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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컨텐츠를 잘 만들고 싶다면

자그마한 인사이트 나눔 합니다.

마침내 브런치 구독자가 2천 명을 돌파했습니다. 1천 명 넘을 때, 1,500명 넘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네요. 뭐 볼 게 있다고 이렇게 방문해 주시는지.. 감사한 마음입니다.

저는 글을 쓸 때 2주 이상은 고민을 하며 씁니다. 이 주제로 정말 글을 써도 될까, 보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고민할게 많죠. 전에도 밝혔지만 그래서 다작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 못한다는 편이 맞습니다..)


그럼에도 3년간 꾸준히 글을 쓸 수 있게 해 주는 동력은 '공포'였습니다. 네, 공포입니다. 다른 분들의 멋진 소감처럼 '출판이 목표예요!', '제가 가진 지식을 나누고 싶어요!' 이런 게 아니라, 그냥 무서웠습니다.


어제랑 똑같은 오늘이요.


15년간 느껴온 변하지 않는 이 느낌 (출처 미상)


열심히 회사를 다니고, 월급 받고 쓰고, 휴가도 가고.. 이런 삶의 반복이 언제부터인가 너무 당연했습니다. 15년을 그렇게 살았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저만 그런 게 아닙니다. 모두가 그렇게 살고 있었습니다.

모두에게 소중한 하루하루입니다만, 이런 삶은.. 너무 쉽잖아요? 딱 회사만 다니고, 가만히 있으면 되었으니까요.

고등학교 다닐 때의 느낌과 회사생활은 비슷했습니다.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하는 거나, 상무님이 시키는 대로 회사생활을 열심히 하는 거나 뭐 그리 다를까요.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부품으로써의 하루하루였습니다.


그래서 뭐라도 남기고 싶었습니다. 페이스북에 간혹 길고도 짧게 적던 글들을 좀 더 정제해서 쓰기 시작한 것이 브런치의 글들이었습니다. 첫 번째 구독해 주신 분을 보며' 아 특이한 분이시다 뭐지? 왜지?'라고 생각했는데 얼마 되었다고 벌써 이렇게 되었네요.


유튜브 안 하냐는 말도 간간히 듣습니다. 그거 아세요? 요즘 대세인 유튜브는 의외로 구독과 좋아요가 쉬운 편입니다.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는데, 구글 로그인이 되어 있는 상태로 사용하다 보니 바로 누를 수가 있죠.

반면 브런치는 브런치에 가입을 해야 구독이나 라이킷(Like it)을 할 수 있습니다. 브런치 글이 많이 퍼 날라 짐에도 구독자가 정말 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막상 좋은 글을 읽었다고 해도 굳이 힘들게 이름 모를 플랫폼에 로그인까지 해서 구독 버튼을 누르는 분은 많지 않다는 겁니다.

그래서 브런치 내에서 이런 글 저런 글 읽다 보면 특이한 상황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저명한 출간 작가이거나, 온갖 커뮤니티에 회자되며 수십만 건의 조회수가 나온 분임에도 구독자 수는 매우 적은 거죠. 이 부조화는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아직 메이저 플랫폼이 아니기에 오는 현상입니다. 


브런치 구독자는 다른 의미로는 '앞으로도 이 작가의 글을 Push를 받아서 계속 보겠다!'는 표현입니다. (브런치 구독자가 되면 새 글이 올라올 때마다 App Push가 갑니다). 제가 뭔가 올리면 이제 2,041분께 푸시가 간다는 뜻입니다. 많은 분들이 제 글을 봐주시니 감사하기도 하지만, 긴장이 많이 됩니다.


좋은 글을 쓰고 싶어서 지난 3년 동안 나름의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유명한 브런치 작가님들 글도 열심히 보고, 다른 사이트에서 잘 되는 글도 많이 읽어봤습니다. 브런치나 다른 플랫폼에서 글을 써 보고 싶은 분을 위해 제가 몇 년간 하면서 느낀 팁을 나눠드리려 합니다. 대단한 건 아니지만 도움이 되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1. 꾸준히 쓰려고 노력하세요. 되도록 짧은 글 아닌 긴 글을 쓰세요.


교과서만 봤더니 서울대 갔어요.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랑 비슷한 말입니다.

네 압니다. 알아요. 죄송합니다.

그런데 이게 정답인 것 같습니다. 브런치 건 네이버 블로그 건 뭐건 정답은 일단 꾸준히 하는 겁니다.

꾸준히 하다 보면 늘기도 합니다만 더 중요한 건 바로 자신과 자신의 글에 대해서 점점 알 수 있다는 겁니다. 저도 아직 한참 멀었고 알아가는 중이지만 글을 쓰고 고치기를 계속하다 보면 제 글 버릇이 보이더라고요.

저는  문장에 불필요한 형용사를 붙이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40년 동안 모르고 살다가 브런치를 쓰면서 알았습니다. 글 쓰는 스타일이 실제 말하듯 글을 쓰다 보니 자꾸 늘어지게 되는데, 읽을 때 담백한 맛이 사라져 버립니다. 이런 건 써봐야 스스로 깨우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꾸준히 쓰는 분들 중 상당수는 짧은 글을 쓰십니다. 짧은 글이 꾸준히 쓰는데 편하거든요. 저도 운동을 정말 안 하지만 왠지 글쓰기와 운동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가벼운 아령으로 운동하면 힘도 덜 들고 편합니다만 무거운 아령 들었을 때보다 근육은 안 붙습니다. 글쓰기도 똑같았습니다. 짧은 글로 매일 쓰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지 않습니다. 브런치에서도 그런 글은 상당히 많이 보입니다. 하루하루 생각나는 글을 매일 조금씩 적는 것은 본인의 연습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남에게 보여줄 만한 글이 잘 나오진 않죠. 어찌 보면 참 건방진 표현입니다만 제가 이렇게까지 말씀드리는 이유는, 제 글을 누군가 본다는 건 제가 다른 누군가의 시간을 빌리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바쁜 와중에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내용 없는 글을 드리기는 괜스레 미안하더라고요.


그래서, 분량도 많고 내용도 좋은 글을 꾸준히 쓰면 된다는 결론입니다. 네, 왕도 따윈 없나 봅니다. 일단 그냥 열심히 합시다. -_-;;



2. 다른 좋은 글들을 많이 보세요.


저는 하루 중 상당 시간을 브런치에 할애합니다. 글만 쓰고 있는 건 아닙니다. 다른 분들의 글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보면서 그 글의 라이킷, 공유수를 잘 봅니다. 계속 보다 보면 나름의 인사이트가 생깁니다.

브런치 건, 유튜브 건 잘 되는 분들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잘 캐치하고,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할 주제를 잡습니다. 누가 말로 설명해주기도 참 어렵습니다. 많이 보세요. 자신이 관심 있고 쓰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해당 주제의 브런치 작가들 글을 많이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그러다 보면 이 글이 왜 흥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3. '잘 쓴 글'과 '사람들이 좋아하는 글'이 다르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중요한 포인트인데요. 제목 그대로입니다. 잘 쓴 글과 사람들이 좋아하는 글은 다릅니다. 다시 말해, 글을 잘 썼다는 것만으로 사람들이 좋아해 주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는 우리가 그렇게까지 이성적이지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출판계에서 한때 '퇴사'관련 책이 열풍이 불었습니다.  이 주제의 글들은 대부분 비슷한 내용 구성을 보입니다. 퇴사를 하고 자아를 되찾았다, 쳇바퀴 같은 회사 생활만 하다가 나오니 자유가 있더라.. 멋진 이야기입니다. 당장 내일도 출근해야 하는 불행한 우리 직장인들에게는 이만한 이야기가 없지요. 책을 읽고 나면 나도 곧 퇴사하여 발리의 디지털 노매드 카페에서 노트북을 열고 있을 것만 같죠. 그러다가 현실을 논하면 흥미는 급감하고 머리도 아파지기 시작합니다. 냉정하게 현실을 말하는 글보다는 꿈과 희망을 노래하는 글이 더 읽기가 즐겁죠.


고단한 현실을 잊게 해주는 무언가에 우리는 취합니다.


이 사이에서 균형 잡힌 글을 쓰려면,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주제로 잡고 그에 대해 잘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통상적으로는 정치, 종교, 성별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조차 안 하는 게 안전합니다.(반대편의 목소리가 논리적이어도 감성이 이기는 대표적인 분야들입니다)  다들 같이 하고 있는 고민에 대해 인사이트를 보여 줄 수 있다면 좋습니다. 제가 썼던 글 중 회사생활과 아파트에 관한 글이나, 퇴직 후 삶에 대한 글이 그런 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때는 그냥 쓰고 싶어서 썼던 글이었는데 나중에 이렇게 느껴지게 되더군요.



4. 자신만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가장 강력합니다.


이게 무슨 넷플릭스스러운 말인가.. 그런데 사실입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브런치 작가들을 잘 살펴보면 느낄 수 있습니다. 얼마나 유니크한 분들이 많은지.. 특이한 경력으로 쓰는 글은 그 자체로 흥미진진합니다. 스튜어디스 생활을 하며 만난 하늘 위 고객들 이야기며, 아프리카에서 사업하는 분의 이야기며.. 제가 하지 못한 경험담이니 재미있을 수밖에요. 더구나 실화라면.

그래서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다면 자신이 가진 강점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글을 쓰다가 저도 저 나름의 Edge를 점점 찾아갔는데요. 금융업에 있으면서 핀테크 쪽 경력을 만들고 있는 것이 하나이고 그냥 회사생활 속에 사람들을 관찰하며 보고 느낀 점이 하나입니다.


자신을 잘 생각해보고, 다른 사람이 가지지 못한 Edge를 찾도록 노력해 보시길 바랍니다. 물론 잘 안 보입니다. 그리고 진짜로 없는 분들도 많이 봤습니다 (ㅠㅜ) 한편으론 억지로 만들어 내는 분들도 많이 봤습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인플루언서'라는 말은 없었잖아요? 이분들 모두 자신의 강점을 스스로 만들어 낸 분들입니다. 일단 글 속에서라도 강점을 찾아보는 첫걸음이 중요합니다. 물론 지루하고 먼 길입니다.




인터넷은 다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텍스트 위주의 정보가 브로드밴드의 발전으로 급속히 동영상 플랫폼으로 확대되었죠. 가뜩이나 읽을거리도 많은 시대인데 동영상과도 경쟁해야 합니다. 잘 쓴 글이 사람들에게 노출되기도 쉽지 않고, 노출된다 해도 곧바로 이탈되기 좋습니다. 재미있는 게 너무 많은 시대니까요.


동영상 콘텐츠는 재미있고 강력합니다만, 저는 결국은 글로 다시 돌아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순리(?)라고 생각하는데요.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붐이지만 네이버 저품질 블로그와 같은 이슈를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지속적으로 트래픽을 유발하려다 보니 굳이 동영상으로 만들지 않아도 될 내용이 유튜브에 범람하고 있습니다. 글로 보면 1분도 안 걸릴 내용 때문에 유튜브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 경험, 다들 있지 않으세요?


브런치를 쓰는 시간은 제게는 힐링타임입니다. 하루 종일 있었던 많은 일들을 잊고 온건히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어 좋고, 몇 개월 몇 년이 흐른 후 다시 꺼내볼 수 있어서 좋고요. 조금씩 무언가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좋습니다. 많은 분들이 자신만의 콘텐츠를 잘 만드실 수 있길 바래 봅니다. 저도 아직 멀었지만 잘난 척을 좀 해보았습니다. :)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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