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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Seok Kim Oct 19. 2019

타다의 다음 행보에 대한 개인적인 추측

출구 전략을 고민하는 건 아닐까?

타다가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1년 간 타다는 항상 화제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지난 1년 간의 타다의 행보와 전략을 요약하면 다음의 세 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타다의 3 Step
① 여객 운수 사업법에 구속되지 않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적자를 감수해서라도 기존 택시보다 우월한 서비스를 만든다.
②이를 바탕으로 소비자의 지지를 얻어내어 협상력을 가진다.
③사회적, 정책적 합의를 통해 택시와는 별개의 사업자적 지위를 굳힌다.

2 단계까지는 생각대로(?) 잘 이루어졌습니다. 지난 10년 간 우버로 대표되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차량 호출 서비스가 소비자의 욕구를 일깨웠으나, 택시 서비스는 여전히 30년 간 유지된 배회 영업 위주의 시스템에 머물러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소비자의 욕구와 택시 서비스의 다양성/퀄리티 사이의 간극은 점점 더 벌어지고 있었는데 이 지점을 가장 적확하게 공략한 것은 타다였습니다.


*카풀은 공급자 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모빌리티 플랫폼에서는 보조적인 역할만 가능했습니다. 공급자 통제가 가능한 타다 모델과 카풀 모델이 한 플랫폼에 있었다면 확장성과 파워가 더욱 강력했을 겁니다. 그리고 풀러스는 타다(기사포함 렌터카)의 베타 테스트 모델을 2017년 말부터 이미 테스트하고 있었고요. (더 긴말은 생략한다)


하지만 3단계는 생각대로 잘 되지 않았습니다. 우버-카풀을 겪어내며 전투 경험치를 쌓은 택시 업계의 반발은 매우 격렬했고, 사회적 갈등과 미래 모빌리티 전략 모두를 고민해야 하는 국토부 등 행정부처는 택시를 외면할 수는 없었습니다.


돌파구가 안 보이는 타다


물론 국토교통부의 택시제도 개편 방안에 타다를 염두에 둔 타입 1이 포함된 것은 분명 대단한 성과입니다. 하지만 저는 타입 1은 타다가 원했던 형태라기보다는 입법에 걸리는 시간, 자유로운 확장이 가능한 신고제가 아닌 허가제라는 점, 그로 인해 타다가 지불해야 할 비용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타다의 확장에 제한을 거는 조치라고 봅니다. 마냥 기다릴 수 없는 입장에서 타다는 돌파구가 필요했습니다.


또한 타다는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애초에 기사포함 렌터카 모델로 수익을 내는 것은 쉽지 않고 내더라도 제한적인 수준일 테니까요. 짐작컨대 자금의 소진 속도를 감안하면 장기전은 피하고 싶었을 겁니다.

결국 타다는 판을 흔들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가 지난 10월 7일 1주년 간담회에서 "1만 대 확장"이라는 승부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운행 차량을 1만대로 확장하기 위해서 기사 수급이나 자금/투자 계획, 택시 업계 등 외부 파트너와 협업 계획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은데*, 이에 대해 구체적인 플랜 없이 1만 대를 언급한 것은 다시 논의를 주도하기 위한 판 흔들기에 가까웠다고 봅니다.


*솔직히 저는 자금이 충분하더라도 기사 수급 문제 때문에 택시 업계와 협업이 아니고서는 직접 통제하는 공급 1만 대 확장은 단기간에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는 최대한 타다 입장도 고려해서 정리하려고 노력해왔고 거의 정리가 되어간다고 생각하고 있던 국토부 입장에서는 이렇게 사전 협의 없이 대놓고 반발(?)하는 모양새는 참을 수 없는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국토부는 이례적으로 빠르게 강력한 메시지를 발표했습니다.

의외로(?) 소비자층이나 여론의 반응도 뜨겁지 않고, 국토부가 강경하게 나온 덕분인지 타다는 즉시 한 발 물러섭니다.

판 흔들기는 이렇게 유야무야 되는 모양새입니다. 판 흔들기도 안되고, 돌파구는 안 보이는 상황에서 타다의 다음 행보는 어떻게 될까요?


타다의 출구전략은? 매각?


타다가 원하는 대로 다 해준다고 해도 모빌리티 사업은 어려운 사업입니다. 근데 되는 게 딱히 없는 답답한 상황입니다. 거대한 야망을 가지고 있고 이를 실현할 능력을 어느 정도 입증한 스타트업이 선호하는 방법은 거대한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고 그 돈으로 상상 못 할 방법으로 새로운 판을 짜서 돌파하는 것인데(자금을 유치해 택시 회사를 산다든가... ), 지금으로서는 투자를 받아도 쓸 곳이 마땅치 않고, 타다를 너무나 싫어하는 세력이 있는 상황에서 자금을 유치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타다를 주도한 투자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순전히 개인적인 뇌피셜로 짐작해보자면 "출구 전략"을 고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택시 업계와의 싸움에 정신적 피로도 클 테고요, 어차피 다 사람이 하는 일 아닙니까)


만약 타다를 매각한다고 가정한다면 어떤 일을 해야 할까요? 저는 다음 세 가지라고 봅니다.

①현재의 상황의 고정(악화는 되지 않게)
②수익이 나는 회사로 포장(효율화)
③타 이해관계자와의 관계 개선


상황유지

그중 1번, 지금의 상황 유지를 위해서는 더 국토부를 자극하지는 않고 시간을 끌어야 합니다. 연말까지 증차 중단 발표도 이러한 맥락이 아닐까 싶습니다. 괜히 더 증차하려고 하기보다는 일단은 현재 상황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수익화(재무 지표 개선)

다음 2번을 위해서는 가격을 올리고, 운영을 효율화해야 합니다. 얼마 전 타다는 가격 인상을 발표했습니다. 택시와는 다른 포지셔닝을 통해 경쟁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사실은 그 가격으로는 수익화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삐딱한 건지...)


경쟁을 피하는 것을 고려했다면 진작에 가격을 올려서 런칭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는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곳을 찾아서 건드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운송업은 인건비의 비중이 큰 산업입니다. 결국 기사를 더욱 효율적으로 돌리거나(힘들게 근무), 임금을 줄이는 카드를 쓰지 않을까요?


수요를 확장하는 것은 고려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어차피 지금의 공급 규모로는 대응 가능한 수요에 한계가 있을 테니까요.


타 이해관계자와 관계 개선

지금의 상황으로서는 누가 타다를 인수한다고 나서도 그 회사까지 역풍을 맞을 상황입니다. 역풍이 안 날 명분을 가진 회사에게 팔면 좋겠지만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니 택시 업계와의 관계는 최대한 개선해야 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택시 업계에 적극적인 화해 제스처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를 통해 택시 업계도 그쯤 하라는 여론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최선의 그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 누구에게 팔 수 있을까?


만약에 만약을 가정했을 때, 타다 정도 되는 규모의 모빌리티 회사를 인수하려고 나설만한 곳이 어디가 있을까요? 이 정도 되는 매물을 살 능력이 있고, 본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곳은 결국 현대차, 네이버, 우버(해외 모빌리티 플랫폼), 렌터카 업계 정도 일 것입니다.


 현대차가 만약 타다를 사거나, 투자한다면 택시 업계의 반발을 맞겠지만 오히려 타다를 제어하기 위해 인수, 투자한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습니다. 또한 현대차는 마카롱에 투자해 택시와의 그림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만약 현대차가 타다를 인수하거나 지배적인 투자자로 부상한다면 타다+택시 프렌차이즈가 함께하는 플랫폼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또한 현대차는 자동차 산업에서는 강자지만 아직 IT 플랫폼은 잘 모릅니다. 타다의 인력들의 경험과 능력이 현대차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애초에 쏘카가 타다를 하기 위해 커플 메신저를 개발/서비스하던 VCNC를 인수했던 것과 비슷하게 말이죠.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가정입니다. 현대차가 굳이 타다와 같은 배를 타지 않을 이유 역시 많으니까요.


혹은 기아차도 기아 렌터카라는 렌터카 사업이 있어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기아가 타다를 인수해 렌터카 사업의 몸집을 불리는 용도로 쓰는 것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카니발을 가장 저렴하게 조달할 수 있는 회사는 기아차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부가가치가 낮아서 굳이 그럴까 싶긴 합니다.


네이버는 인수할 능력은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굳이 그렇게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만약에 그렇게 한다면 카카오처럼 모빌리티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판단이 선 후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런다고 하더라도 본인들이 직접 만들 능력도 충분합니다.


우버 같은 해외 플랫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로컬 상황에 최적화되어 있는 타다의 인력을 인수하기 위해서 타다를 인수하는 것을 고려할 수는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그 동기가 커 보이지는 않습니다.


렌터카 업계도 후보군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렌터카 업계는 직접적인 명분이 없고, 정 필요하다면 직접 타다와 같은 사업을 전개할 능력이 있습니다. 타다 인수의 부가가치가 커 보이지는 않습니다.




여기까지 타다가 걸어온 길을 살펴보며 나름 짐작해본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추측입니다. 타다 내부의 자세한 사정을 전혀 모르는 만큼 논리도 없는 그냥 뇌피셜 추측입니다.


타다가 또 어떤 신묘한 방법으로 상황을 돌파할지, 아니면 전혀 다른 사정이 있을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외부에서 짐작해봤을 때 이러한 추측도 어느 정도 합리적인 추측이지 않을까요? 앞으로 타다의 행보는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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