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공감할 만한 글을 쓰고 싶다. 그러나 대략 한동안 글을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 머리가 까매지고 아무른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난 한동안 제대로 된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건 분명히 나의 건망증 때문이다. 뭔가 알고 느끼는 게 있어야 하는데, 책을 읽어도 내용을 금방 까먹고 뭔가 감동을 느껴도 그게 어떤 것이었는지 까맣게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서 책을 읽는 게 무척 줄긴 했다. 난 원래 책을 자주 읽는 사람이 아니었다. 책을 읽느니 여러 군데를 다니면서 답사를 하거나 감성을 다지는 것이 더 좋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멋드러진 논문을 쓰거나 다른 이들의 심금을 울리는 여행애세이를 쓰는 것도 아니고 그저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들이나 보면서 추억을 곱씹는 것에 불과하다.
사회교제망에 항상 멋진 글들을 올리는 사람들을 보면 항상 부럽다. 나만 빼고 다들 시인인듯 내 머리 속에서는 나오지 못할 듯한 시구절 같은 문장들과 논리정연하고 고색창연한 정보가 담겨 있는 글들을 써내는 이들을 보면 부러워서 죽을 지경이다.
사실 나도 한때는 글을 잘 쓰는 학생으로 선생님의 칭찬을 받던 때가 있었다. 학교에서 작문숙제를 내줄 때마다 선생님은 내 글을 읽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좋은 예로 삼아서 학생들에게 읽어주었으며 아이들은 어떻게든 내가 대신 글을 써달라고 조르곤 했다. 흠.. 그건 아주 옛날이야기다.
그런 경험은 중학교 국어선생님으로부터 소설가가 돼보라는 제안을 들은 것이 마지막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문예부 같은 데 들어가서 전문적인 훈련을 받고 여러 군데 발표를 했으면 재능을 이어나갈 수 있었으려나.
요즘엔 모든 것을 너무 쉽게 그리고 까맣게 잊는다. 한번 들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되새겨 온 것도 예외가 아니다. 내 생각에 좋은 글쓰기는 감성과 지식에 대한 기억이 겸비되어야 하는 것 같다. 한때 나의 심금을 울리던 감성을 기억하고 내 두뇌를 흔들던 여러 가지 사실들을 완벽히 이해하고 기억해야 만족스러운 글이 나오는 것 같다. 지금 이 순간 내 머리 속에서 흘러다니는 것으론 너무 부족하다. 그것은 글로 이어나갈 수도 없고 글을 쓰는 게 아니라 키보드로 끄적거리는 것 밖에 안되는 것 같다. 게다가 난 감성이 풍부하거나 촉촉하거나 핑크빛으로 블링블링 하지도 않다.
난 언제나 글을 써보겠다고 책상에 앉는다. 그리고 그 글을 다시 읽을 때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자괴감과 실망감에 빠진다. 아마 종이에다 글을 쓰고 있다면 당장 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릴 내용들이다.
그래서 나는 노트북을 구겨서 버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