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기(1) - 나는 왜 창업했지?
2022년 1월, 입사 3년 차의 모두가 그러하듯 나도 '이 회사를 계속 다니는 게 맞나?' 라는 고민을 했다. 매주 40시간을 채우는 게 목표였던 편한 근무 환경, 나름 또래에 비해 많이 받는 연봉, 주변 5명 중 1명은 빌런이라던데, 혹시 내가 빌런인가라는 고민을 하게 만든 좋은 팀원과 고객들, 정년까지 다닐 수 있을 것 같은 회사.
이렇게만 산다면 평생 문제없을 그런 환경이 이미 구축된 상태였다.
문제가 없다는 것은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수능 100일 전까지 공부에 몰입할 수 없던 고등학생, 시험 전날 매번 밤을 새우던 대학생, 4학년 2학기까지 진지하게 진로에 대해 고민한 적 없던 취준생은 이런 편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는 명분이 없었다.
당시 성장을 중요하게 여기지는 않았지만, 단조롭게 반복되는 하루하루로 인해 사는 것에 재미를 잃어갔다. 매일이 처치곤란인 6시 이후의 시간들, 오르길 기도하는 공부 없이 매수한 주식들, 더 이상 새로운 영상이 없어 새로고침만 계속하는 유튜브 홈화면, 밤마다 친구들과 모여서 새벽까지 하는 롤이 내 3년간의 기억이다. 그리고 당시 변하지 않았다면, 내 30년의 기억이었을 것이다.
당시 나에겐 3가지의 길이 있었다.
첫 번째, 지금의 삶을 유지한 채 6시 이후를 알차게 채워볼 취미 찾기
두 번째, 커리어를 위해 개발자라면 모두가 들어가고 싶은 서비스 기업으로 이직하기
세 번째, 나만의 서비스, 회사를 만들기 위해 창업하기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첫 번째, 두 번째의 선택지만 존재한다.
내게 왜 세 번째 선택지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추측해 보기로는 그 당시 자주 보던 EO 유튜브에 나온 사람들을 멋있다고 생각했던 것? 부모님이 사업을 해서, 나에겐 익숙했던 길이었던 것? 아니면 회사원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회사의 결정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적어진다고 생각했던 것? 등이 내게 세 번째 선택지를 주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왜 그중에서도 창업이라는 길을 골랐을까?
다른 사람들이 물어볼 때는 내가 생각한 다양한 이유 중에 멋있는 이유를 골라서 대지만, 글에서 처음으로 솔직하게 밝히는 이유가 있다. 일단 원하는 기업으로 이직은 쉽지 않았다. 비전공자, 노력하지 않는 개발자에게 면접 질문 하나하나가 생소했다. 면접 결과는 매번 탈락이었다. 좋은 회사로 이직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컸다.
그러다 소프트웨어마에스트로라는 교육과정의 광고 영상을 우연하게 보게 된다. 창업도 지원해 주고, 지원금까지 준다는 말에, 무작정 지원했고 붙어버렸다. 아 운명이다. EO에서 멋있는 창업가들의 영상들이 떠올랐다. 아 나도 EO에 나가서 '이번 주는 공휴일이 며칠이지 세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어요' 같이 멋있는 말도 하고, '대기업 그만두고 창업을 시작한 이유'라는 주제로 이야기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내심 들었다. 가수들이 가끔 좋아하는 여자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노래를 시작했다는 우스갯소리처럼, 나도 누가 들으면 웃긴 동기로 창업의 길로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