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카카오뱅크는 플랫폼이 될 수 있을까요?

트래픽을 구분해 봐야 합니다.

여러분들께 카카오가 뭐냐고 물으시면 뭐라고 답하실 건가요?


카카오톡을 시작으로 전 우주.. 아니 대한민국을 집어삼키고 있는 카카오와 계열사 이야기를 답하실 거라 믿습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실 카카오는 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열대지방의 열매죠.

아니 이게 왜 IT 회사 이름이 더 익숙하지?라고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검색을 해 보니... 알고 계셨나요? 실제로 구글 검색 화면 1~9페이지까지 열매인 카카오 이야기는 한 줄도 없었습니다.

전부 IT기업 카카오만 나오더군요. (놀라운 현상이긴 합니다) 해외 열매를 몰아내고 고유명사의 의미를 빼앗아 온 카카오라니.

카카오톡으로 시작된 카카오는 현재 158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제국으로 성장했습니다. 가히 문어발이 아니라 지네발이라고 불릴만합니다. 메신저를 플랫폼 삼아 영향력을 모든 산업으로 확장하는 전략이 인상적입니다.

다른 여러 산업군에서도 카카오, 네이버 같은 빅테크 기업들을 두려움과 경계의 시선으로 바라볼 텐데요. 저 역시 제가 속해있는 금융분야에서 빅테크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들 아시다시피 올해 들어 카카오뱅크가 상장을 했고, 하반기에는 카카오페이가 상장을 하죠.

저는 주거래 증권계좌로 KB증권을 쓰고 있는데요 (모바일로 신청했더니 수수료가 무료라길래)

그동안은 귀찮기도 하고 공모주 청약방법도 모르고 해서 안 하다가,

카카오뱅크는 마침 KB증권이 주관사로 참여했다고 하니 호기심에 생애 첫 공모주 청약을 해 봤습니다.

희망 공모가가 33,000원~39,000원이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무려 58조나 되는 거금이 몰렸고, 1억을 넣으면 20주 정도 받는다는 기사가 쏟아졌죠.

첫 거래일인 8월 6일 69,800원으로 마감한 주가는

시장의 돈이 연일 몰리며 94,400원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하락하여

이 글을 쓰는 현재는 68,000원인 상황입니다.


대담한 상남자만이 할 수 있다는 ‘사나이 매매법’으로 고점에 팔았다면 좋았겠으나

사자의 심장은 커녕 치킨값 등락폭에도 두근거리던 소심남으로서 74,000원에 팔고 며칠분의 치킨값을 벌었던 저는 카카오뱅크에 감사해하며 앞으로 떨어질 하락 쇼를 팝콘 먹으며 구경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9만 원까지 치솟더군요.

언론에서는 ‘플랫폼이 될 거란 기대감’으로 상승 원인을 지목했는데요.

저는 ‘플랫폼이 못 될 테니 내 주식은 얼른 팔아야지’라고 생각했던 터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전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도 희망 공모가액 산출방법으로 유사한 해외 사례를 찾아 기재했는데, 이때 계속 ’금융 플랫폼’ 임을 강조합니다.

자사의 영업은 뱅킹과 플랫폼 비즈니스로 나뉘는데,

뱅킹은 여수신상품에서 비롯되는 순이자마진, 체크카드, 해외송금 등이고

플랫폼 비즈니스는 증권, 신용카드, 제2금융권 소비자금융 사업을 영위하는 파트너사 들에게서 계좌 개설 및 카드 발급 대행, 대출 연계 서비스를 연결해 주고 수수료 수익을 얻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증권신고서 뒷부분에는 좀 더 상세히 플랫폼 비즈니스의 사업내용이 나오는데요

그대로 옮겨 보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그림 1 : 카카오뱅크 증권신고서 상의 플랫폼 비즈니스 정의>



찬찬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어떠세요?

플랫폼 비즈니스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어렴풋이 감이 오지 않으시나요?

저는 카카오뱅크가 은행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금융 플랫폼으로 확장을 논하는 것은 여러 의문점이 생기는데요.

몇 가지 화두를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1) 은행앱으로서 카카오뱅크는 국내 최고 수준입니다.


2017년 4월 케이뱅크 오픈 후, 기존 은행 앱 대비 훨씬 나은 퍼포먼스에 만족했었습니다.

같은 해 7월 출시된 카카오뱅크를 쓰면서는 훨씬 더 만족했는데요.

많이 고민하여 최소화한 가입절차며, 심플한 UI에 놀랐고, 라이언을 비롯한 귀여운 캐릭터들을 200% 활용한 제품들에 놀랐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부분도 부분이지만, 사실 무대 뒤의 완성도도 참 높았는데요.

인터넷 전문은행 구축 프로젝트나, 현 은행권의 차세대 구축 사업을 해 보신 분이라면 공감하실 텐데

국내의 복잡하고 어려운 법령과 관(管)의 정보보안 규정을 모두 맞춰가며

은행 내부 시스템을 만들고, 앱의 성능을 저렇게까지 끌어올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시스템이나 앱의 개발을 대부분 외주로 돌리고 관리만 하는 기존 금융권과 다르게

개발인력을 중요시하며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것이 빛을 발했죠.

모바일 뱅크로서의 우위는 출시 이후 약 5년간 한 번도 빼앗기지 않았다고 봅니다.

카카오뱅크의 성장에 놀란 은행들이 앞다투어 앱 리뉴얼에 들어가게 했으니 메기 효과도 충분히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은행 앱으로서는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2) 카카오뱅크 앱, 자주 켜시나요? 다른 은행 앱은요?


핀테크에 관심이 있고 모바일 서비스에 능숙한 분이라면

요 근래 들어서는 모바일 금융 사용 패턴이 비슷비슷해지는 경향이 생겼을 겁니다.

일단, 1 금융권의 서비스들.. 은행, 보험, 카드 등을 선택할 때

커뮤니티 등 여러 채널이 많아졌기에 정보를 얻기 쉬워져서

단 1%라도 본인에게 유리한 서비스로 쉽게 넘어갑니다.

계좌, 카드 신청 모두 비대면으로 손쉽게 10분 내외로 해결되니까요.


그런데 이런 서비스들을 실제로 쓰지만 앱을 매일 켜는 패턴은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토스, 네이버 페이, 뱅크 샐러드 등 핀테크 사업자들이 앞다투어

PFM (Personal Finance Management, 개인자산관리) 기능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서비스는 개별적으로 신청해서 쓰고 있으나

필요할 때 앱으로 확인하는 건 PFM을 제공하는 핀테크를 쓰게 됩니다.

즉, 트래픽이 핀테크 앱으로 몰리게 되는 거죠.

가령 카카오뱅크로 입출금 된 현황도 토스로 확인하고,

이체를 할 일이 있을 때도 토스 앱에서 간편 송금을 해 버리면

서비스는 카카오뱅크를 쓴 거지만 모바일 트래픽은 토스가 점유합니다.


<그림 2 : 토스 앱에서 카카오뱅크 계좌의 돈을 송금한 예시. 카카오뱅크 앱은 켜지 않아도 됩니다>


카카오뱅크는 21년 3월 기준 가입자수 1,600만 명 이상에 MAU가 1,330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가입고객 중 80% 이상이 1달에 1번 이상 사용한다고 밝혔습니다. 저는 DAU가 더 궁금했는데 나온 자료가 없네요. 단순한 은행 앱이 아니라 플랫폼이 되겠다고 한다면 MAU와 DAU를 같이 봐야 합니다.

은행 앱이라면 실질적으로 매일 들어갈 필요가 없고, 대신 핀테크 앱이 채널 역할을 톡톡히 하기 때문입니다.

핀테크 앱을 통해 쓰면, 카카오뱅크나 다른 은행이나 그저 계좌는 돈통일 뿐입니다. 들어오고 나가는 조작을 다른 앱에서 하니 카카오뱅크 앱을 켜지 않게 되는 것이지요.



3) 서서히 사라지는 상품 경쟁력


카카오뱅크가 등장했을 때 돌풍을 일으킨 배경에는 사실 ‘엄청나게 빠른 신청에 금리도 저렴한 신용대출’이 있었습니다.

지금이야 공인인증서 정보를 기반으로 건강보험관리공단 등에서 스크래핑으로 정보를 읽어와서 신용평가 후 대출금리를 알려주는 게 일반적이 되었지만

2017년 당시에는 카카오뱅크의 속도와 편리성은 혁신 그 자체였죠.

그리고 금리와 한도도 잘 나왔습니다. 제 주변 직장인들이 만족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랬던 카카오뱅크인데, 지난달에는 아래와 같은 기사가 나왔죠. ‘카카오뱅크 마통 금리 5대 시중은행보다 높아’라는 제목입니다. 은행연합회 공시를 보니 카카오뱅크는 3.62%인데 반해 NH농협은행은 2.86% 였다고 하네요.


https://www.yna.co.kr/view/AKR20210809078600002


금융당국의 고 신용자 대출 억제 및 중 저신용자 대출 확대 정책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입니다만,

작년 초 제가 신용대출이 필요해서 여러 은행에 알아볼 때도 카카오뱅크는 싸지 않았습니다. 비교해보니 가장 제게 저렴한 건 의외로 수협이었죠.

대출뿐 아니라 예금금리, 체크카드 혜택도 마찬가지입니다. 상품 전반의 디자인과 편의성은 독보적 일지 모르나, 숫자는 착하지 않습니다.

카카오뱅크도 땅 파서 장사하는 것은 아니니 고객이 모였을 때 흑자전환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항상 체리피커를 위해 최선의 숫자를 제시할 필요도 물론 없죠. 다만 초기와 다른 이미지로 변하고 있는 것 또한 팩트입니다.



4)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의 충돌점


어느 정도 IT에 친숙하신 분들은 카카오톡,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를 명확히 구분하실 겁니다만

일반 고객들은 어떨까요?

궁금하시면 이렇게 한번 해 보시면 됩니다.

카카오톡에서 친구에게 돈을 보내봅니다. 이렇게 하면 카카오페이를 통해서 페이 계정으로 돈이 들어갑니다.

이어서 카카오뱅크를 켜고 이체-카카오톡 친구를 선택해서 돈을 보내봅니다. 그러고 나서는 '받는 사람이 명확하게 인지/구분하는지'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사실 받는 사람이나 보내는 사람 모두 별 관심이 없습니다. 돈 받는 사람은 결과가 중요하지 과정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그런데 재밌는 건 둘이 충돌하는 게 이 지점만이 아니라는 거죠.

앞서 카카오뱅크가 ‘플랫폼 비즈니스’로서 제시한 표 내용 중 26주 적금을 제외한 모두를 카카오페이도 하고 있습니다. 살짝 한 지붕 두 가족 느낌도 납니다.

고객군이 겹치지 않는다면야 건전한 경쟁을 하면 되겠습니다만, 카카오톡 사용자의 대다수가 페이 고객일 것이고, 이중 경제활동을 영위하고 모바일에 익숙한 이들은 거의 다 카카오뱅크 계좌를 가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고객군 충돌이 예상되는 거죠.

우산장수 동생과 소금장수 형 이야기면 좋겠습니다만, 카카오뱅크가 플랫폼을 강조한다면 카니발은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결론 : 트래픽이 플랫폼일까


카카오뱅크는 잘 만든 모바일 은행입니다. 소매금융만 봐서는 아마 전 세계 최고 수준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주가는 그 수준을 넘어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습니다. 많은 증권사 보고서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죠.

플랫폼이 무엇이다는 정의는 사실 필요 없습니다. 모바일 비즈니스에서는 트래픽이 킹왕짱입니다. 그 어떤 앱이라도 트래픽이 받쳐주면 플랫폼이 될 수 있죠. 그런 의미에서 카카오뱅크도 금융 플랫폼으로서 기능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카카오뱅크가 매일 봐야 할 정도의 앱 일지, 페이와 뱅크의 차별화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가 명확하지 않다면 카카오페이의 플랫폼은 공염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카카오뱅크 또한 증권신고서에서 계속 언급합니다. 고객의 활동성 감소가 사업의 위험요소라고요.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 지켜볼 부분입니다. :)



(안내1)  

본 글은 타 매체 이동을 금지합니다. 필요시 개인 메일 질의 바랍니다. (fintechmaker@gmail.com)


(안내2)

앞으로 올리는 글에는,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을 위한 배너를 계속 넣어보려 합니다. 제가 따로 광고수익을 얻는 건 아니고요. 선의와 실험정신으로(!!) 혼자 해 보는 것입니다.  혹 글을 보시는 분들 중 관심있으시면 클릭해 보시면 도움이 될 테고요.



국내 산업과 스타트업 소식을 해외에 영어로 전하는 픽쿨(https://pickool.net/) 도 방문을 권합니다. 한글과 영어로 제공되며, 꽤 깊이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저도 필진입니다 :) )



아래는 얼마집(https://bit.ly/3kpDyRi)이라는 아파트 거래정보 서비스입니다. 정보의 비대칭이 심한 부동산 시장에 야심차게 도전한 업체라 저도 관심가지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