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희망과 에너지 가득한 판자 마을 1

아프리카 최대 도심 슬럼 키베라 (Kibera) 1

by 자까

2017년은 아무래도 뭔가 새로운 경험이 충만한 방문이었다. 어디서나 폭풍전야 같은 차가운 고요함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곳곳에 진을 치고 있었고, 영화나 기록사진에서만 본듯한 말을 탄 전투경찰들이 곤봉으로 사람을 때리는 모습도 목격했다.


이런 환경이다 보니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여 사자와 기린, 얼룩말이 있는 곳이 찾아서 편하게 여행을 '시켜주는' 여행상품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면, 유럽이나 동남아 여행을 하듯이 주변을 느긋하게 둘러보며 뚜벅뚜벅 걷는 관광을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나는 동물을 좋아한다고 자부했으나 막상 케냐에 와보니 우리집 고양이들을 제외하곤 동물 자체를 그다지 좋아한 편은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났으며, 그렇다고 나이로비에 파리처럼 번듯한 거리가 있거나 이전의 모습을 보존해 놓은 구시가지 같은 것이 있지도 않은 상황이라 마땅히 내

취향에 맞출 만한 볼거리가 없는 듯했다.


4.png 뱃살 조심. 가이드도 관광객도

나이로비에도 무료 도보관광(free walkin tour) 서비스가 있긴 했다. 다른 나라엔 다 있는 흔한 거지만 여기는 2017년 12월에나 처음 생긴 프로그램이다. 가이드에 말에 의하면 그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국인은 내가 처음이었다는데, 재미있는 것은 내가 참가를 한 바로 전날 라트비아에서 다섯 명이나 참가를 했단다. 그래서 바로 전날 라트비아란 나라에 대해 처음 듣게 되었는데, 바로 그다음 날 라트비아에 사는 한국인을 만나게 되어 더 놀라웠다고.


하지만 도시 곳곳을 탐험해 보기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보물 같은 장소가 있었으니, 바로 키베라(Kibera)다.

키베라는....... 슬럼, 쉽게 말하면 빈민들의 판자 마을이다. 관광지가 아니다.


내가 알기로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소웨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파벨라, 그리고 여기 키베라가 세계 3대 슬럼으로 꼽힌다. 키베라는 특히 도심 내 위치한 슬럼으로서는 아프리카 최대 규모라고 한다. 나이로비 자체도 치안이 그렇게 좋지 않지만 아프리카 전역에서 온 극빈자들이 모여 살고 있는 이 곳은 '범죄의 무풍지대, 에이즈와 마약의 온상, 희망이 없는 동네' 등 별명으로 인해 일반적인 경우라면 선뜻 찾아가 볼 마음은 내키지 않는 곳이다.


모든 것을 다 알고 계신 척척박사 구 선생에게 문의해 보니, 키베라에서 태어나고 자란 젊은이들이 모여 조직한 단체 Hope and Shine Kibera Center에서 키베라의 현실과 역사를 보여주고 현지 주민들의 자립을 돕자는 취지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아스팔트도 제대로 안 갖춰져 있고 이처럼 비가 온 날엔 신발이 온통 진흙투성이가 되고 쓰레기와 냄새가 진동하는 곳이지만, 나이로비에 오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신청해서 방문을 해보길 권한다. 정말 관광 기반시설이 잘된 유럽의 대도시 이상의 감동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키베라는 에스토니아 탈린처럼 고지대와 저지대로 나뉘어있는 듯하다. 물론 누가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니고 내가 편의상 붙인 것이지만 누구라고 방문을 하게 되면 내 구분에 동감을 하게 될 것이다. 나이로비 번화가에서 비교적 가깝고 키베라의 초입부와 같은 고지대는, 정말 기본적인 생활시설이 거의 없는 저지대에 비해서는 그나마 나은 편인 듯했다.


아담스(Adams)라 불리는 키베라와 인접한 동네 입구, 자바 하우스(Java House)라는 나이로비 최대 외식 체인점에서 집결하여 단체에서 나온 가이드를 따라나섰다. 왠지 모르게 콩닥콩닥하는 마음을 부여잡게 되는 것이 내가 알던 여인의 민낯을 드디어 보게 된다는 묘한 설렘 때문일까? 이 설렘 가득한 탐험엔 영국에서 온 관광객 두 명이 나와 함께 참여하게 되었다.


한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낯선 사람이 우리 안으로 불쑥 들어와 적잖게 놀랐다. 알고 보니 인솔 가이드가 한 명 더 합류한 것이었다. 관광객 세 사람에 가이드 두 명이라. 안전을 위해서 최대한 배려를 한 것 같아 마음이 놓였으나.......


키베라는 예상처럼 그렇게 위험하거나 끔찍한 곳이 아니었다. 정말 가는 곳마다 젊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쳤고 사람 사는 냄새가 철철 흘렀으며 정말 뭔가 근원적인 생존의 본능을 느낄 수 있었던 감동적인 여행이 우리를 기다리는 곳이었다.


우선 일정은 나이로비의 평균적인 모습과 상당히 가까운 고지대부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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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작은 매장 입구에 걸린 엠페사(MPESA)라는 것은 케냐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는 결제시스템으로, 굳이 스마트폰이 아니더라도 구식 액정 핸드폰만 있으면 문자를 통해서 누구에게나 현금을 보내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경제여건상 은행계좌를 열기 어려웠던 상황에서 이 엠페사의 등장으로 소비가 활성화되고 지하경제가 정리되는 엄청난 순기능을 거두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도 저 엠페사를 통해서 전화기로 소액결제를 언제라도 할 수 있단다. 정말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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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토속신앙과 오순절 문화가 접목된 한국의 교회를 보는 듯한 현지 교회들, 한국의 한방 약국처럼 보이는 약초 가게 등 신기한 나이로비보다 더 오밀조밀하고 신묘한 골목들을 지나서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한 공방이었다.


이곳은 버려진 동물뼈를 가공해서 장신구를 만드는 곳이라는데,. 소뼈, 돼지뼈, 낙타 뼈 등을 갈아서 팔찌, 목걸이 등을 만드는데 가격도 아주 저렴하고 (악세사리는 잘알못인 내가 보기에는) 모양도 꽤 예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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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찌는 하나에 500실링, 약 5천 원 정도. 좀 깎아서 두 개를 800실링에 샀다. 더 깎을 수도 있었지만 기부하는 셈 치고 그냥 아저씨가 저렇게 밝은 포즈를 취해주는 것으로 퉁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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