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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Seok Kim Jul 22. 2017

KBS 최고의 한방이 산으로 가고 있다.

명작 느낌이었는데 평작으로라도 끝나면 다행일 듯 하다.

KBS 최고의 한 방은 흥미로운 드라마였다. 드라마지만 예능국에서 만드는 드라마, TVN이 시도해서 대박이 난 방식을 KBS가 시도한다는 게 흥미로운 포인트였다. 

거기다가 연출은 배우 차태현이 라준모라는 프로듀사에서 사용했던 배역명으로 공동 연출했다. 전반적으로 TVN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중간중간 가벼운 에피소드들과 다양한 소품들이 분위기를 경쾌하게 이끌어나가는 연출이었다.


 초반 스토리 역시 기대감을 불러일으킬만했다. 타임 슬립은 많이 시도됐지만 만약 슈퍼스타가 살아있다면이라는 주제는 언제나 흥미롭기 마련이다. 특히나 듀스 김성재를 연상시키는 90년대 슈퍼스타 유현재라는 캐릭터는 분명 매력있었다. 윤시윤은 특유의 능글맞은 연기로 캐릭터를 잘 살렸다. 거기다가 홍경민이 직접 작곡한 J2의 "말해봐"는 90년 대 댄스 느낌을 잘 살린 완성도 높은 곡으로 소품 이상의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런 초반의 장점들은 퇴색되고 가면 갈 수록 드라마가 산으로 가고 있다.


1. 스토리의 중심축이 어처구니 없는 멜로로 옮겨갔다.


 최고의 한방의 스토리 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유현재의 타임 슬립과 관련된 스토리다. 과거의 슈퍼스타였던 그가 23년 만에 그 모습 그대로 2017년에 나타났을 때 생기는 일과 미스테리를 풀어나가는 것이 당연히 스토리의 중심축인지 알았다. 하지만 다른 축이 뜬금 나타나더니 이제는 아예 중심을 잡아버렸다.

 바로 개인적으로 되도않는다고 생각하는 멜로 라인이다. 유현재가 우연히 이지훈, 최우승과 엮이는 것까지는 좋았다. 근데 왜 갑자기 최우승과의 멜로가 진행되는 지 모르겠다. 그 과정에서 무리해서 짠내나는 이지훈을 연출하다보니 억지가 많아지고 스토리가 늘어진다. 


 "최고의 한방" 스토리의 매력은 20년 전 스타가 2017년에 등장해 지금의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데 있지 않다. 그럴 거였으면 스토리 라인과 주변 인물을 이렇게 짜면 안됐지... 근데 작가와 PD가 뭔가 착각하는 건지 자꾸 억지로 이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려고 하고 있다. 

 어쨌건 유현재는 과거에서 온 사람이고,  거기다가 최우승은 (아무리 기억에 없다지만) 아들인 이지훈이 좋아하는 사람이다. 유현재가 갑자기 최우승에게 왜 빠지는지도 모르겠고, 최우승은 왜 유현재에게 끌리는 지도 모르겠다. 


 나만 그 둘의 연애에 공감을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개연성없이 연애가 시작되고, 오그라드는 사랑의 총알이 오고가는 걸 보고 이게 망작이 되어간다는 걸 느꼈다. 



2. 여주인공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세영이 맡은 배역인 최우승의 매력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최우승의 매력은 팍팍한 현실 속에서 힘든 티 안내고 열심히 하는, 하지만 속은 상할데로 상한데서 나왔다. 그런 매력 때문에 이지훈이 빠진 것이기도 하고. 


 최우승의 매력은 털털함+현실감각에 있었다. 하지만 가면 갈 수록 산으로 간다.

 유현재가 회사 메인 프로듀서로 와도, 따봉이가 유현재임을 알아도 억지스러운 "야"가 계속되고, 유현재의 선물 공세를 뻔히 알면서도 그냥 그대로 받는다. 그러다가는 결국 유현재에게 빠진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어색하게 따봉을 외치거나, 유현재의 능글맞은 사랑 공세를 따라하는 모습은 캐릭터와도 안 맞고, 이세영의 연기와도 안 맞는다. 거기다가 이지훈의 감정에 대한 배려가 너무 지나칠 정도로 없다. 이제 최우승이라는 캐릭터는 털털하지도 않으며, 현실 감각은 전혀 없는 공감이 안 가는 캐릭터가 된 것 같다.



3. 서브 남주의 매력도가 너무 안 산다.


 김민재가 맡은 이지훈은 분명 이야기거리가 많은 캐릭터다. 서울대 출신에 연습생으로 입체적인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충분하다. 그러나 너무 평면적인 짝사랑 남으로만 캐릭터를 소모하고 있다.

 더군다나 김민재의 렙실력은 굉장히 훌륭하다. "꿈은"이라는 곡에서 보여준 렙핑은 제대로 된 렙퍼의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을 딱 한 번 연습생 오디션 장면에서만 쓰는 건 아깝다. 매력있는 배우와 캐릭터를 두고 그냥 짠내나는, 뭘 해도 유현재에 부족한 서브 남주로만 쓰는 게 참 아깝다.


 솔직히 요즘 최고의 한방에서 이지훈은 그냥 병X같다. 



4. 주변 인물들이 부각이 안된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훌륭했던 건 메인이 되는 러브 라인 외에도 주변 인물들을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꼼꼼하게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최고의 한방에서는 주변 인물들이 부각이 안된다.

 

전형적인 감초 캐릭터인 MC 드릴은 그냥 일관성있게 병X으로만 나오고, 홍보희는 작가가 존재 사실을 자꾸 까먹는 것 같다. 독혜리는 왜 나오는 건지 모르겠다. 이지훈 자존감 충전용 캐릭터인가? 이순태의 경우에는 그나마 캐릭터를 부각시키더니 최근에는 너무 짠내로만 몰고 간다. 




이제 마지막 회를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떡밥 회수들도 제대로 안하고 용두사미로 끝날 것만 같은 안타까운 예감이 든다. 그렇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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