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 홀로여행자가 사파리를 방문하는 법
* 나이로비 국립 공원
2018년. 케냐 두번째 방문 일정에서의 마지막 날. 그날엔 저녁 비행기를 타는 것외에는 아무런 일정이 없었다.
대학교에서의 일도 다 마쳤는데 뭘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하나 고민고민하다가 나이로비에서 가장 가까운 사파리라는 나이로비국립공원을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고민을 오래 한 이유는, 내가 사실 동물을 그닥 좋아하진 않는다는 것과 오직 여행사를 통해서만 갈 수 있는 국립공원 방문상품이 터무니 없이 비싸기 때문이다. 나이로비 시내에서 고작 10 킬로 안팎 떨어진 근교에 위치해 있지만 직접 운전을 해주는 가이드의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고 대부분 일인당 150 -250 달러!! 게다가 50달러 정도의 공원입장료 불포함!! 그런데다가 나 같은 홀로여행객들은 누구와 돈을 나누어 낼 수도 없으니 가격이 더 비싸다 (젠장!!!).
손가락에 불이 나게 검색을 한 결과 출국 전날 다행히 4륜 자동차에 기사 겸 가이드의 안내를 받고 입장료가 포함된 가격, 그리고 나 혼자 가는 조건, 이렇게 해서 모두 150달러로 방문할 수 있는 상품을 발견, 비교적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었다.
나이로비 국립공원은 대부분 해가 뜬 직후 보는 것이 좋다고 해서 6시 반쯤에 호텔에서 가이드를 만나 7시가 조금 지나 공원에 입장......대체 그렇게 아침 일찍 가야할 이유가 뭐였던 거지????
멀리 보이는 빌딩숲을 등지고 기린이랑 코뿔소랑 사자가 어슬렁거리는 모습은 참 이국적이었으나, 조금만 지나면 기린이랑 얼룩말과 임팔라가 집가축처럼 느껴지는 신기한 현상이....암튼 사파리는 내 취향이 아닌 것으로 나만의 암묵적인 합의를 이끌어내고 다시 라트비아로 돌아갔더랬다.
* 암보셀리 국립공원
내 인생에서 세번째, 대학교와 맺은 계약상으로는 마지막, 그러나 라트비아가 아닌 한국에서 아프리카로 가는 일정으로는 첫번째.
2019년 10월 올해도 케냐 나이로비 대학교에 출장을 다녀왔다. 항상 라트비아에서만 출장을 떠났지만 한국으로 자리를 옮긴 올해도 어김 없이 초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방콕 경우 케냐 항공을 타고 어두운 밤을 일곱 시간이나 덤으로 얻어서 떠나는 일정이다. 붉은 색깔의 디자인이 인상적인 비행기 안에서 70년대 새마을 영화 같은 우간다 영화랑 80년대 한국 미니시리즈 같은 나이지리아 영화 각 한 편씩을 조는둥 마는둥 보다가, 중국 출장갔다가 집에 가는 길이라는 시끄러운 콩고 총각들하고 담소도 나누다가 언제나처럼 정신없이 도착한 케냐.
이번엔 나이로비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4시간을 달려 킬리만자로 밑자락에 위치한 암보셀리(Amboseli)로 직행하여 야생원숭이들이 자주 출몰한다는 숙소에 짐을 풀었다.
가족단위나 연인끼리 다니는 것이 보통인 듯한 사파리를, 일행도 없이 혼자서 전용기사 딸린 큰 봉고차를 빌려서 다니는 나는 아프리카를 한가롭게 여행할 만큼 경제적 환경이 좋지 않은 편이다. 사실 나는 절대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100% 인맥의 힘(?)으로만 아프리카를 찾아온 것이고, 혼자 다니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같이 다니면 여러 모로 싸겠지만 내가 끼어들 만한 단체여행을 마땅히 찾기도 어려웠다. 그래도 마지막 여행이 될 지도 모르는데 조금 무리는 되더라도 아프리카다운 사파리 여행을 한번쯤은 제대로 해야겠다 싶어서 암보셀리 국립공원에 찾아왔다. 지난 해 보았던 나이로비 국립공원에서의 실망스러운 느낌을 조금은 털어보고 싶기도 했다.
혼자서 전속 가이드가 운전해주는 차를 타고 이틀 동안 꽉 채운 여행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좋은 일이지만 내가 그동안 아프리카에 대해서, 그리고 케냐에 대해서 궁금했던 일을 실컷 물어볼 수 있었던 것도 참 다행스러웠다.
가이드가 이야기해 줘서 알게 된 사실인데, 사실 자연 속에서 야생동물을 관찰하는 여행을 의미하는 사파리(safari)는 스와힐리어로 그냥 여행을 의미하는 일반명사란다. 핀란드의 사우나나 한국의 김치처럼 특정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어가 아니라, 그냥 원래 살던 자리를 떠나서 어딘가로 이동하는 평범한 행위를 일컫는 단어라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초원을 거닐거나 동물을 보는 등의 특별한 의미는 이 단어에 없다고 했다. 여기서 파생되는 단어 중에 msafiri(음사피리)라는 것이 있다. 바로 여행가이다.
사람은 인생을 여행하는 여행가라고들 하지 않는가. 사실 살다보면 주변사람들과의 관계유지와 사회생활이, 마치 현재 사용되는 의미의 사파리와 가까운 것 같다고 느낄 때가 많다. 그리고 그렇게 멋진 조어법이 있는 스와힐리어가 무척 멋있다. 새로운 개념이라 고차원적인 용어는 한자어를 빌려올 수 밖에 없는 현실에는 눈이 멀고 그냥 과학적인 글자 덕분에 읽고 쓰는 것이 쉬운 사실만 자랑스러워 하는 우리의 모습과 참으로 비교된다.
아무튼 암보셀리에 도착한 첫날. 킬리만자로가 바로 저 앞에 있다는데.... 내가 덕을 제대로 못쌓았나 구름에 가려보이질 않는다. 그래서 암보셀리에서의 첫날은 한국에서 가져온 땅콩으로 버무린 튀김과자랑 케냐의 대표맥주 '터스커'로 나혼자 즐거운 파티를 즐겨본다.
전기도 없고 전화도 터지지 않는 초원 한가운데 있는 숙소다 보니 이름 모를 새들과 벌레소리가 요란해 왠지 밤새 뒤척일 것만 같다. 그런데 웬걸, 눕자마자 깊은 잠에 빠져서 동이 트기 전에 잠에서 깼다. 6시에 새벽 사파리를 가기로 했던 터라 일찍 잠에서 일어난 것이 참으로 다행스럽다. 어차피 동물들은 다 거기서 거길 것일테지만 동이 틀 무렵 초원의 생물들은 어떻게 하루를 시작하는지 (아니면 마감하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물론 무엇보다 어제 하루 종일 구름에 가려 좀처럼 모습을 보여주지 않던 킬리만자로를 볼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그러나 그 산은 오늘도 역시 구름 속에 몸뚱아리를 꽁꽁 감추고 조금도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지난 번 제주도 갔을 때도 한라산 꽁무니도 못보고 왔었는데.... 세상엔 아주 작은 것들도 보기 힘들지만 너무 크고 웅장한 것도 보지 못하는 일이 흔하다.
대낮과 다른 점이 있다면 주로 새벽에 활동한다는 하이에나 일가들이 사자에게 싸움을 거는 모습이랑, 보통 한마리 보기도 어렵다는 치타를 세 마리나 목격을 한 것이다. 그리고 케냐 초원의 새벽 바람이 참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