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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것을 찾는 두 가지 방법

꼭 해 보세요. 효과 좋습니다. 

다들 그런 경험 있지 않으세요? 수능 끝나고 나면 그렇게 열심히 보던 참고서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던가.. 제대한 부대를 지나게 되면 일부러 멀리 돌아서 운전한다거나 하는 거요. 너무 치열하게 무엇인가 하고 나면 지치고 징글징글하게 느껴져서 거리를 두게 됩니다. 제가 최근에 딱 그랬습니다. 뭐냐면...


제가 쓴 책을 다시 보는 게 싫더라고요 (...)


작년 내내 회사 때문에 바쁜데 집에 와서는 꾸벅꾸벅 졸면서 책을 썼습니다. 원고를 써서 보내고 조마조마하게 기다리면 편집자님의 무서운(ㅠㅜ) 수정의견이 옵니다. 추억해 보자면 책의 방향을 처음 이야기할 때부터 그랬습니다. 출판 트렌드를 쭉 보고 계신 편집자님의 의견이 대부분 옳겠으나, 저 또한 제 철학이 있었던 터라 (철학이라고 쓰고 x고집이라고 읽습니다) 치열하게 논의했더랬습니다.


강남 교보문고 추천 한복판의 제 책. 다시 봐도 신기합니다.


그렇게 해서 한 권이 나왔고 교보문고 중앙 매대에 떡 하니 서 있으니 뭔가 뿌듯합니다. 근처에 서서 혼자 사진도 찍어보고 멀찍히서 배회해 보기도 했습니다. 대체 어떤 사람들이 내 책을 펴 보나 그게 궁금하더라고요. 무슨 미스터리 쇼퍼 마냥 대형서점만 보이면 들어가서 내 책 어디쯤 있나, 누가 이거 보나... 를 한참 봤습니다.

책을 보는 독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했지만, 책 쓰느라 하도 고생한 기억만 있어서 책은 일부러 안 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놀랍게도 지금까지도 책의 리뷰가 간간히 올라옵니다. (구매한 독자보다는 도서관에서 빌려보시는 분들이 많다는 건 함정) 평이 너무 좋아서 기뻤습니다. 책을 내고 한두 달간 리뷰가 꽤 올라왔었습니다만, 이때는 그다지 기쁘지 않았습니다. 책이 나온 직후에 써지는 온라인 서평들은 99%가 출판사의 지원으로 이루어지는 마케팅이라고 봐야 합니다. 책을 무상지원받으면서 안 좋은 말을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저도 의뢰를 받아 브런치에 한번 쓴 적이 있는데요. 아쉬운 점이 있더라도 그대로 이야기하기 어렵더라고요. 


반면에, 책이 나온 지 1년이 되어가는 시점에도 리뷰가 보인다는 건, 그리고 너무 도움이 되는 좋은 책이라고 해 주신다는 건 너무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저는 유명인이 아닙니다. 반면 에세이 작가들의 절대다수는 원래 유명했던 분들입니다. 그 틈바구니에서 이 정도 한 게 어디냐 싶어서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91136288851&orderClick=LA7&Kc=#review


그러면서, 작년에 쓴 책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역시 또 마음에 안 드는 부분들이 보입니다. 문장을 왜 저렇게 썼더라.. (출판사가 편집을 잘못한 거임) 아니 내가 단락을 여기서 이렇게 끊었을 리가 없는데 (출판사가 아무튼 잘못한 거임) 이렇게 혼자 쉐도우 복싱을 하고 있었는데, 추가하고 싶은 내용이 보였습니다. 


책을 쓰면서는 솔직히 답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서 답을 찾은 것이 있었거든요.

책에서 저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뭔가 올해의 제가 작년의 저를 리뷰하는 기분이네요)


세상이 변해서 더 이상 회사는 직원을 평생 지켜주지 않는다.

그러니 직원 개개인도 각자 준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에너지와 시간이다.

불필요하게 소모되는 시간과 에너지를 줄이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준비해라.


제 경험을 토대로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는데요. 책에서 시간과 에너지를 줄이는 법은 많이 나오지만 좋아하는 일을 찾는 법을 콕 집어서 말해주진 못했습니다. 당시 저는 그 방법은 Try & Try 뿐이라고 봤습니다. 무수히 많은 세상 사람들 모두에게 통용되는 방법은 애초에 없으니 계속 시도해 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방법이 더 있더군요. 2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여러분이 관에 들어가는 순간을 생각해 보는 겁니다. 관공서 말고요. 관, 무덤에 있는 그거요.

한때 임종체험, 입관 체험으로 유명했던 바로 그 경험입니다. 다들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빠서 잊고 지내는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는 거죠.

여러분이 병상에 누워있고, 옆에는 의사 선생님이 여러분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가망이 없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굳은 표정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지나온 세월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지나갑니다. 열심히 살았던 것 같습니다. 인생이 짧다는 말이 어렸을 때는 무슨 소리인가 싶었는데 이 상황이 되니 이해가 됩니다. 숨도 가빠오고, 눈앞이 점점 흐려지는 것 같습니다. 


이 순간 말입니다. 이 순간. 크흑 (출처 : MBC 나 혼자 산다)


저도 아직 다 안 살아봐서 모르겠습니다만, 그 순간에 정말 여러 가지 감정이 들 겁니다. 성취감 속에 후회 없이 삶을 마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후회하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 같습니다. 그 후회가 여러분이 하고 싶었던, 그리고 좋아하는 일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랬습니다. 지금 못하고 있고, 언제 할지 기약이 없지만 임종의 그 순간 무엇을 후회할지 저는 이미 답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늘 마음 한 구석에 조바심을 달고 사는 중입니다. 제 마지막 순간에, 그래도 다 해 봐서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며 가고 싶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조금 더 쉽습니다. 무슨 소식을 들었을 때 내 배가 아픈지(...?) 생각해 보세요.

예를 들어 김연아가 무슨 무슨 그랑프리에서 우승했다고 하면, 저는 전~혀 배가 아프지 않습니다. 국격을 빛내주어서 감사하고 존경스럽지 제 배가 아프진 않죠. 제가 평생 피겨 스케이팅할 리는 없을 것이기에 애초에 저 영역과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잠시 피겨복을 입고 실제로 해 보는 상상을 해 봤는데, 아 끔찍하네요 배 나온 40대 아재의 피겨라니 ㅠㅜ)

제가 이쪽 분야로 진출할 일은 절대로 없을 테니, 진심으로 축하할 수 있었습니다. (출처:연합뉴스)


하지만 김연아라는 사람이 제가 하고 싶었던 분야에서 엄청나게 잘 된 사람이었다면 배가 아프겠죠.

친구가 잘 되었다는 소식을 들을 때 우리가 배가 아픈 건 우리도 비슷한 형태로 잘 되고 싶기 때문입니다. 부자가 되거나 직장에서 승진을 하는 것 등등이요. 우리 마음 깊은 곳은 이미 알고 있는 겁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말이죠. 

다만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기 때문에, 소거법으로 찾아나가야 합니다. 어떤 소식을 들었을 때 내 기분이 어떤지 잘 살펴보세요. 기분 좋은 건 지워나가면서, 기분 나쁜 순간을 모아서 왜 그런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살다 보면 누군가의 어떤 소식을 들었을 때 배가 아픈 순간, 분명히 있습니다. 저도 있는데요. 다음 책으로 생각해 두었던 콘셉트의 책을 다른 사람이 먼저 낸 것을 서점에서 봤을 때가 그랬습니다. 며칠 동안 배가 아프더군요. 아.. 저거 나도 생각했는데.. 하고 말이죠. 이런 게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이란 말입니다.


책에도 밝혔지만,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 언저리까진 와 있습니다. 핀테크나 금융이 재미있는 걸 보면 어느 정도는 적성에 맞는 모양입니다. 글쓰기도 좋아하고요. 저도 오랫동안 고민하며 여기까지 왔고, 어디로 가야 할지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직 목적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아직도 저도 배가 아픈 일이 꽤 있거든요. 

여러분도 좋아하는 일을 늘, 꾸준히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제 책에도 적었지만 늦더라도 속도보단 방향입니다. 방향만 잘 잡히면 속도는 금방이거든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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