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ro 앱 창업자와의 대화

by 오진석

HOC에서 열린 Retro 앱 창업자 Nathan과의 네트워킹 행사에 다녀왔다.

괜찮은 커뮤니티에 속해 있다는 것은 참 편안한 일이다.
나처럼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사람에게도 자연스럽게 좋은 인풋의 기회가 계속 주어지니 말이다.
물론 마음 한켠에는 ‘나도 무언가 아웃풋을 내야 하는데…’ 하는 작지 않은 채무감도 함께 쌓여간다.

처음 Retro 앱을 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이 앱이 과연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었다.


광고 없이, 친구들과 사진을 공유하고, 주간 사진 일기를 기록하는 SNS..

맞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좋고 착한 기능들이라는 인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요즘 스타트업들에게 숙제처럼 따라붙는 질문도 떠올랐다.

그래서, 돈은 어떻게 벌 건데?

사업의 본질인 수익 창출을 위해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질문은 때로 창의성을 꺾는 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세상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많고,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자본이 필요하다.
하지만 자본은 늘 수익이 기대되는 곳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예전에는 “일단 해보자”는 스타트업이 꽤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은 빠른 수익화를 요구받는 시대라, 그런 시도들을 찾아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그 결과, 돈이 되는 문제엔 모두가 몰려들고, 돈이 되지 않는 문제들은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는 듯하다.



Nathan이 풀고자 하는 문제 역시 착하고 따뜻했다.
가족과 친구를 위한 공간, 자연스럽게 일상을 나눌 수 있는 소셜 미디어.

요즘은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도 정작 친구들의 소식을 알기 어렵다.

내 주의를 끄는 영상을 한 번 보는 순간 비슷한 영상들이 내 피드를 가득 채우기 때문이다.

나 역시 예전에는 가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내 일상을 공유하곤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내가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의도를 담은 게시물만 올리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들을 일부러 시간 내어 만나기도 점점 어려워진다.
그냥 친구가 잘 지내는지 궁금한 마음이 들어도, 요즘은 의도가 있는 연락이라는 의심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 시대다.
괜히 조심스럽고, 결국 연락하지 못한 채로 마음만 남는다.

그런 면에서, 가만히 있어도 좋은 인풋을 가져다주는 HOC처럼,
Retro도 친구나 가족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건네주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가 생긴다.

확실히 지금 Retro 앱에는 화려한 일상을 자랑하거나 월 1,000 벌 수 있다는 사람들이 껴들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역시 수익과 지속 가능성일 것 같다.

하지만 Nathan이 남긴 이 말이 기억에 남는다.

사람들이 가치 있다고 느끼는 기능을 제공하고,
그에 대해 기꺼이 돈을 내는 구조가 투명하고 건강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부정할 수 없는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사람들은 여전히 ‘돈을 더 벌 수 있는 것’, ‘자신의 고통을 줄여주는 것’에 더 쉽게 지갑을 연다.
그 외의 것에는 내가 실제로 제공 받는 가치를 폄하하기도 하는 것 같다.

그래도 Retro는 최근 구독 모델을 오픈했고, 꽤 괜찮은 성과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 이 실험이 잘 되길, 오래도록 이어지길 바라게 된다.

Retro가 잘 된다면, 내가 구상하는 서비스의 범위도 넓어질 것 같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Make something people want)’은 당연한 전제예요.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이걸 만드는 걸 진짜 좋아하느냐”예요.


이 말도 마음에 깊이 남았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드는 건 기본이다.
하지만 창업은 긴 여정이다. 수익이 나지 않는 시간도 견뎌야 하고, 방향을 잃을 때도 있다.
그럴 때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중심은 결국 내가 이걸 진심으로 좋아하느냐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 역시 앞으로 무언가를 시작할 때, 이걸 얼마나 오래 좋아할 수 있을까?를 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았던 말이 있다.

여러분의 남은 ‘몇 주’를 어떻게 쓸지 꼭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살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아요.
사람이 평생 동안 가질 수 있는 ‘주간’은 약 4,000주입니다.
(80세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요.)

그렇다면 일주일에 한 번쯤은,
‘이번 주 내 삶은 어땠는지’를 남겨두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 ‘몇 주’를 진짜 원하는 일에 쓰는 것,
스스로 원하는 미래를 만드는 것—
그게 정말 중요합니다.

그 미래는 누군가 대신 만들어주지 않아요.
여러분이 직접 만들어야 해요.


그 말을 듣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진짜 원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몸부림쳤던 시간은 지난 3년, 약 150주였던 것 같다.

하지만 그 150주는 방법을 찾아 혹은 내가 원하는 미래를 찾아 헤매던 시간이었다.

아직도 확실한 정답은 찾지 못했지만, 이전보다는 내가 원하는 미래와 방법이 뚜렷해진 것 같다.


아직 약 2,400주가 남아 있다.
앞으로도 계속 스스로에게 묻고, 의식하면서 살아간다면

언젠가 뒤돌아봤을 때 조금 덜 후회하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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