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의 니하오
이런 것도 타문화권에 대한 편견이라 말할 수 있을까?
난 아프리카 사람들은 절대 다른 민족들을 비하하거나 차별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 아무래도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하고 몰상식한 집단적 차별을 당해야 했던 장본인들이므로 인종차별과 비하가 얼마나 나쁜 해악을 끼치는지 몸소 깨달았을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 생각은 많이 틀렸다.
작년의 일이다. 그때는 시내 외곽에서 조금 떨어진 호텔에서 묵고 있었고, 여느 호텔과 마찬가지로 아침식사 시간에는 식당에 대기하고 있는 조리사에 부탁하여 달걀프라이나 오믈렛 등을 주문하여 먹을 수 있었다. 어느 하루는 조리사가 잠시 자리를 비웠는지 보이지 않았고 호텔 식당을 담당하는 지배인인 듯한 사람에게 대신 주문을 해야 했다. 그날 식당엔 나 말고 백인들 두 명이 더 있었는데 아마 호주 사람들인 듯했다. 지배인은 호주 사람들에게서 뭔가 먼저 주문을 받고는 곧장 내 테이블에 주문을 받으러 왔고, 나도 그 지배인에게 오믈렛을 주문한 후 잠자코 앉아 조리사를 기다렸다.
약 5분쯤 지나자 식당에 돌아온 조리사에게 그 지배인은 주문한 사람들을 일일이 손으로 가리키며 주문 내역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손을 뻗어 나보다 먼저 주문을 한 두 사람들을 가리키며 오스트레일리아 어쩌고 하는 이야기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는 바로 내 쪽으로 손을 뻗어 지시를 내리는데 손가락이 내 얼굴을 가리키는 순간 ‘찡 쫑’이란 단어가 귀에 명확히 꽂혔다.
물론 그 사람들은 당시 영어가 아닌 스와힐리어나 케냐 국민들 다수가 사용하는 키쿠유 언어를 사용해서 대화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현지어를 모르니 내 해석이 정확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그 두 사람이 했던 대화의 느낌은 이런 것이었다.
“저기 호주 사람들 계란 프라이 반숙 두 개, 그리고 저기 저 찡쫑은 오믈렛을 시켰으니 갖다 주도록.”
내가 심하게 오해를 했거나 너무 막 나가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나이로비 시내를 걷다 보면 동양인만 보면 무조건 '찡 쫑’ 거리며 놀리고 지나가는 흑인들을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아프리카 전 지역에 중국으로부터의 투자가 워낙 많고 중국인들의 수가 급속하게 늘고 있어서 중국어 인사말을 아는 사람도 많다 보니 동양인만 보면 ‘니하오’하며 인사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그렇게 ‘니하오’라는 인사에 ‘찡 쫑’의 음색을 섞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올해 역시 그런 비슷한 일을 겪게 되었다. 이번에 머물게 된 호텔은 나이로비대학교 바로 길 건너편에 위치해 있었고, 어느 호텔이나 마찬가지로 실내에 들어오려면 공항 검색대와 비견될 정도로 삼엄한 보안검색을 거쳐야 한다.
호텔에 들어서니 보안검색 직원들은 나를 보자마자 동양인을 놀리는 ‘찡 쫑’의 음색이 상당히 섞인 니하오로 인사를 건넸다. 나는 내가 중국인이 아니라는 차원에서 그 인사를 받자마자 No Nihao라고 받아쳤다. 그러나 보안검색대 직원들은 정말 비웃는 듯한 웃음을 킥킥 흘리면서 내 말이 재밌다는 듯이 ‘노니하오, 노니하오’하며 계속 따라 하는 것이다. 심지어 여직원 한 명은 내게 그 ‘노니하오’가 무슨 말이냐고 묻기까지 한다. 그러면서도 계속 내 말을 따라 하며 킥킥 대는 보안직원들의 웃음이 심하게 거슬린다.
기분이 몹시 상한 나는, 오랜 고민 끝에 어댑터를 빌리러 가는 김에 리셉션에서 일하는 호텔 매니저에게 그 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로 결심했다.
“나는 중국 사람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 호텔에 들어오는 모든 동양인에게‘니하오’라고 인사하는 것은 사람에 따라 상당히 모욕적으로 들릴 수 있다. 우리가 당신들의 피부색만 보고 무슬림이라고 단정한다고 생각해 보라."
그 말은 들은 호텔 직원은 즉시 보안직원에게 전달하겠다는 약속을 해주었다.
한국과 다른 플러그 때문에 빌린 어댑터를 가지고 방으로 들어오는 길엔 마음이 나름 심란해졌다. 앞으로 일주일 동안 볼 사람들인데 너무 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일주일 내내 그 찡 쫑 음색이 섞인 니하오 인사를 계속 듣는 것보단 처음에 확실히 지적하는 것이 더 나았다는 자책 섞인 위안도 해가며 마음을 다독였다.
그 날 이후, 나는 호텔에서 니하오 인사를 단 한 번도 받지 않았다. 하루에도 몇 차례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는 나에게 보안직원들은 이런 식으로 나에게 정말로 깍듯한 인사를 건넸다.
“Good morning, sir!”
“How are you, sir!”
심지어
“Good Afternoon, professor!”
나이로비대학교에서 공식 초빙한 나의 신상정보를 파악한 탓인지 교수라는 말까지 붙여주는 인사를 들으니 황송하기까지 하다. 호텔에 들어설 때마다 나도 그들에게 더 여유롭고 진심 섞인 인사를 할 수 있게 되어 첫날의 쓴소리가 독은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나이로비 대학교 인문학부 건물 벽을 빼곡히 장식한 '중국의 아프리카인들' 사진전. 말이 중국 내 아프리카인이지 중국에 아프리카에 벌이고 있는 사업의 성과를 홍보하는 내용으로, 2017년 처음 온 이후 계속 같은 자리에 붙어있다. 사업을 하니까 홍보도 하는 것이고, 나름 성공적인 사업도 꽤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한국은 뭘 하시나....
나이로비 대학교 인문관 3층 한국어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중국문화체험중심'. 번듯하게 3층의 반을 점유하고 있는 듯하나 열려있는 것을 본 적은 한 번도 없던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