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기(2) - 첫 번째 실패, 벙개트립
내 첫 시도는 줏대 없는 나, 무지한 나, 끈기 없는 나의 대환장 콜라보였다.
첫 번째로 나는 끊임없이 흔들렸다. 멋있어 보이려고 창업한 나는 해결하고 싶은 문제도 없고, 정말 하고 싶은 아이템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뚝심도 없고, 주변의 말 한마디에 흔들렸다.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는 3명이 팀을 이뤄 멘토들의 조언을 받아 하나의 프로젝트를 6개월간 완성하는 과정이다. 우리 팀은 프로젝트 주제(우리에겐 창업 아이템)를 정하는 단계부터 매번 흔들렸다. 처음에 내가 생각했던 건 퇴사하면서 번거로웠던 인수인계 과정을 해결하는 것이었다. 업무에 필요한 지식들을 다시 정리하고 알려주는 건 꽤 힘들었다. 나만 해도 거의 2~3주 시간을 썼는데, 대퇴사 시대에 이 문제는 계속해서 커질 것이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몇 주간 고민했지만, 멘토의 "그 일은 너무 어렵고 사람들은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말 한마디에 바로 접어버렸다. 그리고 동남아를 대상으로 옷을 파는 커머스 플랫폼을 만들자, 러닝을 게임처럼 즐길 수 있는 앱을 만들자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생각하고는 말 한마디에 버리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주제 선정 마감일이 다가와서야, 멘토의 "사람들이 점점 만남에 돈을 쓴다"는 말에 하루 만에 아이디어 선정을 끝내버렸다. 그 당시에 긴 회의에 지치기도 했고, 왠지 큰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았고, 보고서 마감 기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끊임없는 흔들림 끝에 우리 팀 성향에 맞지도 않고, 해결하고 싶지도 않은 제주도 동행 앱 '벙개트립'을 만들기 시작했다.
두 번째로 나는 책 한 권만 읽고 신념을 가진 바보였다. 당시 린스타트업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심취했다. 나는 그 당시에 퇴사를 하고 도전하는 입장이라 크게 망하고 싶지 않았다. '작고 가볍게 빠르게 시도하라'는 그 말을 진리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우리는 말도 안 되는 MVP 기획을 해냈다. 바로 제주도에서 택시 합승을 할 수 있도록, 출발지와 목적지를 적는 게시판과 원하는 사용자에게 쪽지를 보내는 서비스였다. 첫 번째 문제는 이건 굳이 우리가 앱까지 만들 필요가 없었다는 거다. 오픈카톡방이나 네이버 카페 등 기존에 존재하는 서비스로도 충분히 검증할 수 있었다. 더 큰 문제는 경험이 모두 적었던 우리가 이 서비스를 만드는 데 3개월이나 걸렸다는 점이다. 그리고 여기서 웃긴 건 그전까지 멘토들의 말에 흔들렸던 우리가 이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멘토들의 의견을 한 번도 듣지 않았다는 거다. 그렇게 가설도 부족하고, 검증 방법도 부족하고, 시간도 오래 걸렸던 내 첫 MVP가 만들어졌다.
마지막으로 나는 뭔가를 얻지도 못하고 빠르게 포기했다. 안 될 것 같으면 빠르게 포기하는 게 맞긴 하다. 그래도 주변 팀들을 보면, 본인의 서비스를 3~4개월 꾸준히 알리고 개선하다 보니 성과가 보였다. 하지만 우리는 이도 저도 아니었다.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기간 동안 성과를 보여야 했기에, 디자인도 개선하고 기능도 개선했다. 하지만 이를 열심히 홍보하지는 않았다. '해도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컸다. 그렇게 우리는 4~5개월간 거의 매일 10시간 이상 쏟아부어서 만든 서비스를 1~2주 동안 시도해 보고 아예 다른 서비스를 만들었다. 아무것도 얻지 못한 우리만의 린스타트업이었다.
그래도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첫 시도를 통해 얻은 것과 깨달음은 적지 않았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어려움을 깨달은 것
웬만한 서비스는 개발할 수 있는 능력과 자신감
제로투원의 리더십은 추진력이 중요하다
창업의 어려움, 창업을 끝까지 하기 위해서는 내적인 동기를 좀 더 찾자
언젠가 각각을 주제로 글로 적어야겠다.
이 글은 내가 좀 더 나았더라면 같은 노력을 통해, 더 많은 걸 얻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의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