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희망과 에너지 가득한 판자 마을 2

아프리카 최대 도심 슬럼 키베라 (Kibera) 2

by 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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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수도시설이 변변히 없어서 저렇게 매일 물을 길어다 먹어야 한단다. 저 노란 통 하나를 가득 채우면 약 50실링(500원 정도)이라던가......???? 생각해보니 그리 싸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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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물 길러 갔는지 가게에 혼자 남은 아이가 나를 보더니 심심한 듯 귀엽게 포즈를 취해준다.


케냐 전체가 에이즈 보급률이 높은 편이라는데, 이곳 키베라는 에이즈 환자들이 특히 많다고 한다. 그리고 그중 대다수가 여성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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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뼈로 액세서리를 만드는 공방에 이어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파워 우먼 숍(Power women shop)이라고 불리는 아담한 스튜디오. 여성 에이즈 환자들을 중심으로 키베라의 극빈층 여성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곳으로 다양한 기념품을 만들어 판매하거나 에이즈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나름 수익도 창출하는 곳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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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긋나긋한 목소리를 가진 운영자가 직접 나와 공방의 역사와 활동에 대해서 차근차근 소개해 준다. 이 스튜디오에서 가장 많이 하는 일 중 하나는 그냥 잡지를 오려서 목걸이를 만들어 파는 것인데, 직접 종이를 오려가며 그 과정을 선보여주었다. 저 방법은 케냐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것은 아니고, 우간다의 한 친구로부터 전수받은 것이라고 했다. 아이들의 종이 오리기 같은 단순한 작업으로 얼마나 대단한 것이 나오려나 하고 있었으나, 나름 종이들을 색깔별로 맞추고 맨 손가락으로 꼼꼼하게 접어 왁스를 칠하니 나름 목에 걸고 다닐만한 작품이 나온다. 마케도니아의 민물 호수 오흐리드에서 자라는 물고기들의 비늘을 모아 영롱한 진주를 만들던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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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 공방엔 재봉틀이 세 대가 작동하고 있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 하니 그중 두 대를 한국의 한 비정부단체에서 기증해 주었다며 고마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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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베라에 사는 여성들이 시내로 일을 나갈 때 아이를 돌보아주는 곳이 바로 스튜디오 옆에 자리 잡고 있다. 동네 할머니들이 돌아가면서 아이를 맡아주는데 아이를 하루 맡기고 내는 돈은 단 50실링 (500원). 나라에서 의약품을 무상으로 대주기 때문에 저 탁아소 자체에는 정부에서 대주는 지원금이 없단다. 노인의 가치는 도서관 한 채와 맞먹는다고 했던가. 이런 어려움 속에서 삶을 일구어 나가는 할머니들로부터 여러 지혜와 경험을 터득한 아이들은 장차 케냐의 보석처럼 자라나기를 바라본다. 저 탁아소 앞에는 임신한 여자들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진료소도 위치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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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조금은 상태가 양호한 고지대를 나와 저지대로 가는 길목에는 저렇게 쓰레기 더미들이 잔뜩 널브러져 있다. 내가 알기로 케냐는 몇 년 전부터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되어있다. 대부분의 쓰레기가 비닐봉지에 담겨 있다는 이야기는, 저기에 버려진 지가 족히 일 년은 지났다는 말이다. 그 쓰레기산 아래쪽으로 키베라 사람들의 실제 생활 풍경이 펼쳐진다.


고지대에는 자체적인 수도시설과 전기시설을 갖춘 번듯한 집들도 꽤 찾아볼 수 있었다. 누구라도 키베라에 집을 짓고 사는 것은 자유, 그래서 키베라 인구 중 약 20%는 극빈층이 아닌 중산층 이상의 주민들로 구성되어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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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를 들이대도 별 무심한 아저씨. 사진을 찍는 나를 딱히 가이드가 저지하지는 않았다. 저 아저씨가 앉아있는 철길은 지금도 케냐의 제2의 도시 몸바사로 가는 기차가 하루에 세 번이나 운행되고 있단다. 저 기찻길을 가로질러 무작정(!) 내려가면 저지대가 펼쳐진다. 계단도 없고 그냥 진흙뻘 같은 언덕을 따라 내려가다가 몇 번을 미끄러져 넘어질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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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베라 저지대는 말 그대로 저렇게 흙을 벽돌처럼 덕지덕지 쌓아 지은 집들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길은 포장도 안 돼 있어서 자칫하면 찐득한 진흙뻘 속에 신발이 푹푹 처박힌다. 그래서 키베라 관광을 예약하면 슬리퍼 말고 운동화를 신고 오라는 연락을 해준다. 역시 탁월한 안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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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에 쓸 용도로 팔려고 하는지 아주머니 한분이 부지런히 양배추를 썰고 계신다


처음 본 외국인이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키베라 현지인들은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하진 않고 그냥 고개를 돌리거나 부끄럽게 웃으며 사진 각도 밖으로 빠져나가기만 한다. 자신들의 삶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진 않은지, 카메라 각도 밖에서만 환하게 웃어줄 뿐이다. 그러니 이곳에 구경을 하러 왔다는 나 자신이 조금 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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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시설이 안 좋은 키베라에서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용 샤워장과 공중화장실. 2층에는 사람들이 모여 회의도 하고 파티도 할 수 있는 시설도 갖추어져 있단다. 유럽연합의 재정지원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동네 사람들이 자주 모이는 광장 역할을 하는 듯하다. 샤워할 때 찬물만 쓰면 10실링 (100원), 뜨거운 물을 쓰려면 5실링 (50원) 추가. 화장실은 한 번에 2실링 (20원). 그런데 식구가 많은 집은 저것도 부담이 되는 가격이다. 이전엔 비닐봉지에 용변을 보고 창문 밖으로 던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일명 '날으는 화장실(flying toilet)'이 뉴스 토픽으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이 공용시설이 만들어지고 나서 그런 일은 다소 줄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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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로비에는 서울만큼 교회가 많다. 고지대에는 그래도 번듯한 모양새로 "내가 교회요!"하고 말해주는 건물들이 꽤 있으나, 저지대에는 십자가가 그려진 깃발을 무당집처럼 밖에 내걸고만 있고 '여기가 교회인가?'하고 궁금하게 만든다.


그중 하나를 찾아가 인사를 하자 밝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준다. 일요일 나이로비 시내를 걷다 보면 정말 우리나라 개신교 기도원에서 듣는 것 같은 청천벽력 같은 분위기의 예배 광경을 자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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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실려 돌아다니는 배춧잎을 쫓아서 가게에 들어온 양들. 동물들의 배설물과 진흙, 그리고 오수가 범벅인 곳에서 빅토리아 호수에서 난다는 민물고기를 튀겨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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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와 투어에 같이 참여한 영국인들, 그리고 현지 가이드 두 명. 키 베라 출신의 젊은이들이 모여 HOPE and SHINE Kibera Center라는 기관을 창설하고 키베라 안내나 직업창출 등의 기획을 하고 있다. 맨 앞에 앉은 친구 루카는 키베라에 10년 안으로 모든 기본교육기관을 짓는 야심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 친구는 대학교에서 관광학을 전공했는데, 졸업 후 '직장을 찾지 말고 창조하라'는 담당교수의 조언을 듣고 용기를 얻어서 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한다.


실지로 살림을 하던 곳이라 그런지, 아주 전형적인 키베라 주거지의 내부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내 옆 데이비드는 다른 지역에서 고아가 된 후 할머니 집에서 자라다가 이곳에서 정착하게 되었다고.


투어가 끝나자 나는 루카와 데이비드에게 키베라 현지 선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러 가는 게 어떻겠냐 제안했고, 그 이야기를 들은 영국인들도 같이 참여하기로 동의. 그래서 HOPE and SHINE Kibera Center의 아지트 같은 선술집에서 케냐 맥주를 흡입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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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맨 왼쪽 구석에 서있는 이 사람은 이 조직의 창립자 프란시스다. 재미있는 것은 키베라에서는 이렇게 술을 마시고 시간을 보내는 곳을 '호텔'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래서 키베라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호텔이라는 단어가 자주 보이는데 그런 곳들은 숙박업소가 아니라 다 저런 선술집이다. 저 장소가 너무 맘에 들어서 나중에 키베라 펍 크루징 프로그램도 개발해보라고 했다. 암튼 저 '호텔'은 나중에 혼자라도 다시 찾아가 보고 싶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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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재미있는 것은, 아무래도 키베라 주민들의 교육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공용어인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들도 비교적 적고 온갖 부족이 섞여서 살고 있어서 스와힐리와 영어가 섞인 '솅'이라고 하는 언어를 사용한다. 굳이 번역하면 'slang'이란 뜻이라는데 주민들 사이에 자생적으로 형성된 언어적 약속 같은 것이다.


키베라는 안전할까?


가이드 말을 빌면 대낮이라면 누구라도 키베라에 혼자 와서 돌아다녀도 아무런 일이 없을 거라고 한다. 그 대신 어디 분명한 목적지가 있는 것처럼 표정이 단호해야 하고, 그냥 대충 구경 온 사람처럼 어슬렁거리면 안 된단다. 어찌 되었던 키베라 경험의 시작은 저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키베라 사람들의 위험해서가 아니라, 이 곳에 사는 이들의 생활을 너무 관광객의 시각으로만 보면 아무래도 예상치 못한 문제가 양산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단지 폭력이나 다툼이 아니라, 오해나 몰이해로 인해서 보이지 않는 벽이 더 높아질 수도 있고 그러다 보면 키베라는 우리들에게 편견과 선입견의 벽 속에 갇힌 슬럼가로 알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지인들과 만나 같이 소통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키베라와의 첫 만남을 갖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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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이 그다지 발달되어있지 않은 나이로비에서는 마타투라고 하는 봉고차 형태의 자동차가 주요 교통수단이다. 노선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번호 체계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은 터라 현지인이 아니면 마타투 이용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나, 내가 시내에 나간다 하니 탈 수 있는 마타투를 권해 준다. 안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관광객을 위해 조성해놓은 시설이 아닌 실제 현지인들의 삶을 체험하며 나름 신이 난다.


마타투 창 밖으로 보이는 나이로비 거리가 참 힘차다. 오기 전에 갖고 있던 선입견은 정말 사라지고 정말 강인하고 긍정적인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라는 생각만 남았다. 우리를 안내한 가이드 루카가 이런 말을 했었다.


"우린 키베라에서 행복해요. 돈이 없는 건 사실이에요. 그렇지만 가난이 우리의 행복을 제한할 순 없어요."


그렇다. 돈 때문에 행복에 제한을 받는 사람들이 더 불행한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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