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팀원의 조건. 자율주행.

팀장이 필요 없는 팀원이라면?

글이 너무 뜸했습니다. 격하게 반성합니다. 변명하자면... 정말 바빴습니다. 아무리 바쁜 게 미덕인 우리나라라고는 해도 너무 바빴습니다.

갑자기 회사에 AI본부가 생겼고, 제가 팀장이 되어서인데요. 평소 핀테크를 관심 있게 보고 있었지만 AI와 핀테크는 아예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트렌드는 어마어마하게 빠르게 변하고, 공부해야 할 것은 산더미였습니다.

AI팀장이 이런 말 하면 웃기지만, AI가 없던 시절이 행복했던 측면이 분명 있습니다. (뭔 소리냐 하시겠지만 여러분도 곧 같은 말을 하게 될 겁니다. 이유는 다른 글에서.)

초보 팀장 나부랭이는 집에 갈 때마다 피곤에 절어서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 브런치 써야 되는데... 하고 기절한 게 하루 이틀이 아니었네요.

덕분에 브런치 글감만 차곡차곡 쌓여갔습니다. AI와 사람에 대해 할 이야기가 참 많이 생겼습니다. 팀장으로 팀원들을 대하며 저도 배운 게 많습니다. 그중 하나를 풀어볼까 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좋은 팀원이란 무엇인가 늘 궁금했는데요. 제가 팀장이 되고 보니 좀 더 명확히 보였습니다.


한 줄 요약 : 좋은 팀원은 그냥 테슬라 같은 팀원입니다. 자율주행이죠.



좋은 팀원의 조건 1 : 배경을 귀신같이 파악한다


사람마다 일하는 스타일이라는 게 있습니다. 업무를 드렸을 때 반응도 다르고, 결과물도 다 다릅니다. 그런데 일 잘하는 사람, 좋은 팀원은 여기서부터 다릅니다. 이걸 왜 시키는지 파악하려고 합니다.


지금 팀장이 시키는 이 일은 누가 시킨 건가, 왜 하는 건가. 뭘 원하는 건가. 무슨 배경인가.


눈치 빠른 좋은 예


고수는 눈치로 파악하고, 중수는 모르는 걸 물어서라도 파악합니다. 하수는 안 물어보고 지레짐작으로 합니다. 모르면 물어보면 좋겠지만 하수는 안 물어봅니다. 사실 물어보는 것도 리스크가 있거든요. 본인이 일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티가 날 수 있으니까요. 아무튼 업무 성과는 이미 결정이 여기서부터 됩니다.

고수는 눈치로 업무배경을 파악하고 했는데요. 이 말은, 회사 돌아가는 것 / 임원 성향 / 조직목표 등에 대해 이해도가 높다는 말입니다.


"우리 본부 올해 목표 중에 ㅁㅁ가 있으니 ㅇㅇ 를 해서 채우려고 하는 거군!"

"상무님이 회의때 했던 이야기가 있어서 이 업무를 팀장님이 말씀하시는 거군"


이런 추론이 가능해집니다.

배경을 잘 이해하고 있으면, 목표 수준에 대한 합의가 매우 수월해집니다.



좋은 팀원의 조건 2 : 목표를 선제적으로 합의한다


회사일이란 게 천차만별 같죠? 그런데 그게 또 그렇지 않습니다. '시킨다 - 한다'의 연속이라는 공통점이 있죠. 대감마님이 시키면 개똥아범이 마당 쓸던 그 시절이나, 상무님이 시키면 보고서 쓰는 우리나 뭐 그리 차이가 있겠습니까. (이 노비인생이란)

이 와중에도 일 좀 하는 노비는 직원은 업무지시를 받으면 수준과 소요기간에 대한 합의를 바로 합니다.


선빵 필승의 좋은 예


팀장 당신이 준 일이 이만큼인데 (100)

난 5시간은 걸릴 거 같소이다 (내 능력은 한 시간에 20씩 처리 가능하오)

내가 생각하는 100은 이건대, 혹시 200 수준을 원하면 말씀하시구려.


이런 커뮤니케이션이죠. 동네 인테리어집에 도배장판 맡기는 거랑 비슷한데요. (사실 가격흥정만 안 한다뿐이지 비슷) 이 comm이 왜 중요하냐 하면, 기한 (Due)에 대해 합의가 되기 때문입니다. 도배장판 내일까지 마칠게요 같은 겁니다.

물론 위 대화에서 시간은 동일한데 200을 해 내라고 압박하는 팀장도 많습니다. 최고 수준의 아웃풋을 짧은 시간에 많이 뽑으려는 사용자 vs 고용인의 대립은 원래 끝이 없습니다. 대화를 많이 하며 맞추는 게 중요합니다.



좋은 팀원의 조건 3 : 늘 피드백을 요구한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1과 2는 일하다 보면 다들 합니다. 그런데 좋은 팀원은 피드백을 요구합니다. 그냥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요구합니다.

'팀장님 다 했습니다. / 어 그래 수고했어 ' 로 끝나는 게 아니라, 추가보완할 부분을 먼저 챙기는 거죠. 시간이 더 있으면 ~~ 한 부분 보강하겠다. ~~는 Raw data 준비되어 있다 말씀하시라. 부족한 부분 말씀하시라... 이런 것 말입니다.


팀장 입장에서, 이렇게 먼저 달려드는 직원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느냐면요.


아 이 친구 자기 한 것에 자신이 있나 보네. 믿어도 되겠군

업무에 욕심이 있는 사람이구나. 의욕이 있네

수정요구할 때는 늘 마음이 불편한데, 먼저 이래주면 내가 편하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런 게 쌓이면 신뢰가 되고, 그냥 일 잘하는 친구로 머릿속에 각인됩니다.



결론 : 팀장이 필요 없는 팀원이 완전체.


쓰다 보니 이 또한 일잘러 조건들이네요. 제가 직장 생활하면서 봤던 일잘러들의 공통점입니다. 그분들은 뭐랄까 거의 팀장을 잡아먹을듯한 기세로 1-2-3을 했습니다. 저요? 저는 사원 대리 시절 정확히 저것과 반대로 해서 많이 혼났었습니다. ^^;;;; 일을 잘 모를 때였거든요. 피드백을 요청하기는커녕 윗사람과 자꾸 대화하는 게 너무 싫었습니다. 대화하면 할수록 일이 많아진다고 생각했거든요. 일을 하기 싫었으니 태도로 나왔던 거죠. 그러던 놈이 지금은 팀장이 되어서 일을 시켜보면서 역지사지를 느낍니다.


그러면 최고의 팀원은 어떤 사람일까요? 제목에 적어놓은 것처럼 별 말 안 해도 알아서 척척척하는 사람, 아웃풋도 흠잡을 데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어딨냐고요? 직장생활 20년 해 보니 너무 많아서 놀랐습니다. 괴물 같은 분들이 우리 주변에 정체를 숨기고 많이 있습니다.

자율주행이 되는 차는 운전자가 별로 할 게 없죠. 궁극의 팀원은, 사실 팀장이 필요 없습니다. 목표가 정해지면 알아서 합니다. 팀장은 가끔 의견 주고, 옆에서 뭐 안되는 거 있으면 지원해 주는 정도입니다. 팀장은 기존 업무를 일잘러 팀원에게 안심하고 맡기고 새 먹거리에 집중할 수 있겠죠. 제가 꿈꾸는 이상적인 팀의 모습입니다.

여러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Ps 써 놓고 보니.. 뭐라도 아는냥 썼지만, 사실 이건 제게도 해당되는 말입니다. 위 글의 팀장/팀원을 상무/팀장으로 바꿔도 똑같거든요. 일을 주는 사람의 '기대'와 일을 하는 사람의 '태도'.. 아마 사장/임원으로 바꿔도 변하지 않을 겁니다. 다들 파이팅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살면서 본 최고의 리더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