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안 한다고 목 안 부러집니다.

본인 레퍼런스가 부러지는 게 문제죠.

제목만 봐도 앗 아아 하시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또 영포티 아재가 MZ 저격이냐! 하실 수 있는데요. 미리 말씀드리지만 저는 이 글로 누구를 디스 하거나 갈라 치기로 분란을 일으킬 생각 없습니다. 그런 건 기레기... 아니 기자님들 고유스킬이고요. 저는 그저 제가 느끼는 그대로 제 브런치에 넋두리를 할 뿐입니다. 그러니 드라이하게 봐주시면 됩니다. 저 아재는 저렇게 생각하나 보다 정도로요.



인사를 안 하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확실히.


직장생활 20년 차입니다. 하루하루 늙어감을.. 아니지 회사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그중 최근 몇 년간 눈에 띄는 게 바로 직원 간 관계변화입니다. 과거의 군대문화는 확연히 줄고, 상명하복도 줄어들었습니다. 입사 1년 차 때는 별로 친하지도 않은 동료직원 집들이도 (끌려) 가고 그랬습니다. 막내인데 그런데 잡혀갔으니 얼마나 불편했겠습니까. 이런 건 좀 안 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고 회사 문화도 확확 바뀌었습니다. 대한민국 모든 회사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같은 방향으로 변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의사와 생활을 존중하고, 워라밸을 찾게 되었죠. 회식도 가급적 안 하거나 평일 점심에 하고, 야근/주말근무도 현저히 줄었습니다. 너무 좋은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급격한 개인주의. 좋습니다.

회사에 일하러 왔으니 일(기본)만 하고 가겠다.. 좋습니다.

회사는 회사고 나는 나다.. 좋습니다.

요즘 평생직장이 어딨냐 내 실속 찾겠다. 좋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인사도 기본이 아니라 옵션의 범주로 들어가더군요. 매일 복도에서, 화장실에서 마주치는 동료인데도 인사를 안 합니다. 군부대에서 옆부대 아저씨를 봐도 목례정도는 하건만 이건 뭐.. 눈이 마주쳐도 안 합니다. 눈 마주치기 싫으니까 아예 눈을 폰이나 바닥에 두고 걷는 사람도 많죠. 저만의 생각이고 피해의식 아닐까 싶어서 몇 년간 관찰했는데요. 팩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사를 하지 않습니다. 받지도 않습니다.


image.png 저기도 사람 사는 데라 똑같나 봅니다 (출처: JTBC)


제가 생각하는 원인


보통 인사, 예절 등의 이야기를 꺼내면 젊은애들 문제라고 몰고 가는데 제 경험상 이 문제는 남녀노소가 없습니다. 나이 든 사람들도 인사 서로 잘 안 합니다. 전체 분위기가 서먹서먹하게 가니 급격히 동조하는 느낌입니다.


개인에게서 원인을 찾으면 답이 없으니, 사회 전반의 변화를 보자면... 먹고살기 힘들어진 것이 크다 하겠습니다. 뭐든 넉넉해야 인심이 나오고 주변도 살피죠. 요즘은 예전보다 더 팍팍한 건 맞습니다. 남 챙길 시간에 내 거 챙기는 게 현명하다 생각할 만합니다.

초중고대로 이어지는 고인 물.. 아니 썩은 물 교육도 한몫합니다. 서태지의 '교실이데아'가 나온 게 1994년입니다. 30년도 전 노래인데 바뀐 게 하나도 없죠. '좀 더 비싼 너로 만들어 주겠어 네 옆에 앉아있는 그 애보다 더

하나씩 머리를 밟고 올라서도록 해 좀 더 잘난 네가 될 수가 있어' 가사가 기억나 흥얼거리고 있다면 아재인증입니다. 머리를 밟고 올라서야 할 판국에 머리를 숙이고 인사라니 아니 될 말이지요.


image.png 학교에서부터 기적은 시작되고 있습니다 (출처: EBS)


엄빠의 가랏 변호몬.. 아니 변호사 소환능력에 따라 학교서열이 결정되고 애들 다칠까 봐 소풍도 없애는 학교이니 공교육은 이미 끝난 듯하고.. 예절 학원이라도 보내야겠으나 수능공부 시킬 돈 밖에 없는 부모님들 사정도 영향이 있겠고요. 이러니 저러니 이유야 적을 수 있겠지만 한 줄 요약하자면


'각자도생 各自圖生'


사회가 된 것이 큰 것 같습니다. 더불어 사는 사회 (특정 정당 아님)는 동화 속 이야기 느낌입니다. 각자도생 하에서는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게 중요합니다. 남에게 둘 관심, 에너지, 시간을 나에게 두는 게 훨씬 이익이죠. 그러려니 합니다... 만 반전이 있는데요.



사람들이 모르는 인사의 의미


인사를 안 하는 사람의 속마음은 어떨까요. 위에 쓴 것처럼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서로 일할 때만 봅시다~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만, 반대편의 사람 입장은 좀 다릅니다.


인사를 하려는데 상대방이 못 본 체 하거나, 안 받거나 하면.

인사를 받으려는데 상대방이 못 본 체 하거나, 안 받거나 하면.


이는 '의도적인 무시'로 보이고, 정작 전혀 그런 의도가 아니더라도 '공격'이 됩니다.

무엇에 대한 공격이냐고요? 내 자존심에 대한 공격, 내 선의에 대한 공격, 내 노력에 대한 공격... 대상은 다양하죠. 인사했는데 무시당한 경험 살면서 많이들 겪어보셨지 않나요. 기분 나쁘죠? 왜 나빴을까요? 내 인생에 그리 중요한 사람 아니면 기분 나쁠 필요도 없는데 말입니다.

저는 진화심리학자는 아닙니다만 우리 DNA에 이런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피아식별이 중요했던 야만의 시절, 내 편이냐 아니냐는 중요했을 테니까요. 세계 각지에서 악수가 같은 의미로 쓰이는 것도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인사 스택이 누적될 때


요즘 애들 게임용어에 '스택'(Stack)이란 게 있습니다. '스택형 기술'이라 하면 해당 기술의 사용 횟수가 누적되었을 때 기술의 능력이 더 강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사는 스택형 기술과 완벽히 같습니다. 하면 할수록 효과가 누적되죠. 안 하면 안 할수록 역방향으로 누적됩니다.


image.png 스타 때문에 망한 인생 롤까지 하면 큰일 날 것 같아서 안 했습니다만.. (출처:유튜브)


하면 할수록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누적하는 거고, 안 하면 안 할수록 상대방에게 악감정을 쌓아둔다는 말입니다. 심지어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목과 허리 근육을 움직이는 칼로리가 사용하는 전부인데 이걸 꿋꿋이 안 하는 사람이 꼭 있습니다.


회사에 나와 있으면 시간 진짜 안 간다는 사람 많을 겁니다. 하지만 그 하루 회사생활 중 본인이 만나고 이야기하는 동료는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그 외 대부분은 어쩌다 마주치는 거죠. 1주일, 한 달.. 혹은 1년에 한 번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과 마주치는 순간은 정말 한순간이지만 그 사람의 마음속에 당신의 이미지는 바로 그 '한번'이 오래 영향을 줍니다. 실제로 잘못한 것도 없는데 악감정이 생기는 것도 순식간입니다. 악감정까지 가지는 건 너무 오버 아니냐고요?


사람은 모두 자기중심이거든요. 본인이 세상의 중심이고 전부입니다. 나 무시하고 나랑 인사 안 하는 놈은 그냥 나쁜 놈인 겁니다. 반대로 나만 보면 인사 잘해주는 사람은? 나의 자존감을 인정해 주는 좋은 사람인 거죠.

비 논리적이지만 이게 인간관계의 본질입니다.

그러니 잘 모르더라도 인사 잘하는 게 이익입니다. 인사 많이 한다고 목뼈 안 다치고 허리 안 휩니다. 허리나 목이 아프면 집에서 게임할 때나 넷플 보는 자세 탓이지 인사 탓은 아닙니다. 인사하는 시간 하루 종일 다 합쳐도 10분이나 될까요? 제 글 보고 인사 열심히 하다가 목디스크 온 분 있으면 저한테 찾아오세요. 파스값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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