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이 사이코패스라면
원래 이 매거진은 제가 잘 사용하고 있는 가성비제품을 소개하고자 만든 것입니다만 오늘은 좀 다른 내용을 적어 보려 합니다. 애플 때문에 있었던 일을 기록해 둘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글 위에 일단 요약해서 정리합니다.
애플은 배터리 수명을 핑계로 의도적으로 아이폰 성능을 저하시켜 옴
걸리자 마지못해 2018년 1년간 배터리 교체비용을 할인해 주겠다고 함
막상 교체하러 가니 액정 크랙을 이유로 액정까지 모두 교체하기 전에는 불가하다고 판정
액정에 문제가 있을때 수리 가능여부를 사전에 알렸느냐는 둘째치고, 일반인이 액정 크랙에 대해 인지할 수 있는 기준이 너무 애매함 . 즉 방문해 보기 전에는 모르는 경우도 많음
몇시간을 기다려서 불가 판정을 받고 돌아가면 다음에도 애플제품을 살 생각이 들까
여러분들은 아이폰 배터리 게이트를 알고 계신가요? 2017년말 터져나온 애플의 사고입니다. 온도에 따라 배터리 성능 차이가 나는 것을 막고자 (애플의 변명입니다) 아이폰의 성능을 의도적으로 낮춘 사건입니다. 물론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요.
https://namu.wiki/w/%EB%B0%B0%ED%84%B0%EB%A6%AC%EA%B2%8C%EC%9D%B4%ED%8A%B8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다보니 소비자들은 '오래 써서 그런가보다' 라고 생각하며 새로운 아이폰을 구매를 고려하게 되고 아마 많은 수가 오래된 폰을 버리고 새로운 아이폰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암암리에 소문은 있었으나 미국의 유명 IT잡지에서 공개적으로 테스트를 하고 애플에 해명을 요구합니다. 이에 애플은 조작사실을 인정하고 보상방안을 내어 놓습니다.
그게 아이폰의 배터리 교체 비용을 2018년 한해동안 낮춰 줄테니 바꿀 사람은 바꾸라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아이폰6의 경우 원래 59,000원이 드는 것을 34,000원으로 25,000원을 할인해 주는 조건이었습니다.
'소비자를 기만해서 미안하다. 배터리를 무상으로 교체해 주겠다' 고 해도 모자랄 마당에 배터리 교체 비용을 할인해 주는 것이 보상이라니.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 드네요. 사실 아이폰 배터리는 사설 수리점에서 하거나 중국 쇼핑몰에서 부품을 사다가 직접 해도 되는 문제입니다. 다만 애플을 통해 정식으로 할 경우 향후 AS를 받을때 문제삼지 않기 때문에 (사설 수리를 받을 경우 정식 AS를 안해줍니다) 많은 사람들이 배터리 교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12월이 되자, 여러 언론들이 이번달 말까지이니 수리를 받으라는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저도 바쁜 와중에 가 보려 했습니다만 회사 가까운 AS 센터에 물어보니 아침부터 줄을 선다는 것이었습니다. 예약을 해 보려 노력하다가 결국 휴가를 쓰고 직접 가기로 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수리점은 UBASE 였습니다. 아침 10시에 연다고 하길래 넉넉히 8시까지 도착하려 출발했습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날씨는 역대 최대의 한파였습니다. 한파를 뚫고 도착하니 앞에는 10명이 와 있었습니다. (...)
2시간을 추운 시멘트 복도에 앉아 기다리는 동안 제 뒤에는 하나 둘씩 늘어나서 수십명이 줄을 섰습니다. 그렇게 9시 50분이 되자 직원이 아래와 같은 종이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회람시킵니다.
그리고는 AS 센터 문 열기 전 번호표를 받았습니다. 뭔가 뿌듯하고 엄청난 일을 해 낸 것같은 성취감이 느껴졌습니다.
10시가 되고 문을 열고 들어간 뒤에도 10번이기 때문에 약 한시간을 기다렸습니다.
AS 직원을 만나게 되자 기쁜 마음으로 폰을 내밀었고, 저는 청천벽력같은 말을 들어야 했습니다.
"아이고 고객님, 액정에 파손이 있어서 34,000원에 수리는 안됩니다. 정 수리하고 싶으시면 액정수리비 201,000원을 더하셔서 235,000원에 액정과 배터리 교환이 가능합니다"
현재 아이폰6 A급 중고가격이 15~20만원인 상황입니다. 이게 무슨 소리일까 싶어서 뭐가 문제인지 물었습니다. 액정 오른쪽 상단의 실기스를 가리키며 이게 액정 파손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아래 사진입니다. 화면을 보는데는 전혀 상관이 없는 베젤이어서 신경도 안쓰고 있던 부분입니다.
직원에게 아무리 읍소를 해도 애플 본사 방침이라는 말 뿐이어서 결국 저는 집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아이폰6는 분해할때 액정을 빨판으로 들어 내야 하는데 그때 크랙이 있으면 더 깨질 수 있어서 지침이 그렇다는 설이 있더군요.
매장입구에서 앉아서 2시간, 이후 오픈하고 1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총 3시간을 날린 분노가 아니어도 애플에 대해 납득이 되지 않는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배터리 게이트에 대한 고객 케어가 배터리 할인인 점
이런 저런 긴 말 쓸 필요 없습니다. 배짱영업 그 이상도 아닌것 같습니다. 만약 똑같은 배터리 게이트가 삼성, LG에서 나왔다면 여론은 어땠을까요.
2. 액정에 난게 기스인지, 크랙인지 일반인은 알기 어려운데 이런 조건을 넣어 활용하는 점
사실 이게 큰 문제인데요. 사람마다 크랙에 대해 인지하는 기준이 매우 다릅니다.
누군가 보기엔 큰 크랙이지만 다시 잘 보면 강화유리필름이 깨진 것일 수도 있는 것이죠. 또 매우 미세해서 거의 눈에 보이지도 않는 크랙이 있으나 고객은 모르고 수리직원들만 발견하는 경우가 과연 없을까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공식 수리점에서도 어디는 해주고 안해주고 문제가 매우 많다고 합니다.
아무리 예쁘고 사랑스러운 여자친구가 있어도, 그녀가 사이코패스라면 사귀기는 어려울겁니다.
저는 아이폰3GS,4,4S,5,5S,6,6S 까지 사용하고 다수의 아이패드와 맥을 사용한 앱등이였습니다만, 앞으로 아이폰을 사는데는 많은 고민을 할 것 같습니다. 애플제품은 정말 사랑스럽습니다만 이번 경험으로 고장에 대한 두려움이 훨씬 더 앞서게 되었습니다.
애플 입장에서는 먼지와 같은 제 입장이야 뭐가 중요하겠습니까만은.. 제발 이런 부분은 고쳐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