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개인브랜딩의 정석을 보여줍니다.
어느 날 뉴스를 보니 충TV 유튜브로 유명한 충주맨이 사직서를 냈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저는 충주맨을 가끔 뉴스로 접했을 뿐 실제로 유튜브를 찾아본 적은 없습니다. 40대 아재가 뭔 유행을 따라다니겠습니까. 사실 그보다는 '충주'라서 제가 좀 멀리했던 것도 있습니다. 충주 비하는 아니고요. 국내 대형 통신사 들어가기 전, 충주의 어느 중견기업 공장 회계팀에 취업이 되었었거든요. (제 전설의 명저 '더 이상 무리하지 않겠습니다'에 나왔던 에피소드입니다) 충주에 내려가서 약 한 달을 자취하며 보냈습니다. 제 기준에 충주는 대전만큼이나 노잼도시였습니다. 산 좋고 물 좋은 건 맞는데, 저녁 7시만 되면 거리에 불이 꺼지고 조용해집니다. 혈기 왕성한 20대 젊은이로서는 심심하기 그지없는 곳이었습니다.
그런 충주에 대한 인상이 있다 보니 유튜브에서 충주맨이라는 공무원이 뜬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굳이 찾아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무슨 짓을 한 건지 이 분이 지자체 유튜브를 100만 가까이 만들었다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또 사직서를 낸 것이 대서특필 되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정치인 말고 일개 공무원이 사직한다고 뉴스에 나는 거 보신 적 있나요? 신기한 일입니다. 더불어 엄청난 위화감(?)이 느껴졌죠.
담당자인 김선태 주무관은 왜 이렇게 열심히 한 걸까요?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물론 저는 충주맨과 일면식도 없습니다. 그저 제 경험에 비추어 추정해 볼 뿐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충주에서 잠깐 지냈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충주시 공무원인데 어느 날 갑자기 위에서 유튜브를 해 보라고 한다면 어떻게 할 것 같으세요? 김선태 님처럼 하셨을까요? 이분 사직 뉴스를 보고 나서 충TV를 좀 봤습니다. 카메라 앞이라서가 아니라 평소에 갈고닦은 찐 광기가 느껴지더군요.(칭찬임)
엄근진한 공무원이 목욕가운 입고 와인 들고 책상 위에 다리 올리고 본인이 잘해서 90만 넘었다고 자랑하는 유튜브라니요. 제정신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위에서 결재가 날리도 만무하고요.
만약 제가 공무원이었고 위에서 시청 홍보 유튜브를 하라고 하면, 정말 하는 시늉만 했을 겁니다. 일단 충주시 콘텐츠가 뭐 그리 재미있을 게 있겠나 자포자기 모드였을 것 같고요. 광 팔아서 승진에 도움 되도록 윗분들 인터뷰나 따서 광이나 팔 수 있으면 다행이다... 그렇게 생각했겠죠. 이렇게 하면 여러분은 '국가의 녹을 먹는 공무원이면 열심히 해야지! 이러니 공무원이 욕먹는 거 아니냐!'라고 하시겠으나... 공무원이잖아요. 공. 무. 원.
공무원은 다른 직업과 아-주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업무와 연봉정보가 모두 오픈되어 있는 수준을 넘어 심지어 법으로 정해져 있는 직업입니다. 잘 생각해 보세요. 일반 사기업은 몇 년 후 내가 연봉 얼마를 받고 있을지 알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일단 회사의 연봉정보 자체가 비밀이기도 하고요. 몇 년 후 어디로 어떻게 이직할지 모르니 연봉 추정이 어렵죠. 가서 하고 있는 일이 어떻게 변할지 알기도 어렵습니다.
반면 공무원은 내가 입직하면 무슨 일을 하고 얼마를 받고 가 정해져 있습니다. 평생이죠. 그래서 공무원을 하는 사람들은 안정성을 보고 갑니다. 열심히 하던 안 하던 급여나 처우 변화가 없습니다. 불합리해 보이지만, 알고 들어간 거라는 게 중요합니다. (요즘말로 누칼협)
충주맨은 그래서 특이한 겁니다. 공무원 신분으로 유튜브를 하면, 욕 안 먹을 정도만 하자... 편하게 하자... 동료와의 관계를 잘 챙기고 윗선에 잘 보여야지.. 이런 생각을 할 법 한데 그러지 않았습니다. 이번 연휴에 충주맨 콘텐츠를 쭉 보니 최신 밈을 적절히 사용하고 본인의 개그코드를 고민해서 녹인 것이 보였습니다.
대단한 재능이고 이를 잘 활용한 사례입니다. 공무원인데도 굳이 말이죠.
이랬던 충주맨이 퇴직의사를 밝히자 흥미진진한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월 18일 기준 충 TV구독자수는 약 20만 명이 감소한 상태입니다. 언론은 김선태 주무관이 직장 내 질투의 희생양으로 보였던 것이 영향을 주었다고 분석합니다. 제 생각은 약간 다릅니다.
충주시 유튜브를 보는 사람들은 충주를 사랑하고 충주가 궁금한 사람들이 아니라, 김선태 개인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 아니었을까요?
365만 구독자를 가진 슈카월드가 삼성증권 채널에서 활동하는 상황이나, 유명 IT유튜버인 잇섭이 삼성전자 채널에서 활동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면 됩니다. 삼성전자가 좋아서 보겠습니까. 잇섭이 재미있으니 보는 거죠.
충주시가 이 점을 인식했더라도 개인을 붙잡아 둘 방법은 없었을 겁니다. 초고속 승진 이상의 무언가를 더 인센티브로 주기도 어려웠을 겁니다. (승진 빨리한 것으로도 조직 내 반발이 상당했을 텐데, 더 챙겨준다고 하면 반발도 더 컸겠죠.)
하지만 김선태 주무관은 인센티브보다 더 큰걸 얻었습니다. 바로 개인브랜딩입니다.
대충 해도 신경 쓰지 않을 일인데 최선을 다했고, 거기에 자신의 재능도 더했습니다. 그 덕에 그는 충주맨이 아니라 김선태라는 브랜드를 널리 각인시켰습니다.
3. 결론 : 우리 직장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저는 늘 일에서는 3가지가 하나로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
남들보다 내가 잘하는 일
돈이 되는 일
무슨 삼위일체 신앙 마냥 이 3가지의 교집합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면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이라고요.
이번 충주맨 사직서 사태가 보여주는 건 사실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한 직장인이 무엇을 얻어가는가입니다. 제가 담당자였다면 설렁설렁 그야말로 공무원처럼 지내다가 다른 보직으로 옮겼을 겁니다.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충주시 유튜브에서 김선태 주무관은 엄청난 성과를 내며 전 국민 앞에 자신을 브랜드화했습니다.
(1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했고, (2번) 그 일을 남들보다 잘했던 거죠. 공무원 신분으로는 (3번) 이 어려우니 본격적으로 자신의 재능을 펼치려 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일 겁니다.
이번 충주맨 사직서 건은 그냥 연예인 뉴스 보듯 가십거리로 접할 내용이 아닙니다. 다들 자기 직장생활에 대입해서 곱씹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나요? 그 일을 잘해서 개인 브랜딩이 가능할까요? 개인 브랜딩은 대중 속에서만 있는 게 아닙니다. 남들보다 뛰어난 성과를 낸다면 그 조직이든 업계든 알려지기 마련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각자 위치에서 김선태 주무관처럼 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곧 우리 모두에게 AI라는 태풍이 올 거라서요.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ㅠㅜ)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