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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Seok Kim Apr 15. 2017

요즘 정치에 관한 생각들 - 스타트업투자에 비유해보면

누가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1 누가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있으며 솔루션이 될 수 있는가?

 세상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사업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정치이다. 

 첫 번째로 사업은 근본적으로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의 확장이다. 모든 사업의 근본에는 소비자의 문제가 있고 이를 가장 잘 해결하면 성공한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는 목마름을 맛있게 해결하고 싶은 욕망을 해결하는 독창적인 방법에서 확장되었으며, 구글/네이버 등은 근본적으로 인터넷에 많은 정보들을 효과적으로 접근하는 솔루션이다. 

 하지만 사업으로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사업은 근본적으로 수익을 위한 행위이기 때문에 가치를 부가하는 데 더 적합하지 결핍을 해소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 또한 사업은 가치관 혹은 이익이 첨예하게 충돌하는 문제를 푸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 나는 이러한 부분들은 정치가 해결해야하는 영역이라고 믿는다. 정치는 세금으로 조달된 재원을 바탕으로 사회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개선해 사회의 전체 가치를 증진시키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정치인의 득표는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는다는 것과 비슷하다고 본다.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문제 설정이 (적어도 특정층에게는) 뚜렷하게 공감이 가야하고, 그들이 이를 해결해서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입증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정치인의 문제 설정(메인 Agenda 혹은 시대 정신)이 뚜렷하게 공감받고 그가 그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임이 여러가지 Track Record를 통해 입증이 된다면 그는 열광적인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초기 스타트업과의 차이점은 스타트업은 특정 좁은 계층의 열광적인 지지에 집중해야 한다면, 선거에서는 조금 얇더라도 폭넓은 층의 지지를 얻어내야한다는 것이다. (1인 1표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대통령 선거는 선거 규모의 끝판왕으로 스타트업이 아닌 스타트업이 유니콘이 되기 위한 과정과 비유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스타트업이 유니콘이 되기 위해서는 특정한 지지층의 열광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이전보다 훨씬 더 폭넓은 사용자를 확보해야한다. 

*물론 스타트업 세계에서는 특정한 지지층이 글로벌로 절대적인 숫자라면 유니콘이 될 수 있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선거 기간 내내 문제는 "경제"라고 설정하는데 집중했고 이 키워드를 누구보다 먼저 선점했다. 또한 이 문제를 본인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개인기만으로 서민에서 대기업 사장/서울 시장이 된 자신의 경력을 내세워 사람들 마음 속에 희망을 새겨넣었다. 높은 성장률을 자랑하던 80년대와 90년대 초반을 기억하던 사람들은 2000년대 들어 경제가 정체되는 모습을 보이자 위기감과 함께 경제 발전에 목말라했고 서민에서 부자가 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면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BBK등 그의 정치인으로서의 흠결은 그의 당선을 막지 못했다.

 박근혜 역시 마찬가지다. 문제 설정은 명확하지 않았으나 "어쨌거나" 그녀가 솔루션이 될 수 있다는 느낌을 주는 데 성공했다. 그녀를 지지하던 대다수가 그녀가 적임자라고 생각한 근거가 어떤 특별한 Track Record 덕분이 아니라 "박정희의 딸"이라서 라는 게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말이다. 


*메인 Agenda를 누가 가지고 가느냐와 별개로 이를 누가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문제는 정치에서 이걸 증명하기 정말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경력직 채용과도 비슷한데 우수한 Track Record를 가졌다고 해서 그가 대통령이라는 누구나 처음 해보는 포지션에서 잘할 것이라고 비약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경력직 채용과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경력직 채용은 소수의 관련자들이 집요한 면접을 통해서 판단하지만 정치는 대다수 유권자들에게 그냥 그런 느낌만 주면 된다는 것이다.


 #2 문제도/솔루션도 보이지 않는다.

  이번 선거는 과연 어느 후보가 Main Agenda를 점유하고 있는가? 그 점에서 안타깝다. 뚜렷한 문제 의식을 가진 후보가 없어보인다. 갑작스럽게 대선이 다가왔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임펙트있게 제시하는 후보가 누군지 잘 모르겠다.


 문재인 후보가 대세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적폐 청산"이라는 키워드를 접수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박근혜 정부의 몰락을 바라보면서 기존 정치에 대한 염증을 가지고 있었고 정의에 대한 강렬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적임자에 가까운 문재인에게 자연스럽게 지지도가 몰렸다. 

 하지만 문제는 이 적폐 청산에 대한 문제 의식이 급속하게 식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원래 적폐 청산은 내가 뱃살을 빼는 것 마냥 매우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다. 어느날 갑자기 비대해진 뱃살을 보고 내일부터 운동해서 꼭 내가 리즈시절로 돌아간다고 다짐하더라도 일주일 지나면 유야무야되는 것처럼 이 키워드는 사람들 마음 속에서 오래 가기 힘든 것이 아닌가 싶다. 또한 "적폐"로 몰릴 여지가 있는 사람들은 강력한 기득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저항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문재인 후보만 아니면 된다는 사람들은 지난 대선 때 그가 패배할 수 밖에 없었던 "왠지 문재인은 찜찜해"라는 느낌을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적폐 청산은 잘못된 과거와의 이별을 의미하는 단어이고 분명 필요한 시대 정신이지만 과거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래다. 또한 적폐 청산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결국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다음 대통령은 어떤 미래를 만들어나갈 것인가에 대해 더 궁금하다.


 이 점에서 안철수 후보의 행보가 답답해진다. 안철수는 "(이러 이러한 이유로) 문재인은 안돼"라는 사람들의 총합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안철수 후보의 문제 의식이 "문재인이 대통령 되는 것은 안된다"가 되면 곤란하다. 과연 1) 안철수 후보의 문제 의식은 무엇인가  2)그리고 이를 해결하는 데 그가 최적인 이유가 무엇인가 이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안철수 후보는 지금 뚜렷하지 못하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문재인 후보를 디스할 게 아니라 적폐 청산이라는 카드도 받고 그 다음은 무엇이냐에 대한 Agenda를 점유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다른 후보들은 아쉽게도 문제 의식은 뚜렷하지만 아직까지 특정한 지지층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데 그치는 스타트업의 모습이다. 이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차후에 어떻게 다른 층으로 지지세를 확대해나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 고무적인 것은 심상정 후보도, 유승민 후보도 색깔이 뚜렷하고 세련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새로운 색깔로 얼마든 일정 포지션을 점할 수 있어보인다. 스타트업도 열광적인 지지층이 있다면 절대로 한 순간에 망하지 않는다. 우리 정치의 색들이 점점 더 다양해지는 것 같아서 좋다. 


*선거는 차악에 투표하는 거라는 유명한 말은 이들 같은 비교적 마이너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말 아닐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이들이지만 이들의 당선 가능성은 극히 작기 때문에 그나마 이들에게 가까운 사람에게 표를 던지는 그런 것 말이다.


#3 어쨌건 이제 9회로 접어들고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지금의 상황은 야구로 치면 9회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7회까지 5:0으로 리드하던 민주당이 7회에 안철수 후보와 국민의 당에 순식간에 3점을 내주고 긴장했던 게 3월부터 4월 초의 국면이라고 생각한다. 야구에서 2점 차이는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점수이다. 야구에서 점수는 안 나려면 한 점 내기가 참 어렵지만 나려고 하면 3점 정도는 순식간에 난다. 하지만 최근의 반격으로 8회에 민주당이 1점 추가점을 낸 것 같다. 문재인 후보의 토론 표정에서 한숨 돌리고 안심하는 듯한 여유가 보였다. 반면 안철수 후보의 얼굴은 상당히 급해보였다. 원래 경기 후반의 실점은 1점이라도 더 크게 느껴지는 법이다. 이제 6:3으로 마지막 9회에 접어들고 있는 것 같다. 승부가 기울고 있지만 마지막 순간에 흐름의 변곡점은 한 번은 더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흐름의 변곡점이 단순히 네거티브가 아닌 어떤 가슴을 울리는 Agenda를 통해서 였으면 좋겠다. 그게 문재인 후보든 안철수 후보든 관계 없다. 나는 그냥 지금 내가 느끼는 문제들을 정치가 풀어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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