기)이 좋았고요. NFC를 통한 카드 등록과 스마트 OTP 활용도 인상적인데, 이건 추후 리뷰하겠습니다.


<3배 빠르게 잔고가 소진되는 카드가 되고자 붉은색으로 했습니다>



5. 빠르고 좋은 조건의 신용대출


은행앱이 나왔으니 흥미롭게 이 기능, 저 기능 써 봤지만 막상 신용대출은 경험을 해 볼까 말까 좀 고민이 되었습니다. 대출을 위해 신용평가 정보를 조회하면 여러모로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도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실제로 대출발생까지 해 봤는데요. 안 했으면 후회할 뻔했습니다.


먼저, 금리가 광고했던 대로 최저 수준입니다. 각자 신용 현황에 따라 다르시겠지만 제 경우는 제가 받을 수 있는 최저 수준의 금리로 받았습니다. 한도 또한 최고 수준이 맞았습니다. 대출 진행 속도도 매우 빠릅니다. 과거 카카오뱅크 신용대출을 처음 접했을 때 느낌이었습니다. 대출 속도는 사실 고객이 체감하기 어려운 부분인데요. 매일 대출을 일으키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대출 프로세스 진행 중에는 어떤 고객도 집중하고 긴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은행느님의 한도와 금리 선고? 하사? 를 기다리게 되니)


속도보다 제가 감동한 건, 대출 말미에서였습니다. 토스뱅크 계좌에 잔고가 없어서 지연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서, 토스에 등록한 본인의 다른 계좌의 잔액을 토스뱅크가 가져올 수 있도록 오픈뱅킹 동의를 받고 있었습니다. 대출을 갚다 보면 종종 잔액이 모자라서 억울한 연체를 당할 수 있는데요. 이 부분에 대한 케어는 참 좋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대출 회수율을 높이려는 전략일 수도..)


<대출 말미에 출금동의를 구합니다. 좋은 시도입니다>



결론 :  카카오 금융과 완전히 다른 방향을 가는 토스.


토스뱅크의 계좌와 카드를 사용해 보니, 토스뱅크는 토스앱 내에 완벽히 녹아들어 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토스앱은 금융 슈퍼앱이 되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 안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은 중요한 특징입니다. 카카오 금융(페이, 뱅크)과 완전히 대비되는 점이죠.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별도 앱으로 나와 있습니다. 카카오톡 안에는 카카오페이가 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겁니다. 둘은 여러 모로 유사하죠. 특히 플랫폼을 노린다는 점에서 카니발이 없을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한 지붕 두 가족을 하고 있고요.


반면 토스뱅크는 토스앱 안에 있는 점을 백 퍼센트 활용하고 있습니다. 증권은 별도 탭으로 구성되었지만 토스뱅크는 토스의 PFM 안에 녹아들어 가 있습니다. 계좌는 계좌 탭에, 카드는 카드 탭에 노출될 뿐 별도의 토스뱅크로서 묶이지 않고 있습니다. 고객에게 별도로 인지시키지 않습니다. 고객은 그저 다른 은행계좌를 보듯 토스뱅크 계좌를 보게 될 뿐입니다. 


이렇게 되면 사실 토스앱이 슈퍼앱으로서 토스뱅크 상위에서 뱅킹을 하나의 서비스로 흡수하는 그림입니다. 카카오페이 안에서 카카오뱅크가 구동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카카오도 이렇게 했다면 페이가 훨씬 잘 되었겠죠. 카카오뱅크의 트래픽을 페이가 흡수하게 될 테니까요.


저는 토스의 전략이 옳다고 봅니다. 고객에게 토스와 토스뱅크를 구분하게 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이 말은 카카오페이와 뱅크는 갈수록 스텝이 꼬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고객은 이 두 서비스의 차이를 학습당해야 하고, 별도의 진입경로로 서비스를 사용해야 하니까요. 시간이 흐를수록 큰 허들로 작용할 겁니다.


토스에도 큰 과제가 생겼습니다. 아무리 요즘 금융 앱이 원앱(One App)을 주장합니다만, 토스는 덩치가 너무 커져버렸습니다. 사용자수도 장난이 아닌 마당인데, 가벼워지긴 커녕 자꾸 뭘 달고 있는 중입니다. 

초기의 경쾌함을 유지하면서, 증권/은행/페이먼트/기존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은 엄청난 기술을 요구합니다. 국내 앱 중에 이걸 해내고 있는 핀테크 서비스는 없습니다. 토스가 첫 발을 딛고 있는 중이죠.


개인별 토스뱅크 가입 순위에 대한 논란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대출총량규제와 시스템 안정성을 고려한 판단이었을 것이나, 남의 추천횟수 상승에 따라 내 순위가 뒤로 밀리게 되는 현 구조는 실책이라고 봅니다. 토스에 대한 호감이 분노로 바뀔 여지를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홍보효과를 누릴 수는 있었겠으나, 좀 더 매끄러운 방법이 없었을까 싶습니다. 


이상으로 토스뱅크에 대한 제 감상을 마칩니다. 3호의 거센 도전을 1호와 2호가 어떻게 받아낼지 흥미롭습니다. 감사합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카카오뱅크는 플랫폼이 될 수 있을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